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기계문명의 미학적 가능성을 제시한 ‘페르낭 레제’

[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19세기 후반 인상주의(Impressionism)를 대표하며 ‘근대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폴 세잔(Paul Cezanne, 1839~1906)은 “자연의 모든 것은 원기둥, 구, 원뿔로 이루어졌다.”라고 하였고, 자연과 사물에 대한 이러한 독창적인 예술적 인식 태도는 20세기 미술의 새로운 포문을 열며 입체주의(Cubism) 미술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입체주의 미술의 창시자인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는 “나의 유일한 스승, 세잔은 우리 모두에게 있어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라고 밝힌 바 있으며, 자연의 여러 가지 형태를 기본적인 기하학적 형상으로 환원하고, 사물의 존재성을 이차원의 타블로(tableau)로 재구성하고자 했다.

페르낭 레제(Fernand Leger, 1881~1955),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 1882~1963),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 프랑수아 쿠프카(Frantisek Kupka, 1871~1957), 로버트 들로네(Robert Delaunay, 1885~1941) 등은 피카소와 함께 입체주의 예술운동을 전개한 대표적인 예술가들이다.

Soldiers Playing Cards Ⓒ Fernand Leger

프랑스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페르낭 레제는 세잔 사후 1년 뒤 1907년 개최된 대규모 회고전에서 큰 감명을 받고, 1910년 무렵부터 입체주의 미술 운동에 참가하게 된다. 특히 페르낭 레제는 입체주의 양식에 기반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표현 기법을 개발했는데, 입체주의라는 명칭을 탄생시킨 미술비평가 루이스 보셀(Louis Vauxcelles)은 이를 ‘튜비즘(Tubism)’이라고 명명했다.

페르낭 레제의 1917년 회화 ‘카드놀이하는 병사들(Soldiers Playing Cards)’은 단순화된 색채와 원통형의 추상적인 형태들로 구성된 인물에 초점을 맞춘 ‘튜비즘’의 표현 양식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그의 ‘기계문명 시대의 예술’, 즉 ‘다이너미즘(Dynamism)’이 시작되었음을 암시한다.

Ballet Mechanique Ⓒ Fernand Leger, Dudley Murphy

페르낭 레제는 미술뿐 아니라 비킹 에겔링(Viking Eggeling), 한스 리히터(Hans Richter), 르네 끌레르(Rene Clair), 만 레이(Man Ray) 등과 함께 유럽의 전위적 실험영화운동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더들리 머피(Dudley Murphy, 1897~1968)와 함께 1924년 인간과 사물, 그리고 기계 간의 관계성을 탐구한 단편 실험영화 ‘기계적 발레(Ballet Mechanique)’를 만들었다. 이 작품의 음악은 조지 앤타일(George Antheil, 1900~1959)이 맡았다.

‘기계적 발레’는 영상의 리드미컬한 운동을 극도로 발휘하여 영화의 시각적 순수화를 목표로 하는 1920년대 비서사 영화(Non-narrative Film)와 순수영화(Pure Cinema)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영화는 그네를 타는 여성, 시계추의 왕복운동, 놀이기구의 회전, 기계장치의 폭발적인 운동, 숫자와 기호, 마네킹 여성의 다리, 포도주 병 등의 분절적 이미지들을 다중노출, 클로즈-업, 반복 쇼트, 컷-아웃 애니메이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가속 몽타주 기법을 활용하여 숨 가쁘게 보여준다. <관련동영상>

Construction Workers Ⓒ Fernand Leger

자연과 사물, 그리고 인물을 기계장치처럼 공학적으로 재해석하여 표현하는 페르낭 레제 특유의 ‘튜비즘’ 스타일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 이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Propellers 2nd State(1918)’, ‘The Сity(1919)’, ‘The Breakfast(1921)’, ‘Still Life with Candlestick(1922)’, ‘Woman with a Book(1923)’, ‘Mechanical Compositions(1923)’, ‘Abstract Composition(1924)’, ‘Red Pot(1926)’, ‘Mona Lisa with the Keys(1930)’, ‘The Kneeling Woman(1934)’, ‘The Man in the Blue Hat(1937)’, ‘Acrobats in Gray(1944)’, ‘Acrobats and Clowns(1950)’, ‘Construction Workers(1950)’, ‘Manufacturers with Aloe(1951)’ 등은 그의 대표적인 ‘튜비즘’ 작품이다. <관련동영상>

베네수엘라 중앙대학 벽화 Ⓒ Fernand Leger

현대 기계문명의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을 제시한 페르낭 레제는 작품 속에서 특히 사회 발전을 일궈 나가는 평범한 민중들의 밝고 건강한 모습을 많이 담았다. 그리고 그는 후반기에 들어서 회화 작품 이외에도 ‘걷고 있는 꽃(Walking Flower)’과 ‘베네수엘라 중앙대학 벽화’ 등과 같이 야외 조각, 벽화, 모자이크, 스테인드글라스 등을 통해 공공적 장소에서 폭넓은 작품 활동을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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