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혁명’이 유럽에서 발생한 이유

과학서평 / 세상을 설명하는 과학

현대 문명을 일으킨 위대한 과학적 업적을 들여다 볼 때,  자주 올라오는 질문이 있다. 도대체 어떻게 유럽이 과학혁명을 이끄는 위치에 올라가게 됐을까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은 과학혁명의 전체적인 컨셉트나 큰 줄기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과학혁명이라는 것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과연 어떤 식으로 진행됐는지 길잡이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학부생 위해 83세 노벨수상자가 10년 동안 준비

스티븐 와인버그(Steven Weinberg 1933~ ) 같은 원로 물리학자도 이 같은 답답함을 해갈을 할 필요를 느꼈던 것 같다. 1979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원로과학자는 10년 전, 물리학과 천문학의 초기역사에 대해 좀 더 깊이 공부해보려고 결심했다. 그리고 그 연세에도 불구하고 10년 동안 텍사스대학교에서 과학, 수학 및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학부생을 대상으로 물리학과 천문학 역사를 가르치면서 강의노트를 차곡차곡 준비했다.세상을설명하는과학-입체

그 강의노트를 묶어 ‘세상을 설명하는 과학’(To Explain the World)라는 책을 냈다. 그러나 이 제목보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은 The Discovery of Modern Science라는 부제목이다. 이 책은 과연 현대과학이 어떤 역사를 거쳐서 발전했는지 맥락을 잡게 해 준다.

물리학과 천문학 분야를 중심으로 설명한 것은 아쉽기는 하지만, 그리스 시대부터 중세시대를 거쳐 ‘과학혁명’을 시작했다고 평가받는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 뉴턴에 이르는 과학의 역사를 잘 풀어냈다.

그래서 위에서 한 질문, 어째서 과학혁명이  인도 또는 아랍권이 아니고 유럽에서 나왔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과학은 그리스 과학자 및 철학자를 통해 크게 융성했고 그 뒤를 이어 유럽 보다 아랍권에서 더 발전했다. 이 분위기를 역전시킨 것을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반응에서 찾았다.

중세 초기 유럽은 그리스인들의 위대한 과학적 업적에 대해 거의 몰랐다. 유럽이 살아난 것은 10, 11세기이다. ‘신이 만들어놓은 것을 연구하는 것은 독실한 활동’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교회학교들이 생겨나면서 과학발전의 토대가 마련됐다.

이와 함께 중세 유럽을 학문으로 이끈 것은 그리스 과학자와 아랍 과학자에 대한 활발한 번역이었다. 12세기에 번역이 큰 역할을 했는데, 이때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랍어에서 영어로 번역돼 유럽에 소개됐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리스인이라 자연스럽게 유럽에 전파됐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게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교회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법칙들은 신의 손을 사슬로 묶는 느낌을 줬다. 파리대학은 1210년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철학에 대해 가르치는 것을 금지당했다.

그레고리 9세 교황은 1231년 아리스토텔레스 책은 수정하여 안전하게 만들어 가르치게 했다. 1250년대 파리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성 보나벤투라는 강력한 반대를 시작했고, 1245년 인노켄티우스 4세 교황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을 금지했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죄로 규정한 것은 ‘교조적인 아리스토텔레스 주의에서 과학을 구했고, 그것을 취소한 것은 교조적인 기독교에서 과학을 구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비해 아랍세계에서는 과학이 이슬람교에서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저자는 평가한다.

중세 때 환영받지 못한 아리스토텔레스

유럽에서는 창의적인 연구가 14세기에 나타나기 시작해서 드디어 과학혁명의 위대한 출발이 시작됐다. 그 출발선에는 코페르니쿠스가 자리잡고 있다. 그를 이어 갈릴레이, 뉴턴, 다윈, 아인슈타인을 중심으로 우리들이 이름을 주워들은 수많은 과학자들이 갑자기 유럽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과학의 역사에 관한 책이면서도 현재 과학의 눈으로 과거 과학자들을 보고 평가하는 이 책은 과거 과학자들이 잘 못 생각한 것도 과감하게 지적한다. 과학 위인전처럼 위대한 과학자를 칭찬 일색으로 나열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 책은 너무나 많은 과학자가 등장하면서도 매우 전문적인 과학의 콘셉트를 수록했기 때문에,  꼼꼼하게 읽으려 들면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다. 그 시험을 이겨내고 계속 읽어나가면 어느 순간 어째서 과학혁명이 그리스나 아랍이나 인도가 아니고 유럽에서 시작됐는지 어슴푸레 설득이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이 이 책을 쓴 저자의 의도였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 독자에게는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중세 유럽의 반응이 매우 신기하게 느껴진다. 동시에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 역시 전부일 수 없으며 완전하지 않다는 평가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열어놓았다.

올해 83세가 된 원로 과학자이기에 가능한 안목이라고 할 만 하다.

요즘 번역되는 외국 과학도서는 원서와의 시차가 대폭 줄어들었다. 외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읽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되면 불과 1년이 안 돼 번역서로 나타난다. 이 책도 2015년에 나온 것을 재빨리 번역했다.

과학의 역사는 가장 재미있고 의미있는 이야기 중 하나이다. 왕조의 흥망이나 정치적인 영웅들의 이야기 못지 않게 인류역사의 변화를 가져왔다. 과학을 통해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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