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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과학상식] 군대에서 관심 가졌던 1인용 비행체들

최근 현대자동차가 우버와 함께 개인용 비행체(Personal Aerial Vehicle, PAV) 개발에 나선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개인용 비행체란 5명 미만이 탑승하는 초소형 항공기로, 속도나 항속거리보다는 안전성, 저소음, 경제성, 수직이착륙 기능을 통한 편리한 도심 운용 등이 중시된다. 그야말로 하늘의 자가용 승용차 내지는 택시인 셈이다.

그런데 군에서도 개인용 비행체가 관심을 가진 적이 있다. 그것도 더욱 혁신적인 1인승 비행체에 관심을 가졌다. 간단히 말해 개인이 마치 배낭처럼 등에 짊어지고, 활주로도 필요 없이 수직이륙해서 날 수 있는 초소형 항공기다.

1인승 비행체는 이론상 군사적인 장점이 상당히 많다. 정찰, 도하, 상륙, 고지 등반, 지뢰원, 화생방전 등 다양한 상황에서의 전술 기동을 편리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군에서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인 1950년대부터 연구를 해 왔다.

HZ-1 에어로사이클 ⒸWikipedia

1인승 헬리콥터 HZ-1

그중에는 무려 선외모터를 이용하는 헬리콥터 방식도 있었다. 드 래크너 헬리콥터스 사의 HZ-1 에어로사이클(이하 HZ-1)이 그 대표적이다.

HZ-1은 조종 방식부터가 비범했다. 별도의 조종장치 없이, 조종사의 몸무게 중심의 변화만으로 자세 유지와 방향 전환이 가능한, 이른바 운동감각형 조종계통을 사용한 것이다. 자전거나 서핑 보드를 타는 느낌과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NACA(National Advisory Committee for Aeronautics, NASA의 전신인 미국 항공자문위원회)의 찰스 H. 짐머만이 개발한 이 방식은 조종사 교육에 소요되는 시간이 지극히 적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 조종계통을 사용해 만들어진 HZ-1은 직경 4.6m짜리 이중반전식 로터 위에 조종사가 올라가 서는 구조를 하고 있었다. 최대이륙중량은 206kg, 엔진은 머큐리 메인 20H 선외모터(40마력), 최대속도 시속 121km, 항속거리 24km, 체공시간 45분, 실용상승한도 1500m의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조종사 외에 54kg의 화물 또는 19리터의 보조 연료를 실을 수 있었으며, 보조 연료 탑재 시 항속거리는 80km로 늘어난다.

HZ-1은 1954년부터 비행 실험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HZ-1은 비행 실험 중 두 건의 추락 사고를 일으킨다. 이중반전식 로터가 상호 간섭을 일으켜 충돌, 파손된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특정 짓기 어려웠고, 해결 방법을 찾을 수도 없자 결국 HZ-1 프로그램은 폐기되고 만다.

벨 로켓 벨트 ⒸWikipedia

벨 로켓 벨트의 시연 장면 ⒸWikipedia

과산화수소로 나는 ‘벨 로켓 벨트’

비슷한 시기, 한창 떠오르던 신기술인 로켓 기술을 이용한 1인승 비행체도 연구되고 있었다. 벨 에어로시스템즈 사가 미 육군을 위해 1950년대 중반부터 연구 개발한 이 비행체의 이름은 ‘벨 로켓 벨트’였다.

벨 로켓 벨트에는 3개의 가스 용기가 달려 있는데, 이 중 하나에는 질소 기체, 나머지 2개에는 고농축 과산화수소가 들어 있다. 질소가 밀어낸 과산화수소가 촉매에 닿으면, 고온(섭씨 약 740도)의 수증기와 산소로 분해된다. 이 기체가 두 개의 노즐을 통해 배출되면서 추력이 발생되는 것이다. 조종사는 조종간을 통해 노즐 방향을 제어해 원하는 방향으로 비행할 수 있다. 엄청난 고열의 수증기와 산소를 배출하므로, 조종사는 화상을 방지하기 위해 방열복을 입어야 한다. 최대 상승 고도는 18m, 최대 속도는 시속 55km에 달했다.

이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벨 로켓 벨트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바로 체공 시간이 21초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때문에 항속거리도 250m에 불과했다. 벨 로켓 벨트에 실리는 과산화수소 연료의 양은 불과 19리터였다. 그리고 로켓은 인류가 개발한 교통수단 중에서 제일 연비가 안 좋은 물건이다. 새턴 5형 로켓 제1단의 연료 탑재량이 무려 2160톤에 달하지만, 그게 연소되는 데는 168초밖에 안 걸린다.

이러한 문제점은 1962년의 시연 이후에도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미 육군은 20만 달러의 개발비를 투입한 벨 로켓 벨트 사업을 중단하고 말았다.

그래도 벨 로켓 벨트에 대한 민간의 관심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벨 로켓 벨트는 디즈니랜드에서 사용되기도 하고, 1984년과 1996년 미국 하계 올림픽 개회식에도 사용되었다. 영화 ‘007 썬더볼 작전’이나 드라마 ‘로스트 인 스페이스’, ‘아크 II’ 등의 영상작품에도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우주비행사의 우주유영 장비인 MMU나, 물을 고압으로 분사해 그 반동으로 추력을 얻는 수상 비행 놀이 기구인 제트레브(Jetlev)도 그 원리상 벨 로켓 벨트의 사촌뻘인 셈이다.

물을 고압 분사해 추력을 얻어 비행하는 놀이기구 제트레브. 벨 로켓 벨트의 원리와 구조를 응용했다.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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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신동준 2020년 4월 9일11:32 오전

    레전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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