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상상력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도

홍성욱 교수 고등과학원에서 '테크노-상상' 강연

“역사적으로 상상력에 대한 논의의 대부분은 예술과 문학의 영역이었습니다. 상상력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발전시켰던 흄이나 칸트도 마찬가지였죠. 1870년 영국진흥과학협회 기조강연에서 존 틴달이 상상력은 이성과 잘 결합했을 때 과학자들에게 강력한 무기가 된다고 주장을 한 적도 있지만 당시 그의 생각은 많은 비판을 받았을 만큼 받아들여지지 않았답니다.

한마디로 과학에서 상상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이제까지 치부되어 왔다고도 볼 수 있죠. 그러나 1970년대 하버드대학의 과학자 제럴드 홀튼인 저서 ‘The science imagination’ 출판되면서 그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2일 ‘분류, 상상, 창조’라는 고등과학원 초학제 학술대회에서 서울대학교 홍성욱 교수는 ‘테크노-상상’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이 강연에서 홍 교수는 “현재 과학적 상상력은 과거와 달리 긍정적 평가가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도 기술과 관련해서는 상상력을 논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이는 새로운 기술은 기술자들의 천재성이거나 사회 환경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을 했다.

하지만 그는 “기술에 있어 상상력은 그 기술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사용하는 방법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기술적 상상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술을 재조합하고 재창조할 때, 상상력 필요

특히 홍 교수는 기술에 있어서 상상력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되짚어봤다. 먼저 그는 기술에 있어서 상상력을 ‘조합의 상상력’이라고 언급을 했다. 사실 기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상상의 산물은 아니다.

늘 엔지니어들은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가지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데, 이때 기술은 근본적으로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을 연결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있는 것을 재조합하거나 재창조하여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홍성욱 교수 ⓒ고등과학원

홍성욱 교수 ⓒ고등과학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새뮤얼 모스는 원래 인물 화가였다. 그런데 전신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이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하는 도구를 만들었는데, 그때 사용된 물건들이 이젤 등 화실에서 사용되던 것들이었다. 비록 시작은 초라했으나 결국 그는 모스 부호를 만들어냈다.

헤르츠는 맥스웰이 이론을 바탕으로 전자기파 실험에 성공했지만 실험실 밖으로 나가면 전파를 얻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여 기술적 이용은 이루어지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마르코니가 헤르츠의 회로도를 바탕으로 기술을 완성시켰다. 그는 헤르츠의 실험의 결정적 문제로 ‘짧은 송수신 거리’라는 것을 파악하고 실험 장치를 개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유도코일의 크기와 절연을 보강하고 작은 송신 안테나 부착하여 송신기를 개량했다. 또한 코히러에 날개를 부착하여 민감도를 증가시키는 방법을 통해 수신기의 성능도 확실히 개선시켰다.

홍 교수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그 성능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문제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며 “상상력은 바로 그때 중요하게 작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때로는 기술적 아이디어가 경쟁자로부터 오기도 한다. 벨이 대표적이다. 1876년에 2월 14일에 벨과 그레이 동시 특허를 신청한다. 하지만 그레이는 멀티플 텔레그래프를 개발할 목적이었고 전화를 장난감으로 여겨 특허를 포기했다. 반면 벨은 전화가 새로운 세상을 열 것이라고 확신하며 자신의 기술의 문제점을 그레이의 가변저항을 이용해 해결해낸다. 그리고 우리가 알다시피 전화를 발명해 냈다.

 기술을 통해 과거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것들이 탄생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궁금증 하나가 생긴다. 전화는 1876년 7월 필라델피아 전람회에서 무시당하는 등 그 가치를 계속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어떻게 벨은 전화의 가치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일까. 시장조사라도 한 것일까.

홍 교수는 “전화와 같은 혁신적이고 중요한 발명은 세상이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 나오기 때문에 시장조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이는 그 발명품에 대해서 어떤 정보도 세상에 주어지지 않기 때문”고 에드윈 랜드의 말을 인용해 답을 했다.

좀 쉽게 설명하자면 새로운 인공물이 포함되어 돌아가는 미래 사회에 대한 상상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인공물은 기존의 제품의 기능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기도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기능을 낳기도 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엔지니어는 현재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가고픈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상상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가 만든 매킨토시를 예로 들어보자. 당시에는 IBM에서 만든 컴퓨터가 있었지만 대부분 군사용이거나 연구소용이었다. 그러나 매킨토시가 나옴으로서 해서 개인용 컴퓨터의 시대가 열렸다. 사람들이 컴퓨터를 가지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몰랐지만 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를 만들어 보여줌으로서 개인용 컴퓨터의 사용법과 그리고 그것이 가진 의미를 알게 됐다.

애플의 아이튠즈도 마찬가지이다. 음악을 공짜로 듣던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사고 듣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말을 했던 스티브 잡스. 유료 음악시장은 모두 실패할 것이라고 했지만 아이튠즈는 소비자, 판매자, 음악을 만드는 사람 등 모두를 상생의 길로 이끌었다. 아이튠즈라는 기술이 과거에 없던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홍 교수는 “새로운 인공물이 사람들의 새로운 행위와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간관계를 만들고, 새로운 문화와 사회를 낳음으로써 지금이 아니라 이렇게 새롭게 창조된 미래 속에서 잘 작동할 수 있다는 비전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기술을 발전시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때, 이 기술이 미래에 어떻게 쓰일지에 대한 생각은 엔지니어의 상상력에서 나오는데, 이것이 또 다른 테크노-상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1664)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