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당시 압도적 승리를 거둔 ‘한산대첩’을 영화화한 ‘한산: 용의 출현’이 올여름 영화관을 뜨겁게 달궜다. 이미 이순신과 거북선이 등장한 전작 ‘명량(2014)’이 큰 흥행몰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충무공과 거북선의 화려한 귀환에 환호했다.
김한민 감독이 컴퓨터그래픽과 영상 특수효과 기술의 발전,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져 영화적 스펙터클을 완성했다고 말했지만, ‘소재’가 갖는 힘이 8할임을 관객은 안다. 그래서 “우리 역사에는 아직 거북선이 남아있습니다.”라는 우스갯소리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거북선 복원 이미지 ⓒ경상남도(충무공 이순신 홈페이지)
영상 플랫폼의 춘추전국시대다. 그렇다 보니 영상콘텐츠가 문화의 가치로, 문화산업의 동력으로 이어지게 됐다.
때문에 창작자를 비롯한 제작 현장에서는 소재 발굴에 목말라 있다. 최근 드라마, 영화 등 영상콘텐츠가 OTT 플랫폼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소재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분명한 기회 요인이다. 하지만 여전히 소재는 빈곤하고, 이야깃거리를 발굴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른바 ‘K-콘텐츠’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지금. 우리 콘텐츠가 그 자체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더불어서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소재의 공급 창고가 시급하다.
K-콘텐츠의 소재로서 과학기술 사적 자료는 유용하다. 실제로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 중 과학기술 사료가 중요 소재로 등장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으로 ‘한산(2022)’과 ‘명량(2014)’에 나오는 거북선과 함포, ‘천문:하늘에 묻는다’에 자격루, 혼천의 등 천문 관측기구, ‘최종 병기 활(2011)’의 조선 비밀 병기 편전, 조선명탐정(2014)’에 나오는 조선 최초의 비행체 비거, ‘신기전(2008)’에서 다룬 로켓 무기 주화(走火) 등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관련 자료이면서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핵심 소재이다.
그간 콘텐츠 창작 및 제작자들이 리인액트먼트(reenactment) 소재 발굴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기 때문에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고, 대중들에게 과학기술 사료가 흥미롭게 전달될 수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사적 자료가 부족하면 결국 제작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자료가 부족하게 되면 상당 부분을 창작자의 유추와 상상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고증의 문제로 이어져 진정성 왜곡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하여 앞으로는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 등록제’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시행 목적부터 영상콘텐츠의 소재 발굴에 초점을 둔 제도는 아니지만, 과학기술 성과와 문화원형적 가치가 담긴 자료들을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인증하여 별도 보존·관리하고, 활용 방안을 모색하기 때문에 연계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 제도> 등록 자료 지원 방안ⓒ국립중앙박물관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역사와 함께 성장·발전하고 있다. 역사가 미래를 위한 초석이듯 과학기술 역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과 문화 발전에 많은 영향과 영감을 줄 것이 분명하다.
이에 국립중앙과학관은 2019년부터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중요한 과학기술자료를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기 위해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 등록제’를 시행해 오고 있다.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 등록제는 원리, 구조 등 과학기술에 관한 역사적, 교육적 가치가 높고 후대에 계승할 필요가 있는 자료를 등록하여 보존 및 관리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활용가치를 높이는 제도이다.
시행 첫해에 대한민국 최초의 1대 100만 지질도인 대한지질도 등 12건, 2020년 동의보감 등 11건, 2021년 악학궤범 등 12건을 등록한 바 있다. 현재까지 등록된 35건의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등록된 자료는 국가적 차원의 보존, 관리, 활용을 위한 지원을 받는다. 또한, 연구, DB구축, 교육 프로그램 개발, 전시 및 강연회, 도록 및 리플렛으로 제작돼 과학기술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하게 활용될 예정이다.
2020년 등록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 ‘대동여지전도’(대동여지도를 모본으로 삼아 축소하여 그린 판본으로 대동여지도에는 없는 지명이 추가, 산줄기의 정보 표현, 당시의 산천인식 체계 반영한 점이 인정돼 등록) ⓒ국립중앙과학관
올해 종합심사에 상정된 자료는 7건이며, 기초·응용·산업 분류 5건, 과학기술사 2건이다. ▲포니1(1975년 제작) ▲시발택시(2000년 복각) ▲T-600(1969년 제작) ▲해저탐사 유인잠수정·해양 250 및 연구자료(1985년 개발) ▲심해탐사 자율무인잠수정 OKPO-6000(1996년 개발) ▲조선식물향명집(1937년 제작) ▲동의수세보원(1901년 신축본 완질)
예비심사를 거쳐 종합심사에 상정된 본 자료는 9월 26일까지 공고 및 의견청취 후 최종 공고는 추후 발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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