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과 첨단기술] 과학의 창
김현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 ⓒ한국물리학회
물리와 수학. 이 두 학문은 어떤 다른 학문에 비해 서로 너무도 가까운 사이라는 것에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뉴턴은 이 두 학문이 얼마나 가까우며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경계조차도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적 인물이다. 오늘날에 와서 특히 우리나라에서 이 두 학문은 또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함께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 위기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두 학문에 항상 함께하는 “기초”라는 단어 때문이다. 그런데 왜 기초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위기라는 단어가 수학과 물리에서는 함께 언급되고 있을까?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기초를 잘 다져야 앞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귀가 따갑도록 들어 왔다. 이 얘기는 꼭 학문을 하는 직업을 가질 사람에게만 필요한 얘기도 아니다. 그럼 이 시점에서 과연 우리에게 기초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시험 점수를 잘 받는 것인가? 아님 나중에 밤새워 연구할 수 있도록 기본 체력을 단단히 다지자는 것일까? 이 두 가지 질문에 “예”라는 답변을 한다 하더라도 기초가 왜 위기와 함께 사용되어지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여기에 우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것의 또 하나는 학문의 기초에 수학과 물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수학과 물리에서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기초와 위기라는 두 단어가 함께 양립한다. 이러한 비논리적인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가 기초의 가치 평가에 대해 한 번도 깊이 고민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기초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아주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해 보자. 이차방정식의 해를 모르는 사람에게 근의 공식을 이용하여 해를 알려주는 것은 얼마의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F=ma, E=mc2의 가치는 얼마로 환산될 수 있을까? 요즘 주목받고 있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과 심층학습(deep learning)에서의 수학의 가치는 얼마 만큼인가?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성공에 수학과 물리는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였을까? 우리는 과연 이런 질문들을 가져보기는 하였는가?
지난 3월에 대학을 휴직하고 국가수리과학연구소(National Institute for Mathematical Sciences)에 근무하게 된 이후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우리 연구소의 가치를 어떻게 인정받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굳이 연구소의 영문 이름을 함께 적은 이유는 수리과학이란 단어 때문에 우리 연구소에 물 시료 분석을 요구하기도 하고 때로는 국가수라는 줄임말 때문에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로 오해받기도 한다. 그만큼 인지도가 낮다는 것이다. 우리는 수학의 중요성은 엄청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수학의 관심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까지이다. 또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그 누구도 수학을 포기하고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포자라는 단어는 만연되어져 있다. 하지만 수포자의 정확한 의미는 수능의 수학 포기자로 얘기하는 것이 맞다. 이 세상에 수학을 포기한 사람은 없다. 이 모든 문제의 발단은 바로 기초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발단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들을 간단하고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필요한 가장 필수적인 학문이 수학과 물리학이다. 실제 수학은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여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여 자주 언급되는 신기술 빅데이터, 기계학습 등에서 수학은 재조명받고 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 따라 우리 사회는 이제 수학이 연구실을 벗어나 세상의 필요와 함께하며 그 역할을 확대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사회도 기초의 진정한 가치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수학은 연구와 교육 그리고 그 기능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응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에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이러한 국가적·사회적 요구에 발맞추어 산업수학을 필두로 한 전략적 R&D 추진, 산업과 공공 영역의 수학적 문제 발굴 및 해결, 그리고 이를 통해 산출된 성과의 환류 등을 수행한다는 목표를 정하고, 수학을 통해 세상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서는 혁신적인 수학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세상을 놀라게 하는 스타트업들이 출현할 수 있도록 기업들과 현재의 R&D 협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뿐만 아니라, 수학 기반 스타트업들에 특화된 프로그램 및 문제해결 체계를 갖추어가고 있다. 또한 의료와 수학이 접목된 신규 연구 분야인 의료수학을 통해 최근 급증하고 있는 의료현장의 애로사항에 대한 수학적 해결 요구에 대응하고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도 수학이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산업을 포함하는 세상의 모든 문제는 적절한 모델링을 통하여 결국 수학 또는 물리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이렇게 발굴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학과 물리의 모든 기초 지식과 방법론이 활용된다. 이제 이런 기초의 중요성을 우리 시회가 인정해 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가야 한다. 이러한 여건이 조성되어 각종 분야에 수학이 함께 한다면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국가와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에 기초 중의 기초인 수학이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글은 한국물리학회에서 발간하는 웹진 ‘물리학과 첨단기술’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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