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근접 공중전서 비장의 카드가 될 ‘코브라 기동’

[밀리터리 과학상식] 적기에게 뒤를 잡혔을 때 공수 관계 역전 가능

코브라 기동의 개념도. 기수가 항공기 진행 방향 뒤를 볼 정도의 초고받음각, 실속 수준의 저속 영역에서도 항공기의 비행 안정성을 잃지 않고, 비행 상태를 원상복구하는 항공 기술과 조종 실력이 핵심이다. ⒸWikipedia

1996년 제1회 서울 에어쇼에 소개된 러시아의 Su-30, Su-37 플랭커(우리나라에서는 제작사의 풀네임인 ‘수호이’로 더 잘 알려졌다) 전투기는 고난도 전투 기동인 코브라 기동을 선보여 화제가 되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러시아 첨단 항공기술의 극치’, ‘수호이 전투기만이 가능한 전투 기동’으로 알려졌던 코브라 기동. 과연 그 실체는 무엇일까.

높은 수준의 기체와 조종사가 있어야

코브라 기동의 목적은 근접 공중전 중 적기에게 뒤를 잡혔을 때, 적기를 추월시켜 형세를 반전시키기 위함이다. 근접 공중전의 속도 영역인 아음속으로 비행하던 항공기가 기수를 급하게 진행 방향과 수직으로 들어 올린다. 그다음에는 살짝 뒤쪽으로 젖히기까지 한다. 이러한 초고받음각 비행으로 일어선 기체는 전체가 에어 브레이크로 작용, 기체의 대지 속도는 일시적으로나마 실속 속도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속도를 줄이지 못한 적기가 추월하면 다시 기수를 낮춰 기수를 진행 방향과 평행하게 한 다음 속도를 높여 정상 비행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고도의 변화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코브라 기동은 코브라 상승, 코브라 실속, 코브라 선회, 코브라 배럴 롤, 코브라 호버 등의 다양한 파생 기동도 낳았다. 모두 코브라 기동 후 일반적인 수평 직선 비행 상태로 되돌아오지 않고, 다른 기동에 바로 연계하는 것들이다.

코브라라는 명칭의 어원은 분명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기동 중 기수를 들어 올린 항공기의 모습이 머리를 세운 코브라의 모습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코브라 기동이 가능하려면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항공기의 받음각 변경 속도가 매우 빨라야 한다. 그리고 일시적 실속에 따르는 하중에도 기체가 버텨야 한다. 코브라 기동 중에도 고도를 유지하기 위해 엔진 추력이 강해야 한다. 또한 항공기의 피치 제어, 받음각 안정성, 엔진 대 흡기 호환성이 뛰어나야 한다.

즉 고성능의 항공전자 장비를 통해 항공기의 비행 상태를 정밀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추력 편향 노즐, 카나드 등 고난도 기동을 돕는 기기가 있는 경우 코브라 기동을 더욱 쉽게 구사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조종사의 조종 기량 역시 뛰어나야 함은 물론이다. 코브라 기동이 일반에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러시아 내에서 이 기동을 할 수 있도록 인가받은 조종사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수호이사의 전매특허는 아니다

속설과는 달리, 사실 코브라 기동은 수호이사의 전투기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호이사의 전투기들이 처음 선보인 것도 아니었다.

이미 1960년대부터 스웨덴, 시리아 등의 공군 조종사들이 다른 회사에서 제조한 전투기로 코브라 기동을 해냈다. 그러나 그것들이 일반인들이 볼 수 없는 국경 초계 비행이나 공군 훈련 상황에서 벌어졌던 데 비해, 수호이 전투기의 코브라 기동은 1989년 파리 에어쇼를 시작으로 일반인들이 보는 앞에서 안정적이고 반복적으로 실시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코브라 기동이 수호이 전투기만의 전매특허인 양 일반인들에게 강렬하게 각인되었던 것이다. 물론 수호이 전투기가 코브라 기동을 충분히 잘 할 수 있도록 뛰어나게 만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Su-27 계열기 외에도 실용기로는 사브 35, MiG-21, MiG-29, Su-57이, 실험기로는 X-31, F-15 STOL/MTD, F-16 VISTA, Su-47, J-10B TVC 실증기가 코브라 기동을 해낸 전적이 있다.

실전에서 진가를 입증한 적은 없어

이러한 코브라 기동은 과연 실전에서 얼마나 효과적일까? 유감스럽게도 현재까지 실전에서 코브라 기동이 실시되었다는 기록은 없다. 그러나 앞서도 말했듯이 근접 공중전에서 적기에게 뒤를 잡혔을 시, 순식간에 공수 관계를 역전시킬 수 있는 점은 분명 장점이다.

반면 코브라 기동 구사 시 속도가 순간적으로 실속 수준까지 낮아진다는 점은 약점이다. 추적해 오던 적기가 하이 요요(선회 중 상승했다가 하강하면서 상대방의 선회 반경 안쪽으로 파고 드는 기동술) 같은 3차원 기동으로 대처할 경우, 코브라 기동으로 속도가 매우 느려진 아군기는 이를 피해내기 어렵다.

코브라 기동은 적의 레이더 조준에서 벗어나는 데도 뜻하지 않은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코브라 기동을 하는 항공기는 속도가 매우 급하게 바뀌는데, 이러면 적 도플러 레이더의 조준이 풀어지기 십상이다. 도플러 레이더는 지면 반사파를 막기 위해, 속도가 매우 느린 표적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설을 입증해 주는 연구는 아직 진행된 바 없다.

코브라 기동이 안정적으로 가능한 신세대 전투기들이 속속 일선에 배치됨에 따라, 실전에서의 효용도 검증될 것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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