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놀이가 되어야 한다”

‘과학은 놀이’ 주장하는 최원석 교사

과학이 실생활과 연결되어 있지만 그것을 인지하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어렵고 저 멀리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더 크다. 그러나 미래과학도 그렇지만 교과서에 담긴 과학도 실상 우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삶에서 누리는 모든 것들이 과학과 연결되지 않은 것은 없을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과학을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지난 5월 서적 ‘과학은 놀이이다’를 출간한 19년차 과학교사이자 과학저널리스트인 최원석 경북 상모중학교 교사에게 이에 대해 물었다. 최 교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과학창의재단이 선정한 ‘올해의 과학교사’에 선정된 바 있다.

“초기의 과학은 놀이와 구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현대 전기 문명 탄생이 그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죠. 솔직히 전기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발전기를 만든 패러데이는 이 물건이 어디에 사용될지 몰랐답니다. 단지 당시 유행했던 귀족들과 과학자의 전기놀이에서 다양한 전기현상과 전기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발전기는 세상에 등장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최원석 씨는 “인류가 놀이를 하다가 생겨난 과학이 많다.”며 “이 즐거움을 다시 대중들에게 돌려줘야만 과학적 호기심이 증가하게 되면서 그 결과 과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이비과학을 과학으로 여기는 경향 존재

실상 사람들은 과학과 자신들의 일상을 별개로 여기지만 이는 느끼지 못해서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은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왔다.

예를 들어보자. 도자기 장인들이 무턱대고 계속 도자기만 구웠다면 과연 고려청자는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을까. 발레리나가 계속 반복된 동작만 연습하고 음악가는 같은 악기만 연주했다면 오늘의 예술은 탄생하지 않았다. 화가들 역시 새로운 재료 기법을 찾지 않았다면 원시인의 동굴벽화에서 크게 변화하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토슈즈를 만들어내고 여러 악기를 개발한 한 덕택이라고 할 수 있다. 화가들은 물감과 같은 다양한 재료를 만들어 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모두 다 과학적 아이디어와 결합한 결과물인 셈이다.

오늘날의 문화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했던 수많은 알려지지 않은 과학자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문화를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원석 선생은 과학이 놀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원석

최원석 선생은 과학이 놀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원석

문제는 과학이 주는 많은 혜택을 받고 있지만 정작 과학에 대한 관심은 낮다는 점이다. 예전보다 나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때로는 비과학적인 것들이 과학으로 대접받는 흐름도 있다.

“작년 한 케이블 방송의 예능프로그램에서 점의 비과학적인 측면에 대해 설명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방송을 통해 사람들이 과학적인 설명 보다는 이상한 것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 알 수 있었죠. 다른 방송의 경우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웰빙의 신비주의적인 면만 강조되고, 마치 과학기술과 자연이 서로 상반되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었답니다.”

최 교사는 “미신처럼 비과학적인 것을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프로그램을 통해 재확인하게 됐다.”며 “칼 세이건이 미신과 사이비 과학이 횡행하는 세상을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이라고 말했는데, 우리나라가 이에 해당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참 안타까웠다.”고 과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비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진학을 위한 과목으로 존재하는 것이 문제

그러나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학 대중화가 그 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문제를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의 과학 대중화를 방해하고 있는 것일까.

최 교사는 “과학이라는 학문을 처음 접하는 교육현장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공부가 자신이 접한 문제를 해결하고, 진로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과학은 즐거움과는 거리가 먼 지식 전달 위주의 과목으로 돌변해 버려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과학은 단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과목으로 취급되고, 결국 과학자의 전유물로 치부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사실 과학이 전문가 집단이나 교육받은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은 현대에 접어들어 나타난 현상이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이 사람들이 딱딱하고 자신과는 상관없는 분야로 생각하게 만든 원인이다. 해결 방법도 여기서부터 찾아야 한다.

“과학이 놀이화 되어야 합니다. 어릴수록 대부분 과학 공부는 놀이로 되어있지만 성장하면서 놀이의 과학은 사라지고 지식과학만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기형적인 교육환경에서는 과학의 즐거움을 알 수가 없답니다.”

최 교사는 “아이들에게 놀이가 바로 과학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이라며 “그래야만 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에도 과학에 대한 흥미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학의 놀이화되기 위해 교과서부터 바뀌어야

과학의 놀이화되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것이 많다. 특히 교과서부터 바뀌어야 한다. 물론 최근 융합교육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준비가 마련되고는 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중학교  2학년 과학교과서 중 ‘기권과 우리의 생활’ 단원이 좋은 예다. 여기서는 데이비드 콕스(David Cox)의 ‘사막 건너기(Crossing the Sands)’와 같은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시도는 아주 좋다. 문제는 이 그림을 보고 대기에 관한 호기심을 가질 만큼 그림이나 과학에 소양을 갖춘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아이들에게는 명화를 섞어 넣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과학책일 뿐인 셈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도입부분에서만 이러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교과서에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소재를 더 많이 넣고, 그것이 본문과 유기적으로 잘 결합되어만 하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이 부분에 대한 보강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데이비드 콕스의 명화 '사막 건너기'

데이비드 콕스의 명화 ‘사막 건너기’ ⓒ Birmingham Museums & Art Gallery

과학에 대해 무관심이 계속 이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프로그램 부족도 하나의 원인이다. 현재 과학관 방문은 과학반 학생이나 희망자를 선발해 과학관 견학을 하거나 수학여행을 통해 겨우 중학교 3년 동안 한 번 다녀올 정도로 소극적인 편이다. 게다가 재미있는 과학책이 많지 않다보니 학교 다니면서 과학책을 읽은 경험이 거의 없으니 여전히 과학책 읽기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좋은 과학 도서를 발굴하고 보급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최 교사는 “과학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지원하고 과학책 읽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이런 경험들이 축적된다면 과학을 재미있던 일로 기억하게 되고 결국 성인이 돼서도 과학에 대한 관심이 유지되면서 과학 대중화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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