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술혁신체계 전환 시급하다”

역량 우선 순위 조정 필요…창의적 경로 창출 필요

“올해는 새로운 국가기술혁신체계의 정립을 통해,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국가기술혁신체계의 대전환을 서둘러야만 합니다”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하고 산업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과학기술 분야의 혁신 전략이 논의되고 있는 행사 현장. 발제자로 나선 이장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혁신전략연구소 소장은 국가기술혁신체계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가 과학기술중심사회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혁신적 정책 및 전략을 모색해 보는 행사가 열렸다 ⓒ 김준래/ScienceTimes

KISTEP 주최로 지난 6일 엘타워에서 열린 ‘국가기술혁신체계 2020 토론회’는 우리나라가 과학기술중심사회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혁신적 정책 및 전략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기술과 경제 패러다임

국가기술혁신체계(NIS, national innovation system)란 새로운 기술을 획득하고 개량하며 확산시키기 위해 관련 기술의 제도와 상호작용을 수행하는 공공 및 민간부문 조직 간의 네트워크를 가리킨다.

NIS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학자는 영국의 경제학자인 ‘크리스토퍼 프리먼(Christopher Freeman)’ 박사다. 지난 1982년에 개최된 OECD 회의에서 그는 ‘기술적 인프라 구조와 국제적 경쟁력(Technological Infrastructure and International Competitiveness)’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며 NIS에 대한 개념을 언급했다.

당시 프리먼 박사는 “독일이나 일본과 같은 국가에서 활발한 기술혁신이 일어나고 이를 경제성장과 연계시킬 수 있었던 것은 관련 제도의 혁신이 선행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NIS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이날 행사에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국가기술혁신체계 2020’이란 주제로 발제를 맡은 이장재 소장은 “우리나라는 불행했던 과거를 딛고 일어나 지난해 3050클럽에 가입하는 등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뤘다”라고 자평하면서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도래나 일본의 수출규제 같은 국내·외 환경의 변화가 기술과 경제의 패러다임을 급속하게 개조시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잠재성장률 추이 ⓒ 현대경제연구원

‘3050 클럽’은 인구 5000만 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달러 이상인 국가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7번째로 이 클럽에 가입하는 국가가 됐다.

이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자 과학기술 혁신 전략을 수립하고 혁신의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주변 상황은 그리 녹록한 편이 아니다.

이 소장은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점에 대해 △주력산업과 기업의 점유율 하락 △잠재성장률의 저하 및 총요소생산성의 동반 저하 △안전 및 삶의 질 향상 등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 수요 급증 △4차 산업혁명기와 기술개발 환경 속에서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기업들 간의 경쟁 △미래성장 동력을 견인할 새로운 혁신 제품의 부재 등을 꼽았다.

이 소장은 “과거 추진했던 추격형 방식의 기술 개발에 대한 체질 전환이 지체되면서 2000년대 이후 국가 R&D의 신성장 동력 창출 기여도가 약화되었다”라고 설명하며 “여기에다 중국의 기술 추격이 거세지는 등 우리나라는 기술혁신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 다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추격 일변도의 경로 의존성은 창의적 경로로 전환 필요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면서 한때는 잘 나갔던 우리나라의 기술 개발 전략이 2000년대 들어 약화되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이 소장은 “그 원인은 산업과 정부출연연구기관 사이에서 탈동조화(decoupling)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과거 우리나라가 추격형 기술 개발 방식을 통해 산업이 성장했을 때만 해도 산업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은 기존 경로에 의존하며 원활한 동조화(coupling)을 이뤘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 간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추격형 기술 개발 방식이 한계에 봉착하게 됐고, 동조화 현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이 같은 추격형 기술 개발 방식의 한계를 극복한 사례로 삼성전자의 경영 시스템을 꼽았다. 그는 “삼성전자는 일본식 경영 요소에 미국식 경영 요소를 융합한 자신들만의 독특한 경영 시스템을 통해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식 경영 요소는 사업다각화와 대규모 제조 시설 운영 등이고, 미국식 경영 요소는 과감한 위험요인의 감수 전략과 핵심인재 확보, 그리고 파격적 인센티브와 창의적 조직문화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대를 향한 NIS의 전환 방향 ⓒ KISTEP

일본식과 미국식의 경영 요소를 합친 결과, 삼성전자는 대규모 조직이면서도 빠른 속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고, 다각화와 전문화가 조화를 이루게 되었으며, 조직을 학습화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현재의 국내 과학기술을 과학 역량과 기술 역량, 그리고 인적 역량, 개방 역량, 학습 역량, 운영 역량의 시각에서 진단해 보았다”라고 밝히며 “그 결과 과학과 기술역량 이외의 항목에서 많은 한계를 노출했다”라고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해결방안으로 이 소장은 ‘역량의 우선순위 조정’과 ‘NIS의 대전환’을 제시했다. 역량의 우선순위 조정의 경우 과거의 추격형 기술 개발에서는 기술 역량과 운영 역량이 필요했다면, 미래에는 인적 역량과 학습 역량 그리고 개방 역량이 더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발표를 마치며 이 소장은 “NIS의 목표는 추격 일변도의 경로 의존성이 새로운 창의적 경로 창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서는 혁신성 및 창의성 중심의 평가시스템 구축과 연구친화적 환경 인프라 조성 등 연구자 중심의 R&D 시스템이 구현되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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