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랑거리는 물을 플라스틱 얼음 틀에 담아 냉동실에 넣으면 나중에 단단한 얼음 결정이 되어 나온다. 생각해 보면 마술 같이 신기한 일이다.
미국 유타대 화학자들은 얼어붙는 과정, 특히 구름 속에서 얼음 결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새롭게 규명해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9일자에 발표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구름 속에서 물방울이 얼어붙을 때 생겨나는 얼음 결정 구조는 만드시 고전적인 육각형의 눈송이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어떤 구름 조건에서는 더 무질서한 얼음 구조가 육각형 얼음보다 더욱 쉽게 형성됨으로써 구름 속 물방울을 이전에 예측했던 것보다 더 빨리 얼음으로 만든다는 것.
이번 연구는 구름의 이론적 모델을 동결 속도 관측과 일치시켰다.
얼음 핵 형성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묘사한 자유 에너지 장벽 다이아그램. 작은 다이아그램은 장벽의 꼭대기에서 크기가 충분히 커진 결정자를 나타낸다. 오른쪽 그림은 좀더 큰 결정자의 입방체 세그먼트를 나타내며, 입방체의 적층 분자들은 빨간색으로, 육각형 적측 분자들은 파란색으로 표시됐다. CREDIT : University of Utah
물은 어떻게 얼어붙는가
따뜻한 기후조건에서도 구름 속의 물방울이 얼음으로 바뀌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왜 그럴까? 발레리아 몰리네로(Valeria Molinero) 유타대 화학과 교수는 “이 물방울들은 일정한 크기까지 자랄 수 있으나 하늘에서 떨어질 만큼 충분한 크기로 자라려면 훨씬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물방울이 크게 성장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얼음으로 바뀌는 것이다. 에어로졸이라고 불리는 작은 대기 입자는 차가운 물에서 냉각과정을 시작할 수 있다. 또 이 과정은 물방울 속에 정렬돼 있는 작은 물 분자 영역에서도 동시에 시작될 수 있다.
‘결정자(結晶子)’(crystallite)가 충분히 커지면 물방울은 동결되면서 주변의 수증기를 끌어당겨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작은 핵으로부터 결정이 자라나는 과정을 핵 형성이라고 일컫는다.
장벽을 뛰어넘어
작은 결정 핵은 성장과정에서 장벽과 맞닥뜨린다. 자그마한 고체인 결정자는 자신을 둘러싼 액체 환경과의 상호작용 때문에 일정한 크기로 자라야만 쉽사리 녹아버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언덕을 생각해 보면 된다. 바위를 언덕 위로 밀어올릴 때 꼭대기까지 밀어올리지 못 하면 굴러 내려와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정상까지 충분히 밀어올리면 바위는 다른 쪽으로 굴러 내려간다. 이 언덕 꼭대기가 바로 자유 에너지 장벽(free energy barrier)이라 불리는 일종의 경계점으로 결정자가 계속 자랄 수 있는 임계 크기가 설정된다.
얼음 형성이 지속되기에 충분한 입방체 모양과 크기를 가진 얼음 핵. 빨간색 분자들은 입방체 분자 배열을 나타내고, 파란색 분자들은 육각형 얼음 배열로 되어있다. CREDIT : University of Utah
밀리네로 교수는 “이번 논문의 초점은 이 장벽의 꼭대기에 있는 결정자의 구조는 어떻게 생겼고 핵 형성 속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 화학자들은 에너지 장벽의 꼭대기에 있는 얼음의 구조가 눈송이에서 볼 수 있는 육각형 구조(눈송이가 얼음 결정자보다 훨씬 크다)라고 추정했다. 육각형은 매우 안정된 구조다. 논문 제1저자인 로라 루피(Laura Lupi) 박사후 과정 연구원은 “육각형이라는 추정은 상당히 직관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질서한 구조가 2000배 빨리 얼어
안정적인 육각형일 것이라는 추정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일부 구름 조건에서는 무질서한 구조를 가진 결정자가 더 많았다. 이런 ‘겹쳐진 무질서한’ 구조는 육각형이나 혹은 다른 입방체 구조로 정착되지 않는, 분자들이 층층이 혼합된 모양을 나타낸다.
루피 박사와 몰리네로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230K 또는 화씨 -45도(섭씨 -42.8도)에서 적층 무질서 결정자의 자유 에너지 장벽이 육각형 얼음보다 14 kJ/mol 더 작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달리 말하면 무질서한 얼음은 육각형 얼음보다 훨씬 작은 ‘언덕’을 가지고 있고, 2000배나 더 빨리 만들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 연구 결과는 기상 분석 등을 하는 구름 모델 작성자들이 구름에서의 결빙 속도와 관련한 관측 데이터를 더욱 정확히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육각형 얼음을 사용하는 이전의 핵 형성 모델들은 핵 형성 속도에 미치는 온도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전체 구름 온도에서 핵 형성 속도를 추론했기 때문에 구름의 모든 움직임을 포착할 수 없었다. 루피 박사와 몰리네로 교수의 연구는 이런 점에 수정을 가했다.
연구를 수행한 미국 유타대 화학과 발레이아 몰리네로 교수(왼쪽)와 논문 제1저자인 로라 루피 박사. CREDIT : Molinero rearch group / The Univ. of Utah
얼음 생성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향상시켜
몰리네르 교수는 “얼음의 핵 형성 속도는 매우 좁은 온도 범위 안에서만 측정할 수 있다”며, “구름에는 중요하지만 실험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더 낮은 온도까지 보정해 추론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눈송이는 그 크기 덕분에 육각형 얼음처럼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발견은 아주 작은 얼음 결정자에만 적용된다. 루피 박사는 그들의 연구 결과가 구름 모델 작성자들이 구름 속의 더욱 정확한 물 위상 모델을 창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온도에서 매우 많은 물방울이 있다면 얼마나 많은 물방울들이 얼음 방울로 바뀔지 예측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선된 구름 모델은 구름이 어떻게 열을 반사하고 강수를 만들어내는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몰리네로 교수는 이번 연구가 물이 얼마나 빨리 얼음을 형성하는지, 매일매일 구름과 냉장고에서 진행되는 이 과정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향상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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