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가 언어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습한 기후에서는 목소리 촉촉해 성조 언어 발달

2015.01.28 09:47 이슬기 객원기자

사람이 살아가는데 공기와 음식을 제외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사람마다 고르는 것은 다르겠지만 ‘말’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감할 것이다. 사실 말만큼 삶과 밀착된 것은 없다. 왜냐하면 아주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사람은 늘 말을 하기 때문이다. 밤에 잠을 자면서도 꿈속에서 말을 한다.

그래서 말이 없는 개인생활이나 사회생활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즉, 말은 문화와 빼놓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지구 위에 사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몇이나 될까. 온 나라가 한 말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사실 반 세기전 쯤만 해도 전 세계에는 약 2000여개 안팎의 말이 있다고 언어학자들은 생각했다. 하지만 탐사 연구가 진전될수록 그 수는 늘고 있고, 최근에는 약 5000여개를 넘는다는 보고가 나왔다. 그만큼 말은 아주 다양하게 지역에 따라 사용되고 있다.

최근 카랩 에버렛(Caleb Everett) 마이애미 대학교(University of Miami, USA) 박사를 비롯한 연구팀은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를 통해 중국의 성조가 습한 기후와 관련이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원문링크)

외국인들이 중국어를 배우기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성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중국어를 배우기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성조’ 때문이다. ⓒ ScienceTimes

성조 언어는 습한 기후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이다. 연구팀은 이에 앞서 어느 지역에서 성조 언어가 발생하는지를 살폈다. 그리고 그 결과, 독특한 성조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배경에는 습한 기후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기후의 습한 정도와 성조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 3700개 이상의 언어를 대상으로 비교, 분석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중앙 유럽과 같은 건조한 기후에서는 성조언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열대나 아열대 아시아, 중앙아프리카 등 기후가 습한 지역에서는 성조 언어가 많이 발생했다.

습한 날씨와 목소리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습한 날씨는 목소리를 촉촉하게 젖게 만든다. 더불어 탄력있는 목소리를 만든다. 단순한 성조에서 복잡한 성조까지 발음할 수 있는 기후적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다. 신체의 구조가 영향을 미친다기 보다는, 기후적 환경이 언어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생태학적으로 선택된 언어의 소리 시스템

결국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의 소리 시스템은 생태학적으로 선택됐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연구팀은 맨 처음 연구를 진행할 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여러 요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기후 요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러 언어를 비교하고 분석한 결과, 기후 요인이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끼쳤음이 밝혀졌다. 전 세계 주요 국가의 언어를 연구했고, 이를 통해 언어는 다양한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알려졌다. 즉, 중국어와 같이 성조가 발달한 언어가 있는 지역은 기후적으로 매우 습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약 영국에 습한 정글이 있었다면 영어 역시 중국어와 같이 성조 언어의 특징을 보였을 것이며 그에 따라 진화해왔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성조 언어는 바로 중국어이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어를 배우기 어려워 하는 것이 바로 이 ‘성조’에 있다.

중국어의 경우, 높낮이가 서로 다른 다섯 개의 성조로 구성되어 있다. 같은 말이라 하더라도 성조에 따라 뜻이 달라지게 된다. 이번 연구를 통해 생각해본다면, 자신의 목소리를 촉촉하게 젖게 만드는 것이 중국어를 잘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언어를 비롯한 문화 혁신, 기후 급변기에 탄생

언어를 비롯한 문화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지금은 문화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주 많다. 인터넷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이 영향을 미치는 현재와는 다르게, 초기 현생인류가 살던 약 8만년 전 중간석기시대에는 기후가 바로 이러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짓 사이먼(Margit H. Simon) 카디프 대학교(Cardiff University, UK) 박사를 비롯한 연구팀은 약 8만~4만년 전 중간석기시대에 일어난 급격한 기후 변화가 초기 현생인류 사회에 문화적 혁신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복잡한 언어의 발달, 관련된 상징의 사용 등이 바로 그 증거이다. (원문링크)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광범위한 북반구의 한냉화가 대서양순환의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대서양 순환이 바뀌어 북반구 고위도대로 유입되는 따뜻한 물의 양이 줄어들면서 북반구의 온도가 내려간 반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대부분 지역은 매우 건조한 환경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퇴적물에서 이와 반대되는 증거를 발견했다. 남아프리카는 강우량이 늘어나는 쪽으로 기후가 바뀌었으며, 이는 전지구적인 열대 몬순벨트의 남하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급격한 강우량 증가 시기를 고고학 자료와 비교해보면, 이 시기는 중간석기시대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간석기 시대의 몇몇 대규모 산업 등장은 강우량 증가 시기의 시작점과 일치했으며 산업이 사라지는 시기는 기후 건조화 시기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복잡한 언어의 발달과 관련된 상징의 사용, 조개껍데기를 이용한 장신구 사용 같은 고고학적 증거가 이때 나타났다는 것이다.

기후 개선과 문화의 혁신이 시간적으로 일치한다는 것은 곧 인구가 증가하고 사람들간의 상호작용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적 변화에 불이 붙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 많아지고 의사소통할 수단이 필요하면서 언어가 발달했다는 것은 누구나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다.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이와 유사한 자료를 찾아야 비로소 현생인류의 문화 발달에서 이 지역이 갖는 고유의 중요성을 확실히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와 인간의 행동변화와의 상관관계를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상당히 유의미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8619)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