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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구역의 도로시(18)

[김초엽 작가의 SF 이야기] 김초엽 작가의 SF 이야기

ⓒ https://unsplash.com/photos/W8KTS-mhFUE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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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션 전체에 경보가 발령되었다. 사이렌이 우주항 전체를 뒤흔드는 듯했다. 전광판마다 붉은색으로 경고 문구가 출력되었다. 평소에는 있는 줄도 몰랐던 거리의 스피커에서 날카로운 목소리로 방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실내에서 대기하십시오. 경고합니다. 주민들은 실내를 벗어나지 마십시오.

우주항 로비와 도킹 베이가 폐쇄되었다. 유니폼을 입은 우주항 직원들이 소리를 지르며 방문자들을 로비 입구로 내모는 중이었다. 예상대로 그중 밀항자로 보이는 얼굴은 없었다. 밀항자들은 지금까지의 모든 행동이 자신들의 의지로 행한 일이라고 믿으며, 우주항 어딘가에서 뉴런 칩이 지시할 다음 임무를 위해 대기 중일 것이다.

“빨리 여길 떠나자.”

남자를 곧장 창고 구석에 놔두고 장비만 챙겨 뛰쳐나오지 않았다면 다나와 봄도 관리국 안에 갇힐 뻔했다. 경보가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출구가 차단되었으니까. 갇혔다면 아마 목숨도 온전히 못했으리라. 복도를 따라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렸지만 돌아보지 못했다. 관리국 출구로 나서는 순간 엄청난 인파에 휘말렸고, 결과적으로 직원들로부터 몸을 숨길 수 있었다.

다나는 즉시 상업구역으로 향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고, 로비가 폐쇄되기 직전에 빠져나왔다. 활성화 장치는 관리국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치는 상업구역 지하에 있었다. 관리국 내부에 놔두면 꼬리를 밟힐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것일까?

상업구역에서도 오래 머무를 수는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나와 봄을 특정 지어 수배를 내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관리국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위험이 발생한 것인지, 무엇을 경고하는지 아직 말하지 않았지만, 위압적인 목소리는 사람들 사이에 두려움을 조성하기에 충분했다. 혼란스러워하는 외부인들로 통로는 발 디딜 틈 없이 번잡했다. 다나는 봄의 팔을 붙들고 인파를 거슬러 힘들게 움직였다.

“그들이 지금 장치를 활성화할까요?”

봄이 초조하게 중얼거렸다. 다나에게 묻고 있었지만 봄도 이미 답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들이 예상보다도 더욱 빨리 상황을 알아차렸다. 그간 관리국 상부에서 기밀을 아는 직원들을 감시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중 한 명이 납치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즉시 장치를 활성화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시간은 더더욱 촉박하다.

-스테이션을 향한 공격이 감지되었습니다.

외부인들이 로비 입구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알 수 없는 상황에 두려워하면서도 거주지를 떠날 수 없었다. 관리국 직원들은 우주항 로비로 연결되는 통로 앞에서 외부인들만을 들여보내고 있었다. 스피커의 목소리는 거주민들에게 모두 귀가할 것을, 거리로 나오지 말 것을 명령했다. 그리고 여태 침입자들이 주로 노린 곳은 사람들의 집, 거주지였다. 그들은 사람들을 집 안에 몰아넣고 뉴런 칩을 리셋할 생각일 것이다. 처음부터 이럴 예정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치 미리 준비한 것처럼 모든 상황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다나는 당장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알았지만 스테이션 거주민들을 구할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이게 델의 ‘온화한’ 선택지일까. 부품처럼 다루어도 상관없는 변두리 행성인들을 로봇과 다름없이 개조하고, 스테이션 거주민들을 쫓아내기 쉬운 상태로 리셋해버리는 것이? 모두 죽여버리는 것에 비해서는 온화할지도 모르지만, 결코 인도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단지 이것이 더 편리한 선택이기 때문에 선택했을 뿐이다.

다나는 이미 스테이션을 떠날 준비를 모두 마쳤다. 뉴런 칩을 교란하는 공격도 이미 칩을 빼낸 다나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외면한 채 그냥 떠나버리고 싶지도 않았다.

*

지하 상업구역에 온 것은 오랜만이었다. 다나는 원래부터 지표면이 존재하지 않는 인공적인 구조물인 우주항에 ‘지하’ 개념이 있다는 것이 우습다고 생각했지만, 처음 이 공간이 만들어질 때는 인간의 접근을 고려하지 않아 인공조명이 전혀 비추지 않는 거대한 창고에 가까웠으므로 굳이 따지자면 이상한 명칭은 아니었다. 불안정 에보니움 채취가 금지되면서 원래 에보니움을 보관하던 넓은 공간이 텅 비어버렸고, 그곳을 도박장과 암시장, 경매장이 채우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지하는 기묘한 분위기였다. 슬롯머신과 상점 조명은 여전히 환히 켜져 있었지만 모두 급하게 자리를 피한 듯 부산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상점들은 겨우 문을 닫았는지 천이 둘러져 있거나 셔터가 내려가 있었지만, 간혹 그럴 정신도 없이 피한 것 같은 가게도 보였다. 물건들이 요란하게 엎어진 상태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테이블 위에 카드와 코인이 흩어져 있었는데, 그대로 내던져두고 떠난 듯했다. 곳곳에서 미처 끄지 못한 난잡한 음악이 섞여 들려왔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사람들만 자리를 피했다. 보안 로봇들이 테이블 사이를 직선으로 움직이며 불빛을 비추었다. 남아 있는 사람이 없는지 스캔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 같았다.

봄은 잔뜩 긴장한 듯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갑자기 이런 심각한 일에 휘말리게 한 것이 미안했지만, 봄을 안심시킬 여유도 없었다. 다나는 마취 총만 챙겨온 것을 후회했다. 살상용 무기가 필요하다. 마취 총은 로봇을 처리하는 데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 관리국 침입이 들킬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다급하게 모든 일이 진행될 줄은 몰랐다.

봄이 옆에서 속닥거리며 물었다.

“어디로 가야 하죠? 여기 구조를 아시나요?”

“알 것 같아. 예전에 자주 와봤거든. 너무 많이 따간다고 출입 금지를 당했지만.”

실은 스테이션에 오기 전에 배운 간단한 속임수를 도박판에서 써먹었다가 영구적으로 쫓겨난 것이었지만. 그래도 물건을 받으러 드나든 적이 있었고, 지금 어디로 가야 할 지도 알고 있었다. 그들이 활성화 장치를 숨겨둔 곳은 경매장 내부였다. 활성화 장치의 신호 발신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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