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

기술과 예술, 마케팅과 만나다

[인터뷰] 신기헌 미디어아티스트

천장에서 쇠구슬이 리듬을 타고 내려온다.  3차원 공간에서의 픽셀처럼 보인다.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이면서 어떤 형상을 그린다. BMW이다. 단순히 자동차 모형이 아닌 자동차가 디자인되는 과정을 추상적 픽셀로 그려내고 있다. (www.youtube.com/watch?v=6ZFHAZAkL2E)

이 작품은 미디어아티스트 그룹인 ‘아트 플러스 컴(art+com)’이 만들었다. 여기에 사용되는 기술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모듈로 구슬 하나 제어하는 것은 로우테크이다. 그러나 구슬이 많아지면서 한꺼번에 다량의 구술을 제어하는 것은 하이테크이다.  구슬 하나는 상당히 무겁다. 우리는 중력이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구슬을 공간에 띄움으로 해서 중력을 거스르고 있다. 그러나 기계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섬세한 예술작품으로 움직이며 반전을 보여준다.

미디어아티스트인 신기헌 작가는 “시간이 흐르면서 스토리텔링이 된다는 점과 기업이 가진 이미지를 직접적 과하게 광고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미지 떠올리고 고급스럽고 첨단의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디어아트를 기업 홍보에 잘 사용한 예”라고 설명했다.

미디어아트,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떠올라

최근 미디어아트가 더욱 대중으로 다가왔다. 기업제품이나 기업 이미지 홍보나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폐차 엔진과 부품을 해체해 조형물을 만들어 추억을 선물하는 마케팅을 진행한 현대자동차의 ‘브릴리언트 메모리즈(Brilliant Memories)’ 이다. 미디어아티스트 그룹인 ‘에브리웨어’에 의해 만들어진 이 작품은 자동차 핸들을 운전하듯 좌우로 돌리면 모니터 속에 도로가 나타나고 길거리 전광판 위로 한 가족의 추억어린 사진이 명멸되는 미디어 작품 ‘메모리얼 드라이브(Memorial Drive)’가 원작이다.

현대자동차는 미디어아트 그룹인 '에브리웨어'의 작품을 이용한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는 미디어아트 그룹인 ‘에브리웨어’의 작품을 이용한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 연합뉴스

미디어아트는 꼭 광고에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역 스퀘어 미디어파사드 등 다채롭게 마케팅 수단으로 도심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미디어아트가 적극 활용되고 있는 것일까.

“마케팅에서 아트는 아트가 가진 아름다움, 신비로움, 숭고함, 고급스러움, 희소성 등의 이미지를 브랜드나 상품의 이미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티스트나 작품이 가진 인지도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죠. 반면 테크놀로지는 테크놀로지가 가진 미래적, 진보적 도전적 이미지를 브랜드나 상품의 이미지로 이용할 수 있지요.”

신 작가는 “이 모든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이 미디어아트”라며 “익숙함을 넘어서는 낯설면서 놀랍고 반전 있는 메시지 전달에도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아트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다른 장르에 비해 쉽게 대중에게 다가서는 것도 있고 시너지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오픈소스 등이 일반화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 강화되고 있다. 눈여겨 볼만한 점은 이런 경향이 과학자와 예술가 두 주체에 자극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 작가는 “결국 기술은 얼마나 많은 시나리오를 생각하느냐에 따라 표현 범위가 넓어지고 활용도도 높아지는데, 미디어아트와 같은 장르가 과학자에게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여력을 만들어주고 예술가에게는 기술을 통해 새로운 표현을 고민하게 만든다.”고 언급했다.

새로운 역할, 융합적 매개자가 필요

하지만 서로에게 자극을 주면서 지속적인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역할자가 필요하다. 아티스트들이 상상을 구현할 수 있는데도 역시 한계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늘 하이테크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기에 적절한 기술과 예술을 조화시킬 수 있는 매개자 역할이 중요해졌다. 과학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안하고 자신들의 기술을 좀 더 대중적 언어로 풀어줄 연결자가 필요하다.

매개자들은 아티스트, 엔지니어, 마케터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 가능하거나 세 가지 분야 사이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미디에이터(mediator) 역할이 가능해야 한다. 테크 큐레이터(tech curator)도 되어야 한다. 미디어아티스트가 언제나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미 존재하고 있는 익숙한 테크놀로지를 아티스트 관점에서 큐레이션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에 대한 검증을 통해 도전의 확신을 심어주는 역할도 수행해야만 한다. 매스 커뮤니케이터(mass communicator)도 되어야만 한다. 미디어아티스트의 독립성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스토리텔링으로 언어를 번역해 대중들의 이해를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미디어아티스트 신기헌 ⓒ 신기헌

미디어아티스트 신기헌 ⓒ 신기헌

 

신 작가는 이런 새로운 능력을 옆으로 연결해 나가는 전문성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왜 이런 능력이 필요한지를 게임에서 사용되는 ‘테크트리(tech tree)’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테크트리’는 게임에서 레벨이 올라가면서 얻을 수 있는 포인트로 유저가 얻을 수 있는 기술, 건물 등을 나무 형태의 ‘계통도’로 정리한 것을 말한다. 테크트리는 처음에 빈약했던 자원과 기술을 발전시켜 테크트리의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해 상대를 압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RPG 게임에서의 직업이나 스킬을 선택하는 것, 시뮬레이션 게임에서의 빌딩이나 테크를 선택하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보면 유저들 사이에서 ‘이런 테크트리를 위해 이렇게 스킬 포인트를 배분해야해!’라는 강압적인 분위기가 존재한다. 그 결과 캐릭터들도 획일적이다. 같은 계통의 테크트리를 탔기 때문이다. 건물이나 무기 등이 같은 셈이다. 그런데 요즘 달라지고 있다. 하나의 강력한 테크트리만이 아닌 다양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도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게임의 밸런스가 조절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다양한 테크트리가 존재하고 있는 것. 한 가지 높은 레벨의 기술이 아닌 낮은 수준의 다양한 기술이 게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신 작가는 “하나의 테크트리에서 레벨을 끝까지 채우는 것만이 아니라 낮은 수준의 스킬 포인트를 다수 채워나가는 사람들도 게임 내에서 역할이 주어질 수 있는 사례가 더 많아졌다.”고 이야기 했다. 이어 그는 “우리사회도 이러한 다양성이 무수히 많아질 때, 기대하지 못했던 새로운 역할들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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