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만큼 힘든 사회적 거리두기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외로움은 기아와 비슷한 갈망 유발

2018년 1월 영국 정부는 외로움에 대한 문제만을 전담하는 장관직을 신설했다. 외로움이 더 이상 개인적 불행이 아닌 일종의 ‘사회적 전염병’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새로 임명된 영국의 외로움 담당 장관은 그해 10월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외로움 방지 시스템 등에 대한 정부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사실 외로움의 개념은 좀 모호하다. 그것은 개인의 감정이자 심리 상태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사는 사람은 물론 사랑하는 이과 함께 있는 사람조차 외로워서 힘들어할 수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리스먼은 이를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로 표현했다.

영국이 외로움을 마치 공중보건의 문제처럼 다룬 데에는 이유가 있다. 만성적인 고독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같다고도 하며, 비만보다 오히려 치명적이라고도 한다. 또한 외로움은 조기 사망의 가능성을 26%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외로움은 마치 굶주림과 비슷한 사회적 갈망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gettyimagesbank

하지만 외로움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 개념이 지금과 조금 달랐다. 영국의 박물학자 존 레이는 1674년에 흔히 쓰이지 않는 용어들을 정리하면서 외로움이라는 단어도 포함시켰다. 이때 그는 외로움에 대해 ‘이웃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행위’이라고 정의했다.

그때만 해도 외로움이란 단지 다른 사람들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오는 위험의 신호 정도였다. 외딴곳에 있다는 것은 혹여 누군가가 자기를 해치려 할 때 주변에 도움을 청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의미였던 것. 즉, 여기서 외로움이란 물리적인 거리였다. 따라서 해결책도 간단했다. 다시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돌아와 공동체에 속하면 됐다.

10시간 격리 후 fMRI로 뇌 촬영

그런데 최근 들어 마치 17세기에 정의된 외로움의 개념처럼 물리적 거리로 인한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몇 주째 이어지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이다. 모든 행사 참가나 개인적 약속이 취소되고, 어쩌다 직장 동료들과 식사할 때도 서로 마주 보지 않고 일정 거리를 두고 먹어야 한다.

‘진짜 전염병’이 외로움이란 사회적 전염병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외로움은 마치 굶주림과 비슷한 사회적 갈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신경과학자 리비아 토모바 연구팀은 40명의 성인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10시간 동안 음식을 주지 않고 또 다른 10시간 동안에는 사회적 접촉을 차단했다. 음식의 경우 10시간 동안 물 외에는 아무것도 제공되지 않았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고 공공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 enriquelopezgarre(Pixabay)

그러나 사회적 접촉의 차단은 실험 조건을 만들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어떤 이는 군중 속에서도 외로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 고독을 즐기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그 같은 주관적 감정을 최대한 없애기 위해 실험 참가자들에게 휴대폰, 노트북, 소설책 등을 제공하지 않았다.

각각 10시간의 통제가 끝난 후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 사진과 선호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에 관한 이미지 등을 보여주면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장치(fMRI)로 중뇌에 있는 흑질(substantia nigra) 영역을 촬영했다. 흑질은 동기부여 및 갈망과 관련된 도파민을 중점적으로 방출하고 부위다.

인간의 사회성은 식욕처럼 근본적 욕망

그 결과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의 흑질이 통제시킨 실험 조건의 신호에만 특별히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단식 후에는 음식 신호에, 격리 후에는 사회적 신호에 대해 중뇌 영역의 활성화가 증가된 것이다.

이는 외로움과 굶주림이 뇌의 깊은 부분에서 신호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와 관련해 인간의 사회성은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인 식욕만큼 근본적인 욕망임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이 연구결과는 학술논문 사전 공개 플랫폼인 ‘bioRxiv’에 게재됐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고 공공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그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외로움으로 인한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도 있고 감금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피엔스’ 등의 저서로 유명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학 교수 역시 최근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지적했다. 인간이 전염병에 취약한 이유가 바로 식욕만큼 강한 사회성 때문이라고 말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서로 만나 어울리기 좋아하며, 또한 누군가가 어려움에 처하면 서로 도와주려는 본능이 있다. 내가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 손을 잡아주거나 포옹을 하기도 한다.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은 사람들이 맺는 이 같은 관계망을 따라 정확히 퍼져나간다. 어쩌면 바이러스는 인간이라는 종이 가장 잘하는 행위를 이용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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