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그들은 왜 사라졌을까?…사라진 천재들

[기상천외한 과학자들의 대결] (14) 그레고리 페렐만과 에토레 마요라나

천재들이 사라졌다. 70여 년간 미지의 입자로 존재했던 ‘마요라나 페르미온’을 예측한 이탈리아의 천재 물리학자 에토레 마요라나(Ettore Majorana, 1906~)와 백 년 동안 수많은 수학 천재들을 괴롭히던 밀레니엄 난제 ‘푸앵카레 추측’을 단번에 풀어버린 러시아의 천재 수학자 그레고리 페렐만(Grigory Yakovlevich Perelman, 1966~)은 ‘사라진 천재들’이다.

이들은 세상을 뒤집는 엄청난 업적을 남기고 스스로 자취를 감췄다. 이들은 왜 사라진 것일까.

82년 전 사라진 천재 물리학자에토레 마요라나’

물질은 반물질과 같이 존재한다. 물질과 반물질의 양쪽 성질을 모두 가지는 입자도 있다. 바로 ‘마요라나 페르미온(Majorana Permion)’이다. 이 놀라운 입자의 존재는 82년 전 실종된 천재 물리학자 에토레 마요라나가 존재를 예측한 것이다. 입자면서 동시에 반입자의 특성을 가지는 페르미온을 그의 이름을 따 ‘마요라나 페르미온’이라 부른다.

이탈리아의 천재 물리학자 에토레 마요라나(Ettore Majorana). ⓒ 김은영/ ScienceTimes

‘마요라나 페르미온’은 양자컴퓨터에 사용하면 훨씬 강력하고 안정적인 구동이 가능해 양자컴퓨터를 실용화할 수 있는 단초로 여겨져 왔지만 그동안 포착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미지의 존재로 남았던 마요라나 페르미온은 지난 2012년 레오 쿠벤호벤 (Leo Kouwenhoven) 네덜란드 델프트 대학교수 연구진의 연구를 시작으로 2017년 막스플랑크 한국 포스텍연구소(MPK) 연구팀 등을 통해 존재한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러한 획기적인 존재를 미리 예측한 마요라나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에 두각을 나타낸 신동이었다. 그는 17세에 로마대학교에 입학했고 22세에는 중성자의 존재를 예측했다. 그는 이렌 퀴리와 프레데리크 졸리오 퀴리의 실험 결과가 양성자와 비슷한 질량을 가진 중성입자에 의한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는 오늘날 중성자 존재에 대한 최초 예측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는 이를 논문으로 남기지 않았다. 193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자 그의 스승인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가 마요라나의 이름으로 논문을 발표한 것이 그의 천재성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전부다. 그는 마요라나를 “갈릴레오나 뉴턴과 같은 진정한 천재는 극히 드물다. 마요라나도 그렇다”라며 극찬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위대한 업적과 찬사를 뒤로한 채 홀연히 사라진다. 1938년 이탈리아 나폴리 대학의 이론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마요라나는 미안하다는 편지를 써놓고 잠적한다. 하지만 다시 다음날 바다가 자신을 거부했다며 나폴리로 돌아갈 예정이라는 전보를 학교에 보낸다.

경찰들은 전보의 정보를 토대로 나폴리항을 수색했지만 마요라나는 없었다. 그리고도 마요라나를 봤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우울증으로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기도 하고 베네수엘라에 있다는 제보도 있었지만 그에 대한 흔적은 어디에도 남지 않았다.

밀레니엄 난제 푼 은둔형 수학 천재그레고리 페렐만’

푸앵카레 추측은 미국 클레이 수학연구소(CMI)가 세계의 밀레니엄 난제로 선정할 정도로 오랜 시간 풀리지 않았던 난제다. 푸앵카레 추측은 1904년 앙리 푸앵카레에 의해 제기된 우주 형태에 대한 3차원 구면의 위상학적 특징에 관한 정리 문제다. 그런데 100년 만에 마법처럼 문제가 풀렸다. 그것도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인터넷 온라인상에서 말이다.

러시아의 천재 수학자 그레고리 페렐만(Grigori Perelman). ⓒ 위키미디어

러시아의 수학자 그레고리 페렐만은 2003년 인터넷 논문 저장 사이트(arXiv.org)에 푸앵카레 추측을 증명한 논문을 올린다. 푸앵카레 추측은 그레고리 페렐만의 등장으로 밀레니엄 난제 중 최초로 해결된 문제가 됐다.

국제수학연맹은 3년간 분석 끝에 페렐만의 증명을 인정하고 그를 2006년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한다. 클레이 수학연구소도 그를 2010년 밀레니엄상 수상자로 선정하는 등 페렐만은 일약 은둔형 수학자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게 된다.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 메달. ⓒ 위키미디어

하지만 그는 모든 수상을 거부했다. 필즈상 상금 1만 3400달러와 밀레니엄상 상금인 100만 달러도 거절하고 조용히 학계에서 잠적을 감췄다.

이들은 페렐만을 여러 차례 설득했지만 그는 “내가 우주의 비밀을 쫓고 있는데 어떻게 백만 달러를 쫓겠는가”라며 상금을 거부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2006년 노모와 함께 어머니가 받는 최저 연금으로 생활하며 세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부와 명예를 거부하고 왜 스스로 사라지는 것을 택한 걸까. 페렐만의 말처럼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대중들 앞에 나서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일까.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마요라나처럼 정신적 고충 때문이었을까.

위대한 천재들의 세계는 일반인들의 상식으로 가늠하기 어렵다. 만약 이들이 잠적하지 않고 학계에 남았다면 어땠을까. 역사에 가정은 불필요하지만 인류는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갔을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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