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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구역의 도로시(11)

[김초엽 작가의 SF 이야기] 김초엽 작가의 SF 이야기

ⓒ https://unsplash.com/photos/W8KTS-mhFUE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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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분명히 수상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그 이후 열흘 내내 스테이션을 들쑤시고 다녔는데도 별다른 수확이 없었다. 유미에게 맡긴 일 역시 제대로 안 풀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유미는 다나가 말한 대로 딥스페이스에 오는 모든 고객에게 기억을 백업하고 백업본을 잘 보관하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다들 미친놈 보는 듯한 얼굴로 유미를 보면서 헛소리 말고 술이나 더 가져다 달라는 말만 했을 뿐이다.

“멍청한 놈들. 테러를 당해도 싸지.”

유미는 스테이션 사람들의 반응을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별로 불쾌한 기색도 없었다. 그렇지만 다나는 자신의 진심 어린 충고를 제대로 받아들인 스테이션 주민들이 없다는 사실이 기분 나빴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점도 있었다.

특정한 세력이 이곳 스테이션을 노릴 이유야 많다. 우주항을 소유하고 있는 행성 델의 적대 세력일 수도 있고, 요즘 은하계 외곽을 떠돌고 있다는 우주 해적이 여기까지 침투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미 사소한 위협은 여러 번 겪었고, 많은 경우는 스테이션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했으며, 가끔은 델에서 보안관들을 추가로 파견해 해결하곤 했다.

이곳은 은하 전역에서 채굴이 금지된 불안정 에보니움이 델의 묵인하에 정비소 창고마다 가득 차 있고, 상업 구역에서는 미심쩍지만 꽤 가치 있는 개조 장비들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이곳을 지키는 주민들의 무장 수준을 무시한다면, 도둑들의 목적지가 되기에는 딱 맞았다. 단순히 값나가는 물건들을 노린 짓이라고 해도 충분히 있을 법했다.

하지만 만약 스테이션 17에 무언가 해를 가하거나 이곳을 탈취하려는 목적이라면, 왜 굳이 신원불명에 은신술까지 뛰어난 무단 침입자들을 집마다 파견하는 귀찮고 복잡한 방법을 쓴단 말인가?

처음에는 다나를 흔쾌히 돕던 유미도 일주일 동안 별다른 사건이 새로 생겨나지 않자 넌지시 이야기할 정도였다.

“그냥 사이보그 좀도둑들이 고가의 물건들을 노렸던 게 아닐까요. 지금은 아무 일도 안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다나에게는 도저히 이 조사를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간의 일들이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라면, 지금도 다나의 집을 차지한 채 뻔뻔하게 기절한 그 사이보그 꼬맹이는 대체 뭘까?

로딘에게 맡긴 기계 분석은 더뎠다. 무언가 뉴런 칩과 관련이 있다는 건 명백했지만, 네트워크에서는 이 장치와 관련된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고 했다. 아마추어들이 어설프게 만들어 낸 장치가 아니라 꽤 고도의 기술이 적용된 복잡한 장치였다. 누군가 스테이션에 혼란을 일으키려는 것만은 분명했지만, 역시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우주항 보안국을 가볍게 속여 넘기는 침입자들까지 고용할 정도라면 그냥 정원마다 폭탄을 심어 놓는 편이 빠를 텐데.

열흘 내내 저녁에는 소득 없는 조사를 계속하고, 낮에는 평소대로 정비소를 운영하느라 다나는 지쳐버렸다. 나이에 비해서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나이에 비해서일 뿐. 이렇게 계속 밤낮없이 일하는 건 부적절한 선택지였다.

밀린 정비를 마치고 돌아온 다나가 하품을 하며 로딘에게 물었다.

“그냥 여기서 그만둘까? 유미 말대로 이제 별일도 없는 것 같은데.”

“그런가요? 원래 사건은 방심할 때 일어나는 겁니다.”

“어쩌면 내가 꼬맹이를 붙잡은 게 경고가 됐을 수도 있지. 이 일을 꾸민 놈들이 ‘아, 이러면 안 되겠구나’하고 겁먹은 걸 수도 있잖아.”

“글쎄요. 일단 침입자가 깨어나면 결정하시죠.”

로딘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하긴, 엄연히 범죄자가 2층 침대에 잠들어 있는데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넘어간다는 건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다.

소녀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동네 의사를 집까지 데려와 진료를 맡겼지만, 뇌가 아닌 신체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 수상한 장치가 보안 해제되면서 소녀의 뇌에 충격을 가했고, 여파로 깨어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숨은 쉬고 있는데 깨어날 기색이 없어 보였다. 만약 뇌사 상태에 가깝다면 여기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얼른 경찰이나 병원에 넘겨 버리는 것이 상책일 텐데도 다나는 그게 영 내키지 않았다.

다나는 소녀의 정체가 궁금했다. 온몸을 뒤져보아도 신분증은 나오지 않았고 이식형 ID 칩도 없으니, 아마 정식으로 터미널을 통과한 것은 아닌 밀항자일 터였다. 그간 밀항자를 많이 보아 온 다나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이 소녀는 인근 행성계가 아니라 멀리서, 정말 아주 먼 곳에서 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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