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한 과학자들의 대결] (40) 로버트 후버와 다이젠 호퍼, H 미헬
지구의 생명체에게 태양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주는 존재다. 녹색 식물은 태양의 빛을 통해 스스로 필요한 양분과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동물은 식물을 통해 영양분을 획득하고 이 모든 것은 순환과정을 거쳐 결국 인간이 사는 원동력이 된다. 이처럼 식물이 태양의 빛을 통해 유기영양과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광합성 작용은 지구의 생태계를 이루는 기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로버트 후버, 하르트무트 미헬, 다이젠 호퍼는 식물의 광합성과 동물의 광합성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를 궁금해했다. 환상적인 호흡을 갖춘 이들은 세균의 광합성 작용에 의한 단백질 분자의 3차원 구조를 밝히며 식물의 광합성이 세균의 광합성과 유사하다는 것을 밝혔다.
단백질의 분자와 생화학적 구조를 규명하는 것은 다양한 미지의 질병을 해결하는 열쇠다. 광합성 연구를 통해 생명 연장, 노화 예방과 불치병, 난치병 치료에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광합성 작용에 관여한 단백질 구조 결정에 성공한 세 사람
로버트 후버, 하르트무트 미헬, 다이젠 호퍼, 이들 세 사람은 나란히 1988년 노벨화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의 공동 연구를 통해 그동안 규명되지 않았던 광합성 작용에 필요한 단백질 반응센터의 구조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광합성에 연관된 단백질은 세포에 영양을 전달하고 호르몬 활동 등 생체의 중추 작용과 관련이 있다. 이들의 연구는 인공적인 광합성이라는 중요한 에너지 기술을 끌어내고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화학반응을 이해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들 연구의 중심에는 하르트무트 미헬(Hartmut Michel, 1948~)이 있다. 미헬은 할로박테리아에서 단백질과 유사한 세균의 일종인 박테리오로돕신(Bacteriorhodopsin)을 발견했다. 이후 미헬은 박테리오로돕신의 단백질 막을 결정하는데 열중했다. 당시 모두 단백질 막을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던 시기였다.
미헬은 박테리오로돕신을 빛에 의한 세포 배양을 하는 연구를 시작하고 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는다. 더욱 박테리오로돕신에 집중하고 싶었던 미헬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저었던 막 단백질 결정화에 매진한다. 그 결과 박테리오로돕신의 단백질 막을 2차원 결정에 이어 3차원 입체로 얻을 수 있게 된다.
사진=보라색 박테리아(purple bacteria). 로버트 후버, 하르트무트 미헬, 다이젠 호퍼는 보라색 박테리아에서 광합성에 필요한 막 단백질을 결정화한 후 X선 결정학을 적용해 단백질의 구조를 밝혀냈다. ⓒ위키미디어
로버트 후버(Robert Huber, 1937~) 박사와 다이젠 호퍼(Johann Deisenhofer, 1943~) 박사는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함께 골수종 단백질 연구를 하면서 광합성 작용에 관여하는 단백질 구조를 밝히고자 했다. 이들이 원한 것은 광합성 작용의 단백질 분자에 대한 3차원적 결정 구조였다.
로버트 후버 박사는 미헬 박사에게 자신들의 공동 연구에 참여해달라고 제안했다. 미헬 박사는 광합성 작용에 의한 단백질 결정구조를 얻는 것은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 쉽지 않으리라 생각하면서도 이들과 의기투합해 단백질 연구에 매진하게 된다.
생명 연장의 꿈, 이제 꿈만은 아닐 수도
로버트 후버는 생명체의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일생을 바쳤다. 물질의 구조를 알아낸다는 것은 물질의 성질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연구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후버 박사는 빌헬름 뢴트겐의 X선을 이용해 복잡한 단백질 원자 구조를 결정하는 데 성공한다. 그는 세계적인 단백질 결정학의 권위자로 성장했다.
1만 개의 거대한 단백질 원자에서 막을 떼어내 순수한 결정으로 만들 수 있게 한 데에는 로버트 후버 박사의 도움이 컸다. 후버의 연구소는 처음부터 단백질 결정학에 방법을 찾아내는데 최적의 시스템과 장비를 갖추고 있었기에 빠른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
이들은 노벨상 수상 이후에도 단백질 관련 연구 활동을 하며 계속 왕성한 과학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다이젠 호퍼는 미국 텍사스대학교 하워드슈즈의학연구소 교수로 재직하며 생명공학 연구에 힘쓰고 있다. 그는 세포막 단백질 구조의 비밀을 밝히는 것에 따라 인간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핵심이 되리라 전망했다.
로버트 후버 전 독일 뮌헨 공과대학 교수는 강연과 바이오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후버 교수를 만난 것은 4년 전 2017년 노벨 프라이즈 다이얼로그(Noble Prize Dialogue Seoul 2017)에서였다. 그는 당시 81세라는 고령에도 매일 자전거로 26km를 달리고 여름에는 호수에서 수영을 즐기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후버 교수는 단백질 연구를 비롯한 유전학 분야의 연구가 조만간 노화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을 것으로 봤다. 그는 단백질 분석, 유전자 연구 분석을 통해 노화를 멈추거나 늦출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단백질 분석 연구가 앞으로 노화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의학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과학기술의 혁신으로 인간의 수명이 100살을 넘어 150살로 늘어나리라 전망하고 있다. 단백질 연구는 인간 수명을 밝히는 초석이다. 이들의 연구를 토대로 인간 단백질 구조가 더욱 많이 밝혀진다면 ‘불로장생’이라는 인간의 꿈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3972)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9일 “극한소재 실증연구 기반조성 사업은 우리나라 극한소재 실증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교두보 마련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경남 창원 한국재료연구원을 방문해 극한소재 실증연구 기반조성 사업 현황을 점검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과기정통부가 전했다. 이 사업은 초고온·극저온·특정극한 등 미래 유망소재
/ 금융권에서 전산장애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각 금융협회가 가이드라인 제정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29일 금융 정보기술(IT) 안전성 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이날 금감원 본원에서 각 금융협회와 첫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TF는 오는 6월까지 성능관리, 프로그램 통제, 비상대책 등 3개 과제를 검토하고, 각 협회는 금융회사 의견을 수렴해
/ 시각이나 촉각 센서 도움 없이 계단을 오르내리고 울퉁불퉁한 곳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움직이는 사족보행 로봇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명현 교수 연구팀은 잠에서 깬 사람이 깜깜한 상태에서 시각적인 도움 없이도 화장실을 갈 수 있는 것 같은 블라인드 보행(blind locomotion)을 가능케 하는 로봇 제어 기술 ‘드림워크’(DreamWaQ)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 챗GPT 등장 이후 인공지능(AI)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AI를 바르게 활용할 ‘리터러시’(문해력)를 키워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9일 학교 AI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현장 교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챗GPT 시대의 AI 리터러시’ 토론회를 이날과 31일 양일간 개최한다고 밝혔다. 토론회에서는 ‘서울형 AI 윤리교육 모델’을 상세히 소개하고 학교의
/ 서울디지털재단은 이달 28∼3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스마트시티 전시인 ‘SCSE(Smart City Summit & Expo) 2023’에 서울관을 최초로 설치했다고 29일 밝혔다. 올해 SCSE 주제는 ‘스마트시티의 새로운 차원으로 이끄는 디지털 전환’이다. 47개국에서 1천700개 부스를 마련했다. 서울관은 서울시의 디지털 포용정책 등을 알리는 정책존, 서울의 혁신 서비스와 솔루션을 효과적으로 소개하는
/ “사람마다 속도나 원인이 다른 관절의 노화를 어떻게 하면 제어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지요.” 휴대전화 센싱(sensing) 기술로 관절의 노화 인자를 찾아내 치료하는 연구에 성공한 원광대학교 생명과학부 진은정 교수는 28일 유전자 전사체(유전체에서 전사되는 RNA 총체)를 먼저 설명했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유전자의 발현 양상이 천차만별인데, 이를 분석·통제하는 게 생명과학 연구의 기본이다. 유전자의
/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들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3종을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지정된 제품은 딥노이드의 뇌동맥류 뇌영상검출·진단보조소프트웨어, 코어라인소프트의 뇌출혈 뇌영상검출·진단보조소프트웨어, 메디컬에이아이의 심부전·심전도분석소프트웨어다.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제도는 식약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순차적으로 진행하던 평가를 통합적으로 진행해, 의료기기가 허가와 동시에 신속하게 의료 현장에 진입하게 하는 제도다. 딥노이드 제품은 뇌혈관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 영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