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들의 오디세이] 이름들의 오디세이(43)
얼마 전에 정치인이 응급으로 ‘관상 동맥’ 시술을 받았다는 보도를 보았다. 의사인 필자는 어떤 시술을 받으셨는지 대충 짐작은 하지만 일반인들은 ‘관상 동맥’하면 무엇인지 알기 쉽지 않을 것이다.
관상 동맥이란 것은 근육으로만 이루어진, 우리 몸의 펌프와 같은 심장에 산소와 양분을 골고루 공급해주는 동맥이다. 쉽게 말하면 심장을 먹여 살리는 동맥이다.
관상 동맥을 쉬지 않고 가득 채워야 할 신선한 동맥 피가 혈관이 막히는 등의 이유로 혈액 공급이 멈추면 가슴에 통증이 오는데, 의학적으로는 이를 협심증이라고 한다. 그 상태로 몇 분이 지나면서 심장 근육이 죽어버린 상태를 심근경색, 심장이 바로 멎어버린 경우를 심장마비라고도 한다.
심장이 멎는다는 것은 온몸으로 피를 보내는 심장이 일을 안 한다는 말이고, 몇 분 내 뇌를 비롯한 주요 장기들도 망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로 심장의 혈관인 관상 동맥은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동맥이라 볼 수 있다.
관상 동맥의 ‘관상’은 무슨 뜻일까? 사람의 생김새를 보고 그 사람의 운명이나 재수 따위를 판단하는 관상(觀相)은 아닐 것이고, 자연이나 예술품을 즐기는 관상(觀賞)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대롱과 같이 생긴 모양을 뜻하는 관상(管狀)일까? 하지만 혈관이라면 모두 대롱(管) 모양일 테니 여기에만 관상 동맥이란 이름을 붙일 이유가 없다.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관상 동맥의 관상은 ‘머리에 쓰는 관(冠)’ 모양이란 뜻의 관상(冠狀)이다.
혈관 이름에 머리 장식품인 관의 의미가 있다니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관상 동맥이라는 이름은 영어의 coronary artery를 번역한 데서 기인한다. 대한의사협회의 의학용어집(https://term.kma.org/search/)에서는 관상 동맥 혹은 ‘심장 동맥’으로 번역하고 있다. 그 뜻을 쉽사리 알아챌 수 있는 심장 동맥이란 이름이 더 좋겠지만 아직 의료계와 언론에서 ‘관상 동맥’을 즐겨 쓰고 있다.
관상 동맥의 ‘관상’에 해당하는 영어의 coronary는 그리스어 korone에서 시작해 라틴어 corona와 프랑스어 corone를 거쳐온 말이다. 모두 ‘머리에 쓰는’ 관(冠)을 뜻한다. 영어로 치면 crown 즉 ‘관’에 해당한다. 그래서 ‘관상 동맥’으로 번역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대관식(戴冠式)을 뜻하는 coronation의 어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라틴어의 corona, 즉 ‘코로나’는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다. 2002년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와 2015년 여름 우리나라를 덮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들은 모두 코로나바이러스에 속한다. 전자현미경으로 이 바이러스를 보면 둥근 몸체에 마치 후광이나 왕관처럼 튀어나온 돌기가 빙 둘러 있어 코로나바이러스로 부른다.
코로나는 인체에도 있다. 난소에서 난자가 발생할 때 성숙한 난자 세포를 보호하는 껍질을 ‘코로나 라디아타(corona radiata)’라 부른다. 우리말로는 ‘방사관’으로 번역한다. 라디아타는 햇살처럼 뻗어나가는 것, 코로나는 관을 뜻한다. 그러므로 방사관의 ‘관’은 한자로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대뇌에도 이름이 같은 ‘코로나 라디아타’가 있다. 신경섬유들이 은행나무 이파리처럼 부채모양으로 펼쳐지는 백질부를 부르는 이름이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방사관(放射管)’으로 나오는데, corona의 어원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난자 세포의 껍질처럼 일식 때 태양을 둘러싼 코로나를 볼 수 있다. 개기일식 때 달에 가려진 해 주변을 둘러싸며 빛나는 플라스마 대기가 바로 코로나다.
코로나는 한때 국내에 수입된 일본 승용차의 이름이기도 하다. 흥미롭게도 제작사는 ‘크라운’이란 이름의 승용차도 판매했고, 국내에도 수입되었다. 코로나나 크라운이나 뜻은 같다.
코로나는 멕시코산 유명 맥주 브랜드의 이름이기도 하다. 제품 라벨을 살펴보면 ‘왕관’이 그려져 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우리나라에 있던 조선맥주사가 만든 맥주의 이름은 ‘크라운’이었는데, 역시 왕관이 그려져 있다.
coronary 와 비슷한 의미로 쓰는 단어로 coronal 이 있다. 인간의 두개골에서, 이마의 뒤에 ‘관상 봉합’으로 부르는 coronal suture 가 있다. 두개골에는 바늘땀처럼 보이는 몇 개의 봉합이 있다. 이 봉합은 두개골이 자라면서 서로 이어져 붙은 흔적이다.
뱃속 태아들의 두개골은 어른에 비해 말랑말랑한 조각으로 느슨하게 결합되어 있다. 분만 과정에 큰 머리를 가지고도 좁은 산도를 통과해 태어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갓난 아기의 머리를 만져보면 두개골이 없이 말랑말랑한 부위가 있다. 아직 조각난 두개골들이 자라서 서로 연이어지지 않은 곳이다. 두개골이 자라서 이어지면 뼈들 사이에 경계선에 해당하는 ‘봉합’이 흔적으로 남게 된다.
그런데 관상 봉합은 ‘관’과 무슨 관계가 있어 여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만약 머리 띠모양의 관을 머리에 착용한다고 생각해보라. 그 관이 머리에 닿는 부분이 바로 관상 봉합 위치에 해당한다. 그래서 이 자리를 관과 연관 지어 관상 봉합으로 불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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