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으로 돌아가 근본부터 혁신하겠다”

[과학과 기술 인터뷰대담] 조율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글: 류준영 머니투데이 정보미디어과학부 기자(과학과기술 편집위원)

열심히 해봐야 성과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환부가 깊다면 시간은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이미 저질러진 짐을 대신 떠안는 꼴이라 고약한 ‘프레임’에 걸렸다고 욕할 수 있다. 신임 기관장에겐 결코 반갑지 않은 미션임이 분명하다. 본질을 외면하거나 무시하거나 모른 척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율래 신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내외부가 모두 납득할만한 재단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가 이렇게 마음먹은 이유는 사안이 엄중한 데다 무엇보다 과학기술계가 앞으로 맞닥뜨릴 시대 변수가 넘치고 넘친 탓이다.

과학창의재단의 불편한 현실을 잠깐 소개하면 이렇다. 과학창의재단은 과학기술문화 확산과 창의적 인재육성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 기관으로, 연간 1,100억 원의 정부 예산을 쓰고 있다. 몇 년 간 이사장 중도사임으로 인해 계속된 리더십 공백이 있었고, 지난해 비위사실 적발과 내부 고발 등의 내홍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강력한 기관 쇄신과 기관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후 과학창의재단은 비상 경영혁신위원회를 열어 자구책 마련에 나섰고, 올해 초 새 이사장으로 조율래가 선정됐다. 박빙의 경쟁에서 그의 낙점을 과학기술계는 ‘해결사의 등장’으로 해석했다. 조 신임 이사장은 「과학과기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 신뢰 회복을 추진해야 하는 어려운 자리에 임하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 데다 코로나19, 한국형 뉴딜, 탄소 중립 등 적잖은 각종 과학기술 이슈가 제기되면서 창의재단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역할 재정립을 시급히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근본혁신·역량 강화방안 재단 이끌 나침반 될 것

‘기관 책임론’이 나올 때면 분야를 막론하고 어김없이 등장하는 게 있다. 기존 사업의 체계·구조 조정이다. 조 이사장은 재단의 역할을 원점에서 고민하며, 신중하고 확실하게 사업 조정에 나섰다. 그는 기존 운영하던 사업 중 기관의 정체성과 관계없는 교육 사업은 모두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과학, 과학문화, 과학 융합인재, 과학·수학·정보교육 등을 중심으로 기관 기반을 다시 닦을 겁니다. 기관의 정체성과 미션에 맞지 않는 사업을 재점검하고 정리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과학문화 활동조사보고서발간 등 공공부문 역할 재정립 방안 마련할 것

조 이사장이 속도를 붙이고 있지만, 일각에선 내용이 밋밋하게 나오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조 이사장은 이에 대해 ‘핀셋·메스 정책’을 보고서로 만들어 발표하겠다며 지켜봐달라고 했다. “근본 혁신방안이 마무리되면 이행 결과 보고서를, 재단의 역할 재정립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과학문화 활동조사보고서’를 발간하겠습니다. 또 상반기 내에 정책자문위 신규 구성, 국민참여단 운영 등도 완료할 계획입니다.”

4월은 ‘과학의 달’이자 따뜻한 봄날이다. 과학창의재단, 나아가 코로나19로 꽁꽁 언 과학기술 문화계에도 봄이 올까. 조 이사장의 기관혁신과 신(新)과학문화·인재 육성에 대한 머릿속 밑그림을 들어봤다.

조율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Q.지난해 내부 비리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과학창의재단 운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A. 빠른 시간 안에 최소한의 대외적 신뢰를 회복해 나가겠습니다. 지난해 9월, 재단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근본 혁신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부터 시작해 재단이 제대로 변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겠습니다. 근본 혁신방안이 마무리되면 이행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겠습니다. 올 상반기에 마무리될 겁니다. 이후에는 ‘역량 강화’ 측면에서 재단 운영의 방향성을 설정해 나가겠습니다.

그러려면 전체 조직의 문제해결 역량을 높여야 하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혁신의 내재화 차원에서도 역량 강화가 필요합니다. 그 때문에 사업 역량, 조직 역량, 직원 역량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진단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재단 역량 강화 방안’도 발표할 텐데 향후 재단을 이끌어 가는 주요한 나침판과 방향성으로 삼겠습니다. 경영 직원뿐만 아니라 재단 노조와도 협력해 재단 구성원 전체가 함께 만들어 가는 미래 청사진으로 기능하길 기대합니다.

 

Q.취임 간담회에서 기관 정체성에 혼란을 주는 사업을 정리해 역할을 재정립하겠다고 하셨습니다.

A. 기관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은 점검하여 조정하겠다는 겁니다. 주요 사업에 따라 재단에 기대하는 역할은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과학문화의 경우에는 관련 주체가 다양화·다원화되는 등 변화되는 환경을 고려해 재단의 역할을 다시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선 올해에는 ‘과학문화 활동조사보고서’를 발간해 국내 다양한 주체들의 과학문화 활동현황을 점검하겠습니다. 이를 토대로 공공부문인 재단의 역할을 재정립할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과학·수학·정보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창의적 인재육성은 그간 학교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며 사업을 수행해 왔습니다. 덕분에 학교 현장에서는 현장밀착형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해 있습니다.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초·중등생의 과학·수학 기초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초·중등교에서 정보교육 필수화에도 재단이 중심적 역할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AI 적용 확대, 고교학점제 도입 등 학생 주도형, 개인 맞춤형 교육환경으로 개편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재단이 수행해 온 다양한 사업 경험·역량을 활용하여 AI 교육 플랫폼에 활용될 콘텐츠 개발, 데이터 축적 등 교육혁신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분야를 지속해서 고민하겠습니다. 과학적 소양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과학 기반의 사회로 성장해 나가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문화와 창의적 인재육성은 각각 분리된 개념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준비하고 과학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한 기반입니다. 재단은 이런 재단의 사업 특성을 살려 각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의 접점으로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사업 관리 전문·투명성 높일 사업관리전문위신설]

Q. 기관 운영의 윤리성·투명성 측면에서 어떤 혁신 방안을 가지고 계십니까.

A. 윤리적 경영과 도덕성은 건물의 주춧돌입니다. 문제가 되면 순식간에 전체가 무너지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앞으로 중대 비위발생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입니다. 이런 가치를 기반으로 재단은 공정하고 투명한 환경조성을 위해 준법업무지원제도를 마련했으며, 직원과 외부 이해관계자 대상으로 청렴인식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2월에는 ‘사업관리 전문위원회’를 신설했습니다. 전문위원회는 사업계획에 대한 자문, 공모 지원형 과제에 대한 선정평가 위원 추천 등 역할을 수행해 사업관리의 전문성·투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부정행위 검증체제 및 이의신청제도 운영 지침도 마련하는 등 윤리 확보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습니다.

 

[‘4C’ 역량 갖춘 새로운 과학융합인재양성]

Q. 학령인구의 감소로 양보다는 질, 한 명의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더 중요한 상황이 됐습니다. 과학융합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A. AI와 빅데이터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은 100여 년에 걸쳐 이어져 온 전통적인 교육 패러다임의 전면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급격하게 변화하게 될 미래 사회를 주도할 수 있는 과학융합인재는 4C 역량(Creativity·Critical thinking·Collaboration·Communication)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덧붙여 우리 아이들이 당면하게 될 현실 세계의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것입니다. 이에 대비해 엄청난 속도로 생산되는 데이터를 해석 및 활용할 수 있는 역량과 컴퓨팅 사고력을 바탕으로 AI와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재단은 다음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과학융합인재양성을 지원하기 위해 알지오매스, AI 교육 플랫폼과 같은 학습자 주도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지속해서 개발·확산하는 한편, 4C 역량 함양을 위한 SW·AI·STEAM(스팀) 기반의 혁신 교수 학습자료개발·보급하고, 현직교원과 예비교원의 교육역량 강화를 통해 학교 교육현장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미래의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핵심 인재 확보·육성 위해 다양한 주체와 협력 필수]

Q. 과학·수학 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어떤 목표와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또 최근 범부처 합동으로 ‘대전환 시대, 혁신을 선도하는 과학기술 인재강국’이라는 비전을 담아 「제4차 과학기술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다가올 새로운 격변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특정 부처나 기관이 아니라 범부처 차원에서 역할 분담과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특히, 인공지능과 첨단 과학기술의 근간이 되는 수학, 과학교육 분야는 더 그러합니다. 학교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교육부뿐 아니라 관련 정부 부처, 기관, 기업, NGO와 같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협조가 필요합니다.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은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우리 헌법에서 보장한,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보편적 가치이자 권리로서 교육이 있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 각국이 무한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경제 성장과 국가 발전을 위해 필요한 핵심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하는 관점입니다.

이 두 관점을 모두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와 과기정통부가 서로의 역할을 나누고 협조할 부분, 협업할 수 있는 정책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재단은 오랜 시간, 과기정통부와 교육부의 사업을 함께 수행하면서, 풍부한 사업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왔습니다. 저는 재단이 수학, 과학교육 정책의 수행기관이자 양 부처의 정책 공조를 지원하는 조정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서, 현장성과 전문성을 함께 갖춘 전문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조직을 정비해 나갈 계획입니다.

 

 

Q. 고교학점제의 시행 등으로 초·중등학교에서의 과학교육에 큰 변화가 예고돼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이 확대되면 초·중등학교에서 어렵고, 재미없는 과목으로 알려진 과학은 실질적으로 퇴출당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A. 두 가지의 주장, 즉 과학이 쉽고 재미있는 과목이어야 한다는 주장과 학업 부담이 따르더라도 수학, 과학 교육을 양적, 질적으로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마치 같은 선상에서 대립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이 조금 안타깝습니다.

과학이 쉽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AI 시대를 살아가는 보편적 삶의 모습에서 이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즉 우리 삶을 위해 필요한 생활 속 과학, 일상의 과학은, 학교 교육이나 과학문화의 영역에서, 다양한 콘텐츠와 전달 수단을 통해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또 한편으로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 과학교육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고교학점제의 원래 취지는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게 자기 주도적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데 있습니다. 미래 사회는, 첨단 과학기술 관련 직업이 선호도가 높을 것이므로 과학 과목들이 대학 전공이나 직무에 맞게 재구조화된다면, 학생들도 자신의 적성이나 진로를 고려해서, 적절하게 자신에게 필요한 과학 과목을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학, 과학 교과의 학습 내용이 다소 어렵다고 하더라도 학교수업이 참신하고 재미있다면,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진로, 직업과 연계가 될 수 있다면 단순히 어렵다는 이유로 과학 과목들이 외면받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에서 여러 변화가 필요합니다. 온-오프라인 혼합수업, 디지털 기기의 전면 활용, 지능형 과학실을 통한 탐구실험 수업, 체험탐방형 진로교육 확대 등과 같이 학교 과학교육 방식을 전체적으로 변화,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혁신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교육부와 과기정통부의 협업이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게 과목을 선택하려면 전공 분야나 직업에 대한 사전 정보가 중요한데, 과학기술 출연연구소, 과기특성화대학, 과학관 등 과기정통부 산하의 기관들을 연계해 전문가 진로강연, 오픈랩 프로그램, 첨단 실험기기 활용 지원 같은 프로그램들을 제공한다면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Q. 끝으로 오는 4월 21일 ‘과학의 날’을 맞이해 창의재단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소개해주십시오.

A.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뉴노멀 등 새 기회로 만드는데 큰 공헌을 한 과학기술의 힘을 집중 조명하겠습니다. 특히,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과학기술 이슈인 바이오, 탄소중립, 우주개발 등으로 4월 한 달간 다양한 과학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온라인 기반의 강연, 교육, 토크쇼는 물론 기획특집 영상과 캠페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며, 출연연, 과학관, 과학문화거점센터, 과학문화도시 등 지역의 과학문화 유관기관에서 4월 한 달간 추진하는 과학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한 눈에 보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발간하는 ‘과학과기술’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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