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에서 바라본 전염병] (12)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 영화 ‘제7의 봉인’
전염병에 대한 공포심은 죽음과 죽음에 이르는 고통스러운 과정에서 기인한다. 역병이 두려운 이유는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에서 무력하게 생명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1957년 잉그마르 베르히만(Ingmar Bergman) 감독이 그려낸 흑백의 영화 ‘제7의 봉인(The Seventh Seal)’은 흑사병(Peste)으로 인해 죽음의 공포와 맞닥뜨린 인간들의 이야기다.
과학이 부재한 시기의 전염병, 종말과 심판론을 불러오다
흑사병은 인류의 역사상 가장 큰 사망자를 불러온 전염병에 손꼽힌다. 인류는 수많은 재난을 겪었지만 1347년경 유럽에 퍼져나간 흑사병은 약 3년 동안 2000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흑사병은 페스트균(Yersinia pestis)에 의한 급성 열성 전염병으로 페스트균에 감염된 설치류와의 접촉에 의해 감염되며, 환자의 비말을 통해 전파가 이뤄진다.
하지만 흑사병이 대유행하던 당시는 과학보다는 미신을, 의학보다는 종교에 의지하던 시기다. 사람들은 흑사병을 하나님의 천벌이라고 단언하고 무고한 이들을 희생시킨다. 흑사병이 휩쓴 중세의 유럽은 과학이 부재한 시기의 참혹하고 암울한 역사 그 자체이다.
영화의 제목 ‘제7의 봉인’은 성경 요한계시록의 한 구절을 내레이션으로 차용하며 시작한다. 요한계시록에는 7개의 봉인이 언급된다. 제7의 봉인은 마지막 봉인이다. 계시록 8장 1절에는 “양이 7개의 봉인을 여니 약 반 시간 동안 천상의 침묵이 있었노라”고 적혀있다.
14세기 중엽은 300년 십자군 전쟁이 끝나며 종교에 대한 회의가 밀려들던 때다. 수많은 사상자를 낸 전쟁 속에서 흑사병이 퍼지면서 민심은 ‘종말론’을 향해갔다. 때문에 감독은 신의 심판과 세계의 종말을 뜻하는 ‘제7의 봉인’을 영화 전면에 내세웠다.
영화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신의 존재를 간절하게 찾는 기사 안토니우스를 등장시킨다. 그는 이제 막 십자군 전쟁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에 자신을 죽음이라고 설명하는 이를 만난다. 죽음의 사신과 그는 체스 판을 앞에 두고 생사를 건 내기를 한다.
죽음과 내기를 한 기사, 광대 가족을 살리다
사신과 체스를 두며 죽음을 유예한 그는 고향으로 향한다. 하지만 고향을 향하는 길은 순탄치 않다.
지나가던 길에 들린 한마을 성당의 프레스코 벽화에는 흑사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참상이 그려져 있었다. 흑사병은 오한, 발열, 호흡곤란을 시작으로 달걀 크기의 종창을 동반해 통증을 유발한다.
“사지가 뒤틀려 경련을 일으키지. 종기를 마구 쥐어뜯고 손톱으로 핏줄을 잡아 뜯고,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메아리치지.”
죽음이라는 실재보다 죽는다는 공포가 광기를 불러일으켜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신의 구원을 얻고자 스스로를 매질하며 참회하는 이들이 등장한다. ⓒ Svensk Filmindustri (SF)
벽화를 설명하던 이는 실상은 그림보다 더욱 참혹하다고 일렀다. 또 다른 벽화에는 매질을 하며 십자가를 매고 거리를 행렬하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었다.
당시 유럽에서는 흑사병의 원인이 인간 죄에 대한 신의 형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영화 속 이들은 ‘참회 행렬’이라 불리는 과정을 통해 신에게 죄를 회개하고 구원을 얻고자 했다.
현실은 벽화보다 더욱 참혹하고 흉측했다. 안토니우스와 그의 종자 엔스는 고향으로 가는 길에 마녀로 몰린 한 소녀가 불에 타 죽는 과정을 겪고 피를 흘리며 서로를 매질하는 참회 행렬을 목도하며 더욱 강하게 신의 존재를 묻는다.
수많은 비극의 순간에도 평온한 때는 존재한다. 안토니우스가 도중에 만난 광대 가족과의 한때가 그러했다. 광대 요프와 그의 아내 미아, 이제 돌이 지난 아기 미카엘이 주는 일상의 행복과 평온은 암울했던 시기의 한 줄기 빛과 같다.
안토니우스는 광대 가족을 살리기 위해 사신과의 체스 판을 엉망으로 뒤집는다. 흩어진 말에 정신이 팔린 사신의 눈을 피해 떠난 광대 가족은 흑사병의 위험에서 벗어나고 안토니우스와 나머지 일행은 고향에 도착한 후 사신을 순응하며 맞아들인다.
마지막 영화의 엔딩에 죽음의 낫을 든 사신을 앞으로 어깨에 손을 올리며 춤을 추며 언덕을 오르는 안토니우스 일행의 죽음의 무도 행렬은 단연코 이 영화의 백미다. 죽음의 사신을 마주한 일행의 표정에는 놀라움, 순응, 체념, 쾌락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담겼다.
그래도 희망은 남았다. 끝까지 살아남은 광대 가족이 길을 재촉하는 마지막 장면은 코로나19로 고통스러운 지금 우리에게도 전염병의 시대에도 여전히 삶의 희망이 있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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