통제구역의 도로시(8)

[김초엽 작가의 SF 이야기] 김초엽 작가의 SF 이야기

ⓒ https://unsplash.com/photos/W8KTS-mhFUE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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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다나는 로딘에게 물었다.

“이 꼬맹이, 어디로 들어왔지?”

“2층 서재를 통해 침입하려고 했습니다. 지시대로 창문을 열어 들어오기를 유도했지요.”

어쩌면 이 소녀는 전날 침입한 도둑과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 캐서린의 제보대로 무단 침입자를 목격했다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체형의 뒷모습을 보았다고 말했으니까. 그러나 설령 동일 인물이 아니라고 해도 둘 다 2층에서 발견되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이 정비소 내부의 물건일까? 그게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생활 공간에 불과한 2층에서 대체 뭘 훔친단 말인가?

“좋아. 도망치지 못하게 붙잡고 있어. 혹시 깨어나면 마취를 한방 더 넣고.”

로딘과 소녀를 1층에 놔두고 다나는 2층으로 올라왔다. 서재를 먼저 살펴보았지만, 창문 잠금쇠가 열린 것 외에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옆 건물의 소란스러운 기운을 감지했는지 건너편의 이브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다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이었지만, 이브는 감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걸 눈치챈 것 같았다. 이브 특유의 고함치듯 하는 목소리가 비좁은 골목을 건너왔다.

“오늘도 엄청 시끄럽구먼. 드디어 그 좀도둑 녀석을 잡은 건가?”

“와서 한번 봐. 1층에 있어.”

창문 너머로 대충 대꾸한 다나는 더는 지체하지 않고 서재와 창고를 연결하는 통로로 향했다. 통로 옆의 손전등도 챙겼다. 통로 내부에는 다른 조명이 없다. 과거에 에보니움 정제소 거리가 지금보다 위험하던 때 만들어진 건물들은 이런 쥐구멍 같은 통로가 많이 있었다. 어른이 지나가기에는 비좁지만 작은 아이들이 드나들기에는 쉽다. 그리고 만약, 다나가 짐작하듯이 도둑들의 목적이 무언가를 훔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집 안에 무언가를 숨기기 위한 것이라면…

다나가 중얼거렸다.

“찾았다.”

통로의 중앙쯤, 전등으로 비추고도 잘 살펴보아야 알 수 있을 법한 위치. 수상하게 덮인 벽이 있었다. 원래의 벽 재질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으로 대체된 흔적. 아마 대부분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평이했다. 그러나 정밀한 기계를 수십 년간 다루어 온 다나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다나는 발로 벽을 걷어찼다. 쪼그려 앉다시피 한 자세 덕분에 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벽 일부가 파스스 무너졌다.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 안에 작은 손바닥만 한 사각형 기계가 보였다. 다나는 기계를 안에서 꺼내려고 했다. 화학적 결합인지 벽에 접착된 상태였는데, 힘을 세게 가하자 떨어졌다. 다나는 기계를 살폈다. 이게 대체 뭘까.

혹시 도청기인가? 아니면 폭탄일까?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다음 순간 살펴보니 기폭장치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폭발이 목적이었다면 벽 안의 공간은 충분하니 이것보다 더 많은 폭약을 넣었을 것이다. 사각형 기계는 다나의 손안에 다 들어올 만큼 작았다. 기폭장치보다는 정보를 수집하려는 목적의 장치처럼 보였다. 다나는 조심스레 기계를 손으로 잡고 어정쩡한 자세로 통로를 지나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소녀는 여전히 마취되어 기절해 있었고, 마침 방금 정비소로 들어선 이브가 보였다. 다나는 이브에게 인사도 건네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 로딘 앞으로 왔다. 로딘이 물었다.

“뭔가 발견하셨습니까?”

“로딘, 이게 뭔 것 같아?”

로딘이 팔을 확장해 다나가 내민 기계를 건네받았다.

“스캔해보겠습니다.”

이브는 흘끗 로딘이 건네받은 기계를 보더니, 약간 겁먹은 표정으로 한 발짝 물러났다. 다나는 미심쩍은 얼굴로 기계를 노려보았다. 로딘이 스캔을 마치자, 다나는 그것을 로딘의 손에서 다시 가져왔다. 지금도 작동 중인 물건이라면 작동을 멈추는 것이 우선일 텐데, 외부에는 작동 상태를 알리는 램프 같은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기폭장치는 아닙니다. 매우 복잡한 전자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외부 스캔을 방해하는 코팅 처리가 되어 있어서 용도를 파악하려면 열어서 안을 봐야 합니다.”

고작 이 정도 물건에, 스캔을 방해하는 처리까지 되어 있다고? 기폭장치가 아니라고 해도 무척 불쾌한 물건임은 분명했다. 다나는 소녀가 떨어뜨린 도구 중에서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런 소녀도 다룰 수 있을 정도라면 다나의 직감을 피해 갈 수는 없다. 다나는 신중하게 기계를 손안에서 돌려보았고, 작은 도구로 가장 외부에 있는 금속판을 뜯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나는 무엇을 먼저 제거해야 하는지 알아차렸다.

그때 갑자기 기절해 있는 줄 알았던 소녀가 소리쳤다.

“손대지 마!”

이브는 말하는 시체라도 본 듯 깜짝 놀란 눈치였지만, 다나는 씩 웃으며 중얼거렸다. 애초에 완전히 잠들지 않았다는 건 눈치채고 있었다.

“그럴 수는 없지.”

부품을 휙 잡아 뽑자, 긴장한 이브의 시선이 다나 손안의 기계를 향했다. 로딘 역시 기계를 주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나는 무언가 격렬한 변화가 일어나기를 잠시 기다렸지만, 기계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잠잠한 상태였다.

그때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옆에서 이브가 기겁하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뭐야, 이거?”

눈앞에 묶어 놓은 소녀가 이번에는 의식을 완전히 잃고 늘어졌다. 타는 냄새는 기계에서 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소녀에게서 나고 있었다. 소녀의 머리 부근에서 까만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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