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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구역의 도로시 (16)

[김초엽 작가의 SF 이야기] 김초엽 작가의 SF 이야기

ⓒ https://unsplash.com/photos/W8KTS-mhFUE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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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국 입구는 소란스러웠다. 대기실에는 소수 인종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고 다들 불안하거나 불만에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아마 보안 수색 대상자들을 대기시켜 둔 공간 같았다.

다나와 봄이 들어선 복도는 직원 전용 출입구로 대기실과는 거대한 유리 벽으로 분리되어 있었고, 대기 의자에 앉아 있던 누군가가 다나를 향해 시선을 주었지만 곧 고개를 돌렸다. 한쪽 벽이 불투명한 유리인 듯했다.

“누가 오고 있어요.”

봄이 속닥거렸다. 다나도 잠시 뒤에는 복도를 울리는 작은 진동을 들을 수 있었다. 다나가 익숙한 손으로 대기실 맞은편 복도 벽을 더듬었다.

“이쪽으로.”

간이 비품 공간이었다. 문을 닫으면서 다나는 복도 바닥에 작은 탐지 장치를 내려놓았다. 다나와 봄이 겨우 몸을 구겨 넣을 수 있을 만큼 비좁은 공간이었지만, 직원들이 지나가는 동안 잠시 몸을 숨기기에는 최적이다.

수십 년간 스테이션에 머무르면서 관리국에 침입할 계획을 세워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다나에게 관리국 건물 구조는 이미 몇 번씩 드나든 것처럼 익숙했다. 그간 다나에게 복제 기억을 판매한 우주항 직원들이 있었으니까. 보통 스테이션에 머물다 도박에 빠져버린 직원들이 그런 짓을 저지른다.

그들은 먼 우주를 여행했던 기억만 팔아넘긴 줄로 알고 있겠지만, 다나는 그들이 접근을 막아둔 기억까지 몰래 접근해 우주항의 세부 구조와 보안 기록을 꼼꼼하게 복제해두었다. 만약의 일을 대비해서였다. 그때는 이런 일로 써먹을 줄은 예상 못 했으나 결과적으로 매우 유용했다.

최근 명성을 되찾은 우주항의 관리국답게 복도는 보안 카메라로 가득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지금 센서 감지를 방해하는 패턴이 인쇄된 로브를 둘러쓰고 있었다. 지하 암시장에서 구해둔 것이었는데, 아주 우스꽝스러웠고 그들을 직접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수상한 물건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는 모양새였다. 게다가 보안 카메라는 주로 뉴런 칩의 송수신 신호를 감지하기에 이런 로브를 쓴다고 해도 카메라를 속이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에 숨은 두 사람은 둘 다 뉴런 칩이 없었다.

“원래 당신도 뉴런 칩을 쓰지 않았어요?”

“그랬지.”

다나가 주머니에서 탐지용 단말기를 꺼내 복도를 확인하며 말했다.

“일상에서는 편리하니까. 그놈의 로봇에게 명령하는 일도 그렇고. 하지만 날 때부터 뉴런 칩을 의무 장착하는 사람들과 달리 난 아주 늦게 끼워 넣었지. 뇌가 다 자란 다음에. 그래서 제거하는 것도 별문제가 없어.”

어제 다나는 직접 두개골 절개 부위를 열어서 뉴런 칩을 제거했다. 감염에 주의해야 했을 뿐,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런 짓은 불가능하다. 태어나서부터 뉴런 칩을 연결한 사람들은 기계와 유기체 뇌가 긴밀하게 연결된 반유기체-반기계 형태의 뇌를 가지게 된다. 사이보그 뇌를 가진 사람들은 뉴런 칩을 제거하겠다는 발상을 애초에 하지 않을뿐더러, 만약 뉴런 칩을 제거하거나 교체할 필요가 생기면 매우 정밀한 기술을 가진 의사에게 수술을 맡겨야 했다.

첨단 기술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변두리 행성의 아이들이나, 혹은 다나처럼 아주 오래된 신체를 가진 사람들만이 뛰어난 의료 기술 없이도 칩을 제거할 수 있었다.

“아는 얼굴이 보이면 말해.”

“그럴게요.”

앳되어 보이는 얼굴의 직원이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지나쳐 직원용 출구를 통과해갔다. 봄은 유심히 탐지 장치의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작은 크기에 화질도 낮았지만 알아볼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봄에게서 칩을 제거한 것이 그의 기억을 훼손하지는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봄 역시 아주 최근에야 원래 뇌의 인근 영역에 칩을 엉성하게 끼워 넣은 것이어서 중요한 기억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듯했다.

“더 지나가는 사람이 없네요.”

두 사람은 비품 공간을 빠져나가 다시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우주항 직원들이 모두 이 침입 사건과 관계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랬다면 캐서린이 다나에게 도움을 청한다거나 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무단 입항자들을 눈감아 준 몇몇 직원들은 이 사건에 대해 언질을 받은 것이 분명했다. 아마 그 연결 고리를 추적하면…

“델 정부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봄이 비슷한 생각에 빠져 있었던지 불쑥 물었다. 다나는 소리를 줄여 말했다.

“우주항을 점령하려는 또 다른 세력일 수도 있겠지. 여긴 여러모로 탐나는 곳이 되고 있어. 새 터미널이 발견되었고, 아직 이드의 에보니움은 채취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세력이 누구인지 당장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아.”

“왜요?”

“말했잖아. 당장의 문제만 해결하고 떠날 거라고. 그다음 일은 거주자들이 알아서 조사하고 알아서 해결하라지.”

“그건 이상한 것 같아요. 당신이 여길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정의감 때문에 그러는 건지 모르겠어요.”

“어느 쪽도 아니야.”

다나는 무신경하게 대답했다. 신경 쓰이는 것은 그저 몇 사람일 뿐이다. 이브나 유미, 같은 동네에서 눈인사를 나누던 이웃들. 그리고 어쩌면 캐서린도. 그들과 아주 깊은 정을 나눈 건 아니었다. 하지만 뇌가 타버리게 내버려 두어도 상관없을 만큼 무관심한 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내가 지금부터 갈 곳은 델프론 행성계의 사소한 이권 다툼은 우스워 보일 만큼 험난한 지역이니까. 그렇지 않나?”

다나가 물었다. 봄은 물끄러미 다나를 마주 보았지만 대답은 하지 않았다. 다나는 봄이 겪은 일들에 대해 굳이 캐묻지 않았다.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행성, 그곳을 혼자 탈출해 브로커를 만나기까지, 그리고 혼자 열 번도 넘는 터미널 이동을 감행하기까지의 과정은 다나도 겪을 자신이 없을 만큼 끔찍한 여정이었을 것이다. 아마 스테이션에서 살인 로봇에게 붙잡히거나 뇌에 연결된 칩을 제거당한 일은 정말 아무것도 아닐 만큼.

그보다도 훨씬 잔혹한 일들은 이미 고향에서 많이 겪었으리라. 그리고 그것은 다나가 봄과 함께 변두리 행성계로 가게 되면 원치 않아도 보게 될 풍경들이기도 했다.

“나와 함께 먼 곳으로 가는 건… 당신에게도 뭔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죠? 뭘 찾고 있어요?”

“쉿.”

다나가 손짓으로 봄의 입을 다물게 했다. 세 갈래로 나뉜 복도에 진입했을 때, 인간보다 뛰어난 감지 능력을 가진 센서가 작게 진동하며 저쪽에서 오는 누군가의 존재를 알렸다. 다나는 반대편 모퉁이로 봄을 밀어 넣고 자신은 이쪽에 몸을 숨겼다. 봄이 탐지기 화면을 보며 손가락으로 표시를 했다. 입항 과정에서 얼굴을 본 직원이라는 의미였다.

다나는 주머니에서 마취 총을 꺼냈다. 물론 이것보다는 사이보그 소녀가 가진 첨단 무기가 더 유용할지도 몰랐다.

타박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다나가 입 모양으로 지시했다. 하나, 둘, 셋에 제압해. 발소리가 아주 가까워졌을 때, 다나가 하나, 둘을 세며 마취 총을 직원 방향으로 돌렸다.

악, 하는 짧은 비명은 다나가 직원의 입을 틀어막아 금세 끊겼다. 아직 다나는 총을 쏘지 않았는데 직원은 축 늘어져 이미 바닥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다나가 봄을 향해 칭찬했다.

“네 무기, 유용하네.”

봄은 뉴런 칩 공격 무기를 제대로 써본 것이 처음인지, 팔에서 튀어나온 기계 장치와 쓰러진 직원을 번갈아 보았다. 조금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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