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금을 이용한 고효율 연료전지 촉매

[과학자의 연구실] [인터뷰] 김상훈 KIST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 박사

활성이 높은 나노구조의 금박막. 이를 활용한 높은 효율의 연료전지 촉매가 개발됐다. 국내 연구진이 나노구조화 된 금 박막에 금속산화물 입자를 입혀 연료전지의 수소산화반응 효율을 높인 것이다. 연구결과는 ‘케미컬 커뮤니케이션즈(Chemical Communications)’ 지에 5월 11일자 온라인판 표지논문(inside back cover)으로 게재되기도 했다.

연구를 진행한 김상훈 KIST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백금 촉매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로 금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며 “복잡한 구조의 금 박막재료가 수소산화 반응에 어떻게 촉매로 작용하는지 원리를 밝혀 고효율의 연료전지를 개발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KIST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 박사 ⓒ 김상훈

김상훈 KIST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 박사 ⓒ 김상훈

촉매 반응효율 향상시키는 원리

“금은 크기가 클 때는 반응성이 없는 물질입니다. 때문에 매우 안정적이고 잘 변하지 않아요. 변치 않고 항상 안정적이며 진한 노랑계통의 색을 지니고 있어서 금은 대표적인 귀금속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금을 촉매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여 년 전, 일본의 하루타 박사가 우연히 금 입자의 크기가 나노미터 수준으로 작아지면 매우 활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 뒤로 나노크기의 금입자를 이용한 촉매연구가 활발히 진행됐죠. 저희 팀은 나노구조를 갖는 금을 촉매로 이용, 연료전지의 기본반응인 수소산화반응에 대한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김상훈 박사팀은 금 나노입자와 비슷한 촉매활성을 보이면서도 지지체나 전극에 고정시키는 추가 공정이 필요 없는 나노구조의 금 박막을 개발했다. 해당 재료는 기존 백금촉매와는 다르게 일산화탄소 흡착에 의한 성능저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저비용 고효율의 연료전지 개발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일반적인 촉매를 사용할 때 일산화탄소의 산화반응은 최소한 100℃를 넘어야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1~3 나노미터(nm) 정도의 금 입자는 같은 반응을 영하온도에서도 가능하게 할 정도로 활성이 높아요. 이러한 금 나노촉매를 촉매나 전극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기가 흐르는 몸체에 금 나노를 고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고정 과정이 만만치 않아요. 지지대에 고정이 됐다 해도 반응 중에 금나노 입자가 떨어져 나가 유실되기 쉽죠. 뿐만이 아닙니다. 금나노입자를 전극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지지대가 전기를 통해야 하는데 전도성을 가지면서 금나노입자를 강하게 고정할 수 있는 지지대를 찾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금과 실리콘을 동시 증착한 합금박막을 실리콘 기판위에 100 nm 정도 두께로 기른 뒤, 합금 내 실리콘 원자들을 화학적으로 녹여냈다. 녹아나간 부분에는 금나노구조의 불안정한 금표면 원자가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만큼, 연구팀은 이 현상들을 이용해 실험을 이어갔다.

“금나노입자의 활성은 일반적으로 입자표면에 노출된 불안정한 표면원자들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불안정한 표면원자들만 많이 노출되면 됩니다. 입자 크기가 꼭 나노미터일 필요도 없어요. 저희 연구팀은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한 몸체로 박막형태로 연결돼 있는 나노구조는 그 자체가 이미 전기를 통하는 일체형 박막이기에 따로 지지대에 고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자체를 전극이나 촉매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죠.”

나노 금 박막은 박막의 한쪽 끝을 장치에 연결시키면 바로 전극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극이나 촉매가 필요한 장치에 바로 쓸 수 있다. 기존 연료전지 백금촉매는 일산화탄소 흡착이 매우 강했다. 때문에 흡착한 일산화탄소가 표면을 덮어버려 촉매성능이 급격히 낮아지는 일산화탄소 피독 문제가 있었다. 금은 이러한 문제를 갖고 있지 않아 연료전지용 수소산화반응 촉매로서의 장점이 있었지만 금 박막 자체의 촉매 성능이 그리 높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속산화물인 이산화티타늄 입자를 금 박막에 뿌렸고 그 결과 이산화티타늄입자가 금 박막과 만나는 경계면에서 촉매활성이 최대 5배 높아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나노구조화된 금박막에 TiO2 입자(분홍색)가 분산되어 있고, 그 표면에서 수소분자(파란색)가 산소분자(빨간색)와 반응해 물분자 (왼쪽 상단)로 산화되는 과정을 그린 개념도 ⓒ KIST

나노구조화된 금박막에 TiO2 입자(분홍색)가 분산되어 있고, 그 표면에서 수소분자(파란색)가 산소분자(빨간색)와 반응해 물분자 (왼쪽 상단)로 산화되는 과정을 그린 개념도 ⓒ KIST

촉매효율 최대 5배 높인 기술

좋은 연구결과를 얻을 수 있었지만 과정 가운데에는 여러 어려움도 발생하곤 했다. 김상훈 박사는 “가장 큰 난관은 예상외로 촉매활성이 너무 낮았던 점”이라며 “금나노입자의 효율이 높다고 알려진 반응은 일산화탄소의 산화반응이다. 이 반응은 심지어 영하의 조건에서도 일어난다. 그에 비해 수소산화반응을 금 나노구조나 입자로 연구한 사례는 기존에 거의 없었고, 우리가 실험을 진행했을 때 활성이 매우 낮았다. 이 과정을 극복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이야기 했다.

앞서도 언급했듯 어려움을 거쳐 진행된 이번 연구는 촉매효율을 최대 5배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기존에는 금을 나노구조화 해도 수소산화반응에 대해 효율이 매우 낮았던 만큼 이와 같은 결과는 매우 큰 가능성을 제시한 것과 같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이번 연구는 기존 나노구조 금박막을 제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산화티타늄 입자를 성공적으로 분산시켜서 금속-금속산화물 복합체를 성공적으로 제작한 것에 핵심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금나노구조 박막은 금-은 합금 덩어리에서 은을 질산으로 녹여내 만들었어요. 두께가 최소 100 um 정도로 두꺼운 편인데 우리 연구에서는 실리콘 기판 위에 100 nm 정도만 증착해서 제작하므로 금 소요량이 1/1000 정도로 줄어들었어요. 이 점이 기존의 다른 연구와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죠.”

“해당 연구는 작년 초부터 시작됐어요. 약 일 년 반 만에 첫 결실이 나왔습니다. 다행히도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아 매우 기쁩니다. 앞으로 그동안 쌓아온 나노구조 금박막 제작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더 효율 높은 촉매를 제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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