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문화이자 소통의 장”

[인터뷰] 2019 청소년 과학상황극 톡신 대상팀 지도교사

“아이고, 나 죽네~! 내 몸에서 이런 것이 나왔다네.”

“아니 이것은! 용왕님은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병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난 12월 21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대웅경영개발원. 미세플라스틱에 고통받는 용왕님의 이야기가 울려 퍼졌다. 미세플라스틱의 심각성을 재치있게 경고하는 부일여중 학생들의 과학상황극, ‘현대판 별주부전’의 한 장면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과학을 이용해 왜군을 격퇴할 계획을 세우는 진기한 장면이 펼쳐졌다. 울돌목의 지리적 특성과 와류의 생성원리를 바탕으로 작전 계획을 세우는 모습이 사뭇 진지해 보였다.

2019 청소년 과학상황극 톡신(Talk Scene)-10 Minute Science 전국대회가 작년 12월 21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대웅경영개발원에서 진행됐다. ⓒ 한국과학창의재단

2019 청소년 과학상황극 톡신(Talk Scene)-10 Minute Science 전국대회가 작년 12월 21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대웅경영개발원에서 진행됐다. ⓒ 한국과학창의재단

이는 모두 ‘2019 청소년 과학상황극 톡신(Talk Scene)-10 Minute Science(이하 톡신)’ 전국대회에서 나온 퍼포먼스다. 톡신은 전국의 청소년들이 상황극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 과학적 소양을 겨루는 행사다. 두 번째로 진행된 2019년 대회에선 예선·본선 포함 총 18개 학교 교사·학생 총 752명이 참여했다.

21일 진행된 전국대회에서는 험난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17개교 교사 및 학생 100여 명이 모여 경기장을 후끈 달궜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중등부, 고등부 대상을 차지한 부일여중 ‘언더더씨’, 서라벌고 ‘업짱’팀 지도교사를 찾아 대상 수상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과학 통해 지역사회 소통의 장 열려” – 부일여중 ‘언더더씨’ 구교정 교사

톡신 전국대회 대상, 2019년 전국 환경동아리 발표대회 대상, 2019년 푸른하늘지킴이 발표대회 대상까지. 작년에만 3개의 전국대회 대상을 수상한 부일여중은 명실 상부한 인천의 과학 명문 학교다. 그 중심에 있는 과학동아리 BIG 사이언스는 지난 5년간 수많은 과학 대회에 참가해 수상자를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제가 부일여중에 부임한 2015년부터 꾸준히 각종 관련 대회에 참가해 왔습니다. 덕분에 지금까지 250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었죠.”

중등부 대상을 차지한 부일여중 언더더씨팀과 구교정 지도교사 ⓒ 구교정 제공

중등부 대상을 차지한 부일여중 언더더씨팀과 구교정 지도교사 ⓒ 구교정

작년 톡신 전국대회 대상자인 ‘언더더씨’ 팀원(인다혜·3, 김수연·3, 윤예설·3, 이혜림·3)들의 쾌거도 이런 노력의 산물이다. ‘현대판 별주부전’을 선보인 이들은 용왕님의 병세가 사실 미세플라스틱 때문에 생겼다는 기발한 발상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는데 성공했다. 이는 환경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공부한 덕분이라는 것이 구 교사의 설명.

“꿀벌의 감소, 미세먼지 등 평소 과학동아리 아이들과 여러 환경문제를 갖고 토론을 합니다.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오염도 그중 하나였죠.”

대회를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구 교사를 포함한 과학 교사 3명이 검토에 나섰고, 원고 수정만 10여 차례가 넘어가는 과정을 통해 상황극의 정확도를 높이고 설득력을 강화했다고 한다.

“미세플라스틱의 심각성을 흥미롭게 이해시키면서도, 과학적인 팩트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이렇게 치열하게 과학상황극을 준비한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단순 대상 수상을 넘어, 전교생에게 과학의 즐거움을 주기에 이른 것.

“지난 2018년 대회부터 톡신을 준비했는데, 그 결과물을 당시 교내 축제에서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반응이 정말 폭발적으로 좋았어요. 보통 교내 축제에서 학생들이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 춤과 노래 정도입니다. 그러다가 전혀 다른 성격의 색다른 퍼포먼스가 나오자 격려와 칭찬이 이어진 것이죠.”

각종 대회 수상과 함께 과학상황극에 대한 환호는 많은 이들에게 큰 자극이 됐다. 과학 교사들은 좀 더 창의적인 교수법을 고민하고, 학생들은 과학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것. 이에 더해 지역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구 교사의 분석이다.

구교정 교사는 학교 근처에서 직접 꿀벌을 키워 미세먼지와의 관계를 살펴보는 등 앞으로도 학생들과 함께 과학 활동을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 ⓒ 김청한 / Sciencetimes

구교정 교사는 학교 근처에서 직접 꿀벌을 키워 미세먼지와의 관계를 살펴보는 등 앞으로도 학생들과 함께 과학 활동을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 ⓒ 김청한 / Sciencetimes

“결과적으로 과학을 매개체로 지역사회 전체가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하면 무리일까요. 학부모들까지 과학에 관심을 보이고, 주변 초등학생들이 과학을 하고 싶어 부일여중에 입학하게 됐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구 교사는 “앞으로도 학교 근처에서 직접 꿀벌을 키워 미세먼지와의 관계를 살펴보고, 갈색거리저, 꿀벌부채명나방, 화랑곡 나방 유충을 통한 플라스틱 오염 해결방안을 연구하는 등 학생들과 함께 과학 활동을 계속해 나갈 생각”이라며 과학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확산시키는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제 과학을 문화로 즐길 때가 왔다” – 서라벌고 ‘업짱’ 장원정 교사

“과학기술은 어렵잖아요. 때문에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릴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이순신이라는 익숙한 영웅의 이야기를 과학기술과 접목시켜 표현한 것이죠.”

서라벌고 업짱 팀(양현식·2, 김규석·2, 김진산·2, 황규현·2)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임진왜란의 한 장면을 소재로 삼았다. ‘생활과 과학’ 시간에 배운 ‘와류’라는 과학 현상과 명량해전을 결합해 하나의 멋진 상황극으로 재현한 것. 플래카드를 통해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가 하면, ‘성균관 유생 출신 수병’ 등 독특한 캐릭터들을 활용해 ‘과학’과 ‘흥미’를 모두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고등부 대상을 차지한 서라벌고 업짱팀과 장원정 지도교사 ⓒ 장원정 제공

고등부 대상을 차지한 서라벌고 업짱팀과 장원정 지도교사 ⓒ 장원정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 현실적인 장벽으로 다가온 것이 대학 입시. 성적 관리와 전국대회 준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느끼는 부담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서 빛을 발한 것이 과학을 너무나도 좋아한다는 장 교사의 끈질긴 노력.

“과학을 문화로 즐길 수 있는 이 대회에 꼭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학생들에게 책에 없는 경험적 지식을 쌓을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죠. 청소년들이 커서 과학자, 연구자 등 과학기술 관련 전문가가 되지 않더라도, 이런 식으로 과학을 접해보았다는 자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과학을 즐겨달라”는 장 교사의 말에 대입에 대한 스트레스를 잠시 접어두고, 마음을 열게 된 서라벌고 아이들. 톡신 대회 덕분에 참여한 학생들의 자세가 달라졌다는 것이 장 교사가 전한 서라벌고의 풍경이다. 그녀는 “대회를 알려줬을 뿐인데 학생들이 스스로 과학을 찾아 공부하는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라며 “수업 시간에 교과서를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보다 집중도가 향상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장 교사가 경험한 대회 참가의 긍정적 효과는 학생들의 창의성 발현이다.

“톡신 대회는 학생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는 한편, 팀과 협력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의미 있는 행사 같아요. 특히 친구들이 과학을 연극으로 표현하는 것을 보며, 같은 내용이라도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눈으로 직접 보고 배우는 기회가 됐죠.”

서라벌고 업짱팀은 ‘와류’라는 과학 현상과 명량해전을 결합해 하나의 멋진 상황극으로 재현했다.  ⓒ 장원정 제공

서라벌고 업짱팀은 ‘와류’라는 과학 현상과 명량해전을 결합해 하나의 멋진 상황극으로 재현했다. ⓒ 장원정

이러한 창의성은 전국대회 진출팀을 선발하기 위한 교내 대회에서 그 꽃을 피웠다. 참가한 학생들이 과학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며 자신만의 개성을 마음껏 표출한 것. ‘전자기유도’같은 물리현상을 발견하지 못한 과거를 보여줌으로써 그 유용함을 알려주고, 과학 지식으로 각종 사건을 해결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장 교사는 교내 대회에 대해 “참가한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너무 빛났다. 점수를 매겨 아이들을 한 줄로 세우기가 곤란했을 정도”라며 “채점 등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준 동료 선생님들의 역할 역시 컸다. 덕분에 교내 대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장 교사는 마지막으로 “여전히 ‘과학은 과학자만의 것’이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과학문화 확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장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해주는 난방 혹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등 이미 우리 일상은 모두 과학기술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이제는 과학을 동떨어진 무언가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일 때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제 역량이 다할 때까지 과학을 문화로 향유하기 위한 다양한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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