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구역의 도로시 (20)

[김초엽 작가의 SF 이야기] 김초엽 작가의 SF 이야기

ⓒ https://unsplash.com/photos/W8KTS-mhFUE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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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보가 울린 직후 유미에게 도움을 청한 건 뜻밖에도 로딘이었다. 몇 주 전 로딘에게 조사를 맡겼지만 좀처럼 내부 구조를 파악할 수 없던 뉴런 칩 공격 장치에서 가까스로 단서를 발견한 것이다. 로딘은 공격 장치가 수신하는 신호를 역추적했고, 금고의 위치를 파악했으며, 거의 그 직후에 거주 지역 폐쇄 경보가 발령되었다.

유미는 로딘에게 전달받은 상황을 빠르게 이해했다. 다나가 숨기고 있는 사이보그 소녀의 존재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는데, 기계를 설치한 침입자들의 정체를 다나가 최대한 돌려 묻는다고 한 것을 속으로는 이미 눈치챘던 모양이었다. 로딘의 부탁을 듣고 즉시 지하 시설에서 근무하는 관리자 친구에게 열쇠를 건네받았고, 경매장으로 숨어든 다음에는 문을 망가뜨려 밖에서는 지름길을 통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다나가 스테이션 17의 위기를 주장할 때, 유미는 언뜻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신뢰한 것이었다. 지금 다나와 봄이 도착한 곳은 딥스페이스의 숨겨진 지하 공간,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었다.

그 모든 감사할 일에도 불구하고 다나와 봄은 지금 유미에게 감사를 표할 수가 없었다. 유미는 기절한 채로 바닥에 쓰러져 다시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한 시간 전, 시끄러운 경보음이 뚝 멎었다. 상황을 살펴보러 나갔다가 계단을 내려온 봄은 잔뜩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무슨 일이냐고 소란스레 서로의 안부를 묻던 사람들의 목소리로 시끄럽던 거주구역이 한순간에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뉴런 칩 리셋이 시작된 것이다.

활성화 장치 중 두 개를 뺏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의미가 없었다. 소리를 치거나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이 갑자기 머리를 얻어맞은 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바닥에 쓰러져 죽은 듯 숨을 멈추었다. 섬뜩한 정적이 거리를 뒤덮었다. 여전히 환한 인공조명이 거주 지역을 속속들이 비추고 있었지만 그것은 이 스테이션의 죽음을 선고하는 것처럼 오히려 적나라했다.

로딘은 아직 유미가 살아있고 단지 기절한 것 같다고 판단했지만, 다나와 봄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한 시간 동안 다나가 기억하는 모든 뉴런 칩 손상에 대처한 처치를 해보았으나 유미는 이미 칩에 큰 충격을 받았는지 회복할 기미가 없어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조금 전부터는 관리국 직원들이 거주구역을 수색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직 딥스페이스의 비밀 공간을 찾지는 못했지만, 집집마다 문을 열어 샅샅이 뒤지고 있는 그들에게 다나와 봄이 들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떠나야 해.”

“다나, 괜찮아요?”

“지체할 시간이 없어. 델은 우리를 찾고 있을 테니까.”

유미는 딥스페이스에 간단한 짐까지 챙겨두었다. 터미널 드라이브에 대비한 짐이었다. 다나가 곧 떠나야 한다는 사실까지 짐작했을 것이다.

“유미와 함께 있으면 이 녀석도 죽게 될 거야.”

직원들은 분명히 다나와 봄의 얼굴을 알아봤다. 하지만 아직 그들은 다나와 봄을 지하에서 빼돌린 유미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지금까지도 딥스페이스로 들어오지 않은 것이 그 증거였다. 유미를 알았다면 여기부터 살펴봤겠지. 당장 기절한 유미를 살피는 일은 로딘에게 맡기고, 밖에 나가서 혹시 유미를 부탁할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고… 몇 가지 방안들이 순차적으로 떠올랐지만 다나는 그중 가능성 있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주를 돌아다니는 거의 모든 사람이 뇌에 칩을 장착하고 있으니, 스테이션의 주민들 모두가 이번 공격을 통해 무력화되었을 것이다. 지금 거주구역에 살아있는 사람이 다나와 봄 외에 또 있을까?

무뎌지는 것이 완전히 무감각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마음 주지 않으려고 했다지만 십 년은 넘게 함께 지내온 이웃들이었다. 이런 상황을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었다. 애초에 다나와 봄의 계획도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봄은 다나의 굳은 표정을 보며 뭐라고 말을 더 건네지 못하는 듯한 눈치였다. 다나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괜찮아. 네게 약속한 건 지킬 거야.”

다음 일을 해야 한다. 변두리 행성계로 가야 하고 약속한 대로 봄의 가족을 구해줄 것이다. 그런 이후에는 지금껏 거의 포기하다시피 해왔던, 그 사람의 행적을 추적하는 일을 재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루했던 스테이션 17보다 훨씬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곳에 도착할지도 모르고, 그곳에 잠깐 정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나가 어디에 머무르든 폐허가 되어버리는 마을만을 목격하게 된다면, 다나가 할 수 있는 일이 오직 그곳에서 도망치는 일뿐이라면, 또 다른 정착지를 찾는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제 말은… 당신이 괜찮냐는 거였어요.”

다나는 봄의 물음에 대답하는 대신 짐을 양손에 들고 몸을 일으켰다.

그때, 등 뒤에서 짧은 신음이 들려왔다.

“유미!”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봄이 화들짝 놀라며 뛰어왔다. 유미가 몸을 움직여 다시 깨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다나와 봄을 마주하는 유미의 눈빛에는, 마치 처음 보는 것을 대하듯 당혹감이 깃든 상태였다.

*

바깥 상황을 살피고 온 로딘이 거리에서 큰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스테이션 주민들은 기억 일부가 지워진 채로 깨어났다. 활성화 장치 세 개 중 단 하나만이 작동했기 때문인지, 주민들은 죽지도 않았고 기능을 상실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모두 살아남았다. 대신 그들은 무언가를 잊었다. 그 기억은 가족이기도 했고, 스테이션에 관한 기억이기도 했고, 자신에 대한 기억이기도 했다.

처음 깨어난 유미는 로딘과 다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미리 유미에게서 무언가를 언질 받았다는 로딘이 어디선가 유미의 기억 백업본을 가져왔고, 그것을 다나에게 내밀었다.

“기억 안을 절대 들여다보지 말라고 경고하던데요.”

“알았어. 맹세하지.”

뉴런 칩을 미리 복제해두라는 다나의 경고를 받아들인 사람은 유미뿐이었다. 이 칩도 에피소드 기억만을 복제한 것이어서 기능이나 운동 기억은 제거된 칩이었고 그대로 바꿔 끼울 수는 없었다. 유미의 뉴런 칩에 기억만을 덧씌워야 했다. 다나는 작업을 하면서 유미가 자신의 기억이 사라질 것까지 대비를 해두었음을 깨달았다. 기억을 덧씌울 때 해제해야 하는 복잡한 고유 인식코드가 모두 해제된 상태였다. 자신의 코드를 직접 푸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보통의 사람이라면 평소에는 절대 제정신으로 하지 않을 일이었다.

잠시 뒤, 유미의 눈빛이 다시 선명해졌다. 유미가 완전히 정신을 차릴 때까지 십 분이 걸렸다. 빠르게 상황을 이해한 유미는 즉각적으로 돌아온 수많은 기억에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자신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보고 있는 다나를 알아차리고 기쁜 듯이 인사를 건넸다.

“다나, 무사했군요.”

유미의 말에 연신 꾸벅 고개를 숙인 것은 봄이었다. 밝은 곳에서 봄을 처음 만나는 유미는 처음에는 약간 어리둥절했지만, 다음 순간 봄이 자신이 구한 사이보그 소녀라는 사실을 깨달은 듯했다.

“고마워요. 정말로요.”

“어차피 넌 스테이션 사람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잖아? 네게 감사할 일이지.”

유미의 무신경한 대꾸에 봄은 잠시 당황했다. 유미의 화법에 익숙해지려면 아마 시간이 약간 걸릴 것이다. 아쉽게도, 이제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유미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듯했다.

“다시 만나서 기쁘지만, 당신들은 지금 떠나야 해요.”

*

충분히 작별 인사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이브는 다나에 관한 기억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사이보그 소녀도 지켜본 바가 있으니 사실상 이브는 로딘 외의 유일한 목격자였지만, 혹시나 봄에 관한 기억까지 잊었다면 이브를 더 혼란스럽게 할 것 같아서 다나는 일부러 정비소에 들어서는 순간까지 봄과 이브가 마주치지 않게 했다.

우습게도 이브는 수십 년간 이웃으로 지냈던 옆집 정비소를 단지 시끄럽게 소음을 만들어 내는 불법 에보니움 공장으로만 기억했다. 다나가 이브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인사를 건네고, 몇 가지 지어낸 사실로 스스로를 소개했을 때, 이브는 수상하다는 듯 다나를 살피면서도 마지막에는 씩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 자네였나? 어쩐지 밤마다 폭발 소리가 들려서 걱정하는 날이 많았는데. 그래도 이렇게 처음 인사를 나누게 되니 기쁘군.”

이브는 다나가 집 앞에서 쓰러진 자신을 부축해주고 물까지 건네주었다며 무척 고맙게 여겼다. 스테이션 사람들이 갑자기 쓰러진 이유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는데 나름대로 이유를 만들어 스스로 납득하고 있었다. 인공 중력장에 순간적으로 큰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다고, 그래서 자신이 얼른 중력장을 고쳐야 한다고 건의했는데 그놈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다나가 말할 수 없는 이유로 당장 스테이션을 떠난다는 말을 했을 때, 이브는 마치 수십 년을 함께 지내온 친구처럼 아쉬워했다. 다나가 셔틀로 이동해야 한다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도 한참이나 다나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나를 구해준 날에 이렇게 가버리다니. 너무 아쉽네. 며칠만 더 머물렀어도 친구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아마 다나가 스테이션에서 친구라고 부를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중 한명이 이브였을 것이다. 물론 이제는 그런 감상적인 회고도 의미 없게 되었다. 이브의 기억은 백업본조차 없었다. 다나가 자신과의 관계를 설명해도 전혀 믿지 않을 것이다.

“그래, 정말로 떠나나?”

이브가 거듭 아쉬워하며 물었다. 유미가 다나의 눈치를 보았다. 스테이션을 떠나는 일은 단지 후련하기만 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는 그렇지 않았다. 모든 것이 다나가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와 같아졌다. 아무도 다나를 알지 못하고, 다나는 이제 막 여기에 도착한 이방인에 불과했던 그때와. 오직 딥스페이스의 주인인 유미만이 다나가 한 일을 기억할 뿐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기억은 빠르게 소멸된다.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다나를 기억하는 스테이션 주민도, 이곳에 우주선 정비소가 있었다는 사실조차도 모두 잊게 될 것이다.

이브를 보내고 정비소로 들어선 다나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차라리 잘 됐지. 우리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몰라야 하니까.”

로봇 로딘은 기억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경비 로봇들도 대부분 인간과의 의사소통 편의를 위한 칩을 장착한 터라 이번 공격으로 피해를 입기도 한 모양이었지만, 로딘은 너무 구식 모델이어서인지 멀쩡했다. 그간 정비소에서 있었던 그 모든 일을 전부 기억하는 자가 사람도 아닌 로봇 하나뿐이라니.

다나는 로딘을 스테이션에 남길 생각이었다. 어차피 우주선에 데려가기에 로딘은 덩치가 너무 컸고, 애초에 다나 밑에서 일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았으며, 그간 로딘의 태도를 보면 자유로운 신분으로 만들어주기를 내심 바라는 것 같았다. 아마 스테이션에서 이브를 돕고 주민들의 일을 거들며 자유 로봇으로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다나의 결정을 로딘에게 말했더니, 로딘은 거의 펄쩍 뛰다시피 했다.

“말도 안 돼요. 저를 버리는 겁니까?”

“그건… 내 밑에서 일하기 싫어하지 않았나?”

“일하기 싫죠. 하지만 주인이 없어지는 건 다른 겁니다.”

로딘의 퉁명스러운 대꾸에 다나는 무척 황당해졌다. 정말 이 고철 로봇을 데려갈 생각은 없었는데.

“우주선에 자리가 없는데.”

“그냥 구석에 가만히 서있을 겁니다.”

“그럼 너를 데려가는 의미가 없잖아.”

“저를 버리다니 책임감이 없으시군요. 주인님.”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이브의 보조 로봇으로 일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할 생각이었는데, 로딘은 반드시 다나와 함께 이곳을 떠나고 싶어 하는 듯했다. 당장은 우주선에 태울 수밖에. 몇 번쯤 터미널을 넘고 나면 로딘의 생각도 바뀔지 모른다. 그때는 또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나의 셔틀에 최종적으로 탑승하게 된 이들은 오래된 로봇 하나와 사이보그 소녀, 그리고 더 이상 늙지 않는 노인의 이상한 조합이었다. 유미는 정비소의 간이 도킹베이까지 따라와 다나에게 무기를 건넸다. 언뜻 보아도 꽤 값이 나가는 것이었다.

“언젠가 제가 도움을 청하게 될 일이 있을 겁니다.”

유미 역시 곧 스테이션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여전히 그의 자세한 사연은 알 수 없었지만, 우주 어딘가에서 유미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다나가 유미를 돕게 될 것이다. 다나는 유미에게 손을 건넸다.

“얼마든지. 이번 일은 정말 고마웠네.”

덜컹이는 소리와 함께 셔틀이 분리되었다. 에어록 너머로 손을 흔드는 유미의 모습도 순식간에 작아져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셔틀로 터미널 인근까지 이동한 다음, 간이 정착장에 있는 다나의 장거리 항해용 우주선으로 갈아탈 계획이었다.

그때, 우주항 중심 도킹베이 방향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다나의 셔틀을 향해 날아왔다.

소형 화물용 운반선이었다. 운반선은 마치 다나의 셔틀을 공격할 것처럼 가까이 따라붙었다. 운반선이 셔틀에 통신 요청을 해왔다. 장착한 외부 무기는 없었지만, 다나는 긴장하며 통신 요청을 받아들였다.

홀로그램 스크린에 캐서린의 얼굴이 떠올랐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통신이 불완전했다. 화물선도 셔틀도 제대로 된 상태가 아니었다. 무어라고 다나에게 경고를 쏟아내는 것처럼 보이던 캐서린은, 다나가 어깨만 으쓱하자 결국 입을 다물어버렸다. 캐서린은 다나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화가 난 것처럼도 보였다. 하지만 침묵 속에서 점점 화물선의 속력이 줄어들었다. 다나의 셔틀과 화물선의 거리가 계속해서 멀어지다가, 결국은 절대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거리를 벌렸다. 캐서린은 처음부터 다나를 공격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았다. 나름대로의 작별 인사인지도 몰랐다.

언젠가 캐서린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평화로운 곳에서, 서로를 적으로 돌리지 않은 채. 오랫동안 그 믿음을 배반당하며 살아왔지만 다나는 또다시 헛된 희망을 걸어보고 싶었다.

뒤돌아보니 스테이션 17이 보였다. 다나가 오랫동안 머물러왔던, 그러나 그 모든 시간들이 그냥 묻혀버린 곳. 여전히 사람들은 저곳에서 살아가겠지만 이미 한 번 공격받은 기억은 불완전하고 과거는 듬성듬성 비어 있을 것이다. 먼 훗날 다나가 델프론에 돌아왔을 때도 여전히 이 우주항은 남아 있을까? 다나는 순간 감상적인 생각에 잠겨 들었다가 얼른 현실로 되돌아왔다.

우주에는 고정된 좌표가 없다. 모든 것이 변하고, 서로의 좌표를 따라잡기 위해 움직여 간다. 돌아왔을 때 여전히 스테이션 17이 남아 있다고 해도 그것은 이미 다나가 정비소를 운영하던 그 우주항은 아닐 것이다.

“자, 터미널 드라이브에 대비해.”

다나가 셔틀 조종석 한 쪽에서 알약이 가득 든 통을 꺼내 봄에게 던졌다.

“그냥 먹어요?”

“씹어 삼키면 맛이 끔찍하니까, 그냥 삼켜.”

찾아보면 더 간편한 패치 형태가 분명 어딘가 있겠지만, 찾아볼 시간이 없었다. 이제 곧 우주선으로 옮겨 타게 된다. 그런 이후에는 미처 여유 부릴 시간도 없이 터미널로 진입해야 한다.

그 지긋지긋한 우주 멀미를 다시 경험할 때가 된 것이다. 수십 년 만의 여행 재개였다.

물도 없이 알약을 꿀꺽 삼키면서도 눈을 반짝이는 봄을 보고 있으니, 다나도 오래전 우주 한가운데에서 잃어버렸던 목적지를 되찾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제구역의 도로시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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