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기술혁신이 가져올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TePRI Report] 인터넷과 자율주행차가 대표적

‘lo’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69년은 과학기술사에서 바라보자면 두 가지 성취로 기억될 해이다. 하나는 인류가 지구가 아닌 천체에 첫 발을 디딘 것(1969년 7월 20일)이고, 다른 하나는 인터넷의 전신인 ARPANET이 최초로 연결되어 원거리간의 컴퓨터통신이 가능해진 것(1969년 10월 29일)이다. ‘lo’는 인터넷으로 전송된 첫 번째 메시지이다. 사실, 컴퓨터와 네트워크는 예나 지금이나 중요할 때는 거의 말썽이라, 로스앤젤레스의 UCLA에서 산호세의 SRI(Stanford Research Institute)로 ‘login’ 명령을 전송하였으나, 첫 두 글자인 ‘lo’만 전송된 후 시스템이 다운되었다고 한다.

인터넷, 컴퓨터, 스마트폰과 같은 과학기술이 우리 생활에 변화를 가져온 주인공이 아닐까 ⓒgettyimagesbank

1969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70년대 후반까지 이어진 대호황(Great Prosperity)의 중심을 통과하고 있던 때이다. 미국의 중산층은 해마다 두터워졌고, 가구의 실질소득이 높아졌다. 기술혁신에 기반 한 신제품이 개발되어 대량생산으로 이어졌고, 높아진 가구소득으로 다져진 탄탄한 수요와 어우러져 시장은 견고하였다. 영화 속에서 보았을 50년 전의 미국의 중산층의 가정을 떠 올려보자.

주차장에는 미국 빅3 자동차회사의 차 한 대가 서 있고, 거실에는 케이블방송에 연결된 TV(흑백 브라운관), 라디오, 에어컨 그리고 전화기가 있다. 주방에는 냉장고, 전자레인지, 가스레인지가 있고 커피포트가 물을 끓이고 있다. 그리고 집안 어느 곳인가에는 세탁기가 주부를 대신하여 열심히 빨래를 돌리고 있다. 세부적인 품질과 기능은 지금의 그것들과는 큰 차이가 있겠지만, 주요 생활필수품(가전)의 보급이 이루어져 현재의 중산층 가정의 모습과 비교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던 시절이다. 우리나라로 보자면 2000년과 2019년의 삶의 방식과 생활의 풍경이 크게 바뀌지 않은 것과 유사하다.

그러면, 지난 50년간 무엇이 우리 생활의 변화를 가져왔을까? 서두에 언급한 인터넷을 필두로 한 컴퓨터, 그리고 휴대폰(스마트폰)이 그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토양 삼아 성장한 디지털 스타인 Facebook, Apple, Amazon, Netflix, Google(FAANG)은 이제 오래된 전통산업을 위협하고,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아이들은 더 이상 공중파는 물론이거니와 케이블TV조차 시청하지 않는다. 오직 유튜브의 창으로 지식과 세상에 접촉하고 있다.

기계장치를 중심으로 130년을 넘게 발전해 온 자동차와 이를 중심으로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는 전통산업도 전동화와 자율주행을 키워드로 혁신적 변화의 시작점에 서 있다. KIST의 L3 연구동 지하주차장에는 전기차 급속충전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충전하고 있는 전기차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불과 1년 전만하더라도 낯설었던 파란색 번호판의 전기차는 KIST는 물론이거니와 서울시내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전기차 천국이라는 제주도 여행을 가보았다면 몇 년 사이 ‘내연기관차 반, 전기차 반’으로 바뀐 모습도 경험했으리라. 전기차의 미래는 자동차를 최초로 개발한 벤츠에서조차 더 이상 신형 엔진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한 발표로 가늠해 볼 수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등장으로 우리 생활은 또 한번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gettyimagesbank

유튜브에서 ‘자율주행(autonomous vehicle)’을 검색하면 광고와 보고서에서 보던 자율주행기술이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이 분야의 최상위 기술기업은 구글의 웨이모(Waymo)와 GM의 크루즈(Cruise)인데, 두 회사의 자율주행차가 가장 많은 시험주행을 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주행영상은 – 홍보를 위해 잘 구성된 영상으로 업로드 된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 숙달한 운전자만큼이나 유연한 판단과 능숙한 운전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자율주행시험을 하고 있는 모든 회사는 매해 운행현황에 대하여 교통안전국에 보고서를 제출한다. 그 데이터를 살펴보면 자율주행기술의 어디까지 진보하였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웨이모는 평균 17,847km, 크루즈는 평균 8,328km에 한 번, 차량의 자율주행에 대한 운전자 개입(disengagement)이 이루어졌다. 이 거리는 1년 전에 비하여 두 배정도 늘어난 거리이다. 일반적인 운전자가 1년에 만5천km를 주행한다고

보면, 1년 동안 겨우 한두 번의 운전자 개입이 필요할 뿐이다. (물론 그 시점에 적절한 운전자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고로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웨이모는 자율주행만으로 누적 1,300만km를 주행하였으며, 하루에 4만km씩 대체로 사고 없이 그 기록을 늘리고 있다. 기술적 의미에서의 자율주행은 어느덧 우리앞에 성큼 와 있다.

굳이 4차산업 혁명이라는 거창한 유행어를 끌어오지 않더라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다져온 산업사회의 버팀목들이 서서히 쇠퇴하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술공급에서 바라보자면 우리 KIST를 비롯한 R&D 혁신가는 가장 선두(frontier)에서 치열하게 과학의 탐구, 기술의 진보 그리고 지식의 축적을 이루어내고 있지만, 반대편인 시장수요에서 바라보자면 가장 후방에 있게 된다.

공공의 이익을 근간을 이루고 있는 출연(연)의 연구가 반드시 시장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겠지만, 사회와 공동체, 그리고 미래의 변화와 주파수를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저 차가운 남극바다에 힘차게 뛰어드는 퍼스트 펭귄이 될 수 있다.

* 이 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서 발간하는  ‘TePRI Report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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