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온라인 과학축제] 사이언스 토크쇼(3) - 과학으로 만화 그리기
“앞으로 인간은 10년 후 혹은 길게 보면 100년 후쯤에는 출산을 안 하게 되지 않을까요? 대신 출산해 주는 대체재가 나올 것이라고 상상했어요.”
김준범 작가는 인간이 미래에는 직접 출산을 하지 않고 기계에 의해 아이를 낳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1년 전인 1989년도에 ‘기계전사 109(서울문화사 펴냄)’를 세상에 내놓으며 국내 SF만화계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는 그는 지난 22일 ‘2020 온라인 과학축제 – 사이언스토크쇼’에 나와 SF작가로서 보는 과학과 만화에 대해 흥미로운 토론을 벌였다.
인간이 기계의 몸을 빌려 태어난다면, ‘호모 안드로이드’
55년 전 이정문 화백은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상상해 그렸다. 그가 1965년도에 그린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에 보면 태양열 주택, 움직이는 도로(무빙 워크), 전기자동차가 등장한다.
영상통화가 가능한 휴대폰, AI 스피커, 온라인 학습 등 달나라로 수학여행을 간다는 설정 한 가지만 제외하면 지금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과거 많은 SF 작가들이 꿈꾼 미래의 모습과 일치한다. 크리에이터들이 상상한 꿈을 과학자들의 혁신으로 이룬 결과다.
이제는 ‘인간이 기계의 인공 자궁에서 태어난다’는 설정 또한 아주 허무맹랑한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4월에 발간된 영국의 의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린 논문 결과에 의하면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 병원 앨런 플레이크 박사 연구팀은 조산한 새끼 양을 인큐베이터가 아닌 인공 자궁으로 살려냈다.
연구팀은 인공 자궁안에 들어간 새끼 양의 탯줄을 튜브와 연결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며 새끼 양 8마리를 인공 자궁에서 3~4주간 생존시키는 데 성공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 병원 연구팀은 지난 2017년 엄마의 자궁과 같은 환경을 조성해 새끼 양을 살려내는데 성공했다. ⓒ Children’s Hospital of philadelphia
앨런 플레이크 박사는 “3~5년 내 조산아를 대상으로 인공 자궁 기술을 실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만약 플레이크 박사의 말처럼 인공 자궁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달한다면 조산아도 인공 자궁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작가의 상상력은 늘 과학을 앞선다. 김 작가가 상상하는 인공 자궁이란 단순한 인공 자궁이 아니다. 사이보그가 인간의 유전자를 받아서 기계의 몸속 인공 자궁을 통해 아기를 출산한다는 설정이다.
김준범 작가는 “인간이 언젠가 기계의 인공 자궁에서 태어난다면 인간도 기계도 아닌 중간의 존재인 새로운 인류의 탄생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새롭게 탄생한 종을 그의 작품 세계 속에서 ‘호모 안드로이드’라고 명명했다.
김 작가가 30여 년 전 펴낸 ‘기계전사 109’의 세계관을 이어받아 3년 전 발표한 웹툰 ‘프로토 109’에서는 여성 사이보그가 인간의 유전자를 받아서 ‘데이모스’를 낳는다.
‘기계전사 109’에서 사이보그 반란을 주동하는 빌런 ‘데이모스’가 전작에서는 인간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는 인간과 기계의 ‘혼합종’이라는 설정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인간의 유전자를 가지고 인간의 몸을 한 사이보그가 낳은 ‘데이모스’가 ‘호모 안드로이드’라 할 수 있겠다.
서로를 닮고 싶은 인간과 기계, 앞으로 어떻게 공존해야 할까
김준범 작가의 ‘기계전사 109’는 벌써 30여 년 전 ‘고전’이 되어버렸다. ‘기계전사 109’는 인간에게 착취당하는 사이보그들이 인간과 대항해 싸우는 내용이다.
‘기계전사 109’은 인간의 잔인함과 비합리성을 고발한다. 작품 속 인간들은 인간과 동일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생명력은 없는 사이보그를 인간에게 무조건 충성해야 하는 기계에 지나지 않으며 쓸모없으면 언제든지 버리고 새로 구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계전사 109’에서는 기계 비율과 생체 비율에 따라 인간과 사이보그가 나뉜다. 사이보그로 규정되면 ‘노예’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생체 비율이 51%가 넘으면 인간으로 인정받지만 생체 비율이 낮을수록 사회의 차별을 받는다.
인간의 몸에 기계가 삽입되는 것은 이미 낯선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인간의 몸에는 인공혈관, 관절, 심장, 신장 등 다양한 인공장기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3D 프린터 기술의 발달로 의수, 의족 등 신체 부위를 예전보다 쉽게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의료용 기계뿐만이 아니다. 기계는 인간의 몸을 물리적으로 증강시켜준다. 군사용 목적으로 만들어진 외골격 슈트는 자신의 몸보다 17배 높은 힘을 가질 수 있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의 외골격 슈트는 휠체어에서 내려 직접 걸을 수 있도록 해준다.
만약 기계를 몸속에 삽입할 수 있다면 어디를 바꾸면 좋을까.
목정완 과학커뮤니케이터는 ‘기계를 몸에 이식한다면 어떤 부위를 하고 싶은가’ 질문을 던졌다.
김 작가는 ‘실리콘 인간’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실리콘 인간’은 행성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몸체를 가진 인간이다.
과학이 작가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준다면 우리도 먼 훗날 우주를 자유자재로 여행하는 ‘실리콘 인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50여 년 전 상상이 지금 실현되고 있는 것처럼 크리에이터와 과학자가 만들어갈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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