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과학적 회의주의로 사고하기

[과학명저 읽기] 과학명저 읽기 39

새해가 시작되었다. 올 한 해 내 운세는 어떨까? 무료로 신년운세, 토정비결을 봐 준다는 인터넷 사이트에 눈이 간다. 믿지는 않지만 궁금하다. 결과를 보면 100%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맞는 부분도 있어 보인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호기심에서, 단순한 재미에서, 때로는 삶의 피곤함과 절박함에서 우리는 점성술이나 심령술 같은 것을 찾게 된다. 21세기, 인간이 달나라에 간 지 벌써 4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그 별들이 우리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과학 계몽 운동의 기수 마이클 셔머의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는 이런 점성술과 초능력, 임사체험, 심령술, 외계인 납치 등 사이비 과학에 미혹되어 있는 사람들을 위한 해독제로 씌어졌다.

마이클 셔머는 대중의 과학 계몽을 위해 1997년 회의주의 학회(Skeptics Society)를 만들고 <스켑틱>이라는 과학 저널을 만들어 대중들이 쉽게 빠지는 사이비 과학과 미신의 허위를 ‘폭로’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이 책도 <스켑틱>에 발표한 글들을 모아 편집한 것으로, 사이비 과학과 미신에 빠진 대중들을 과학적 회의주의의 정신으로 무장시켜 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 책에서 셔머가 물리치려는 대상은 폭넓다. 다양한 사이비 과학뿐 아니라, 1980년대 악마숭배, 어린 시절의 성적 학대를 최면 등을 통해 되살려 낸다는 기억회복 운동 등도 그의 퇴치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 창조론을 논박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홀로코스트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홀로코스트 부정론과 그 뒤에 있는 인종주의까지 목록에 포함시키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그가 다루고 있는 주제들 중 상당수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신기하기는 해도 흥미롭지는 않을만한 주제들이다. 이는 그가 선택한 주제들이 그가 살고 있는 미국 사회와 문화 속에서 중요시되는 문제들이고 그가 이 주제들을 다분히 미국 문화의 배경 속에서 펼쳐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악마 숭배나 기억 회복 운동, <아틀라스>의 저자 아인 랜드에 대한 비판은 우리에게 낯설며, 진화론과 창조론 논쟁은 그 발생 맥락에서 분리된 채 수입되어 들어와 원발생지와는 다른 문화적 맥락에서 치열한 이슈가 되었으며,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들과 같은 사이비 역사도 그리 절실한 문제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이처럼 셔머가 제시하는 이슈들이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고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문제들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회의주의 제안은 한국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하다. 특히 그가 “이상한 것들을 믿게 만드는 스물다섯 가지 사고의 오류”는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과학의 언어를 사용했다고 과학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색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은 자기 믿음이 거의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믿음보다 더 타당성이 있음을 전문가들과 전체 공동체에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증명의 부담)”, “소문과 실상은 같지 않다”, “이것 아니면 저것, 양자택일의 오류” 등 과학적 사고와 사이비 과학적 사고에 담긴 문제점, 사고의 논리적∙심리적 문제점으로 스물다섯 가지 사고의 오류를 거론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과학적인 이슈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곳곳의 여러 이슈들에 대한 판단과 평가에서 우리가 저지르기 쉬운 사고의 오류들을 짚어내고 있다.

다양한 스마트 기기가 발달한 요즘,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고 우리 자신이 정보의 홍수를 만들어 내고 있기도 하다. 물건 하나를 사려고 해도 인터넷에 올라온 사용후기들을 검색하고 친구와 밥 한끼 먹으려고 해도 맛집을 검색하는 데 익숙한 우리들이다. 이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보의 진위 여부와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부담은 그 정보를 이용하는 개개인들에게 지워져 있다.

마이클 셔머의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는 18세기에 시작된 대중을 과학으로 계몽하려는 오래된 전통에 닿아 있어 살짝 낡고 진부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개인의 합리적 판단에 도움이 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소개도서 : 마이클 셔머, 류운 옮김,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바다출판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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