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논문을 ‘꼭’ 영어로 작성해야 하나?

비영어권 학생들 영어 문제로 과학 포기 이어져

대학원을 다니는 많은 학생들의 큰 고민 중의 하나는 영어다.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논문을 영어로 작성해야 하는데 영어를 모국어로 갖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 논문을 작성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년 전 컬럼비아 로스안데스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박사 학위를 준비 중인 학생 발레리아 카스타네드(Valeria Ramírez-Castañeda)도 그런 고민에 빠져 있었다. 한정된 시간에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도 영어 논문을 작성할 수 없었다.

비영어권 대학 학생들이 영어 문제로 과학을 포기한다는 논문이 발표되면서 영어 외에 다른 모국어로 논문을 작성할 수 있는 언어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게티 이미지

컴럼비아 등 비영어권 학생들 영어 장벽에 직면

29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그녀는 결국 미국으로 가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에서 박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과거의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자신처럼 영어 논문을 작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논문을 작성해 최근 미국의 공공과학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했다.

논문 제목은 ‘ Disadvantages in preparing and publishing scientific papers caused by the dominance of the English language in science: The case of Colombian researchers in biological sciences’이다.

컬럼비아에서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학생들이 영어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학생들과 비교해) 불이익을 얻고 있다는 내용이다.

논문이 발표되면서 국제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멕시코와 같이 스페인어를 모국어를 하고 있는 나라는 물론 타이완처럼 중국어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나라에서 과학자들이 언어적 불평등에 대한 주장을 지지하고 있는 중이다.

카스타네드 등 저자들은 논문을 통해 과학자의 성공은 논문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어떤 학술지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 논문을 게재할 수 있는지 그 여부에 따라 과학자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

그러나 거의 모든 학술지들이 영어로 출간되고 있으며, 이에 발표되는 논문의 98%가 영어로 발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이 주목을 받기 위해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문은 컬럼비아가 세계적으로 영어 구사율이 매우 낮은 국가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런 만큼 학생들이 영어 논문을 작성해 학술지에 게재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심지어는 과학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영어권 과학자들, 언어적 불평등 주장에 호응

논문은 컬럼비아에서 박사 학위를 밟고 있는 학생들의 사례를 담고 있다.

논문 작성을 포기하는 경우가 43.5%, 미팅‧콘퍼런스 등에 참석해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기회를 영어 때문에 포기하고 있는 학생이 33.0%에 달한다는 것.

더 심각한 것은 영어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다. 컬럼비아의 경제적 상황에서 영어 논문 한 편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받고 있는 월급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컬럼비아에서 과학자가 되려는 학생들이 언어 장벽으로 인해 이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영어 논문의 장벽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펜실베이니아 인디아나 대학의 언어학자 데이비드 하나우어(David Hanauer) 박사는 ‘사이언스’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적으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국가가 훨씬 더 많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기반으로 과학계가 돌아가면서 언어적 불평등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공정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하나우어 박사는 “불평등 해소를 위해 영어권 국가의 대학들이 비영어권 국가 학생들을 위해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tools)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언어 문제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 문제를 해소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

영어권 대학들이 비영어권 학생들을 위해 무료 영어 학습과정을 개설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언어 장벽에 대한 논문이 과학계의 큰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거시적인 차원의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의 아마노 타츠야(Tatsuya Amano) 교수는 “세계 모든 언어로 논문을 출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타츠야 교수는 “영어 중심의 언어 환경은 세계적인 다양한 견해와 관점들을 막고 있다.”며, “과학자들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해 각국 모국어로 논문을 작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 차원의 결단이 요구된다. 협의가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새로운 언어 체계 구축을 위해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 교육제도 개편 등의 과정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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