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과학으로 살펴본 영화 속 지진해일

[과학기술 넘나들기] 과학기술 넘나들기 (86)

사람들을 위협하고 큰 피해를 입히는 자연재해에는 화산, 태풍, 홍수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지진해일 역시 무서운 자연재해의 하나로서 인명과 재산에 적지 않은 피해를 끼치곤 한다.

2004년 태국 해안가를 덮친 지진해일 ⓒ Wikipedia

2004년 태국 해안가를 덮친 지진해일 ⓒ Wikipedia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올해 9월 28일 인도네시아의 술라웨시 섬에서 일어났던 지진해일을 들 수 있다. 강진과 함께 지진해일이 발생하여 인근 도시와 마을들을 휩쓸고 지나갔다.

지난 2011년 3월 일어난 동일본대지진 역시 거대한 지진해일을 불러왔다. 이 지진해일이 넓은 지역을 덮치면서 막대한 피해를 냈을 뿐 아니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이어지면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 바 있다.

지난 2004년 12월에는 인도네시아 서부 수마트라 섬에 대지진과 지진해일이 강타하여, 멀리 떨어진 태국의 유명휴양지 푸켓 해변까지 덮치는 등 13개 나라에서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진해일을 소재로 한 대표적인 국내외 재난영화로는, ‘해운대(2009)’와 ‘더 임파서블(The Impossible; 2012)’을 꼽을 수 있다.

천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해운대의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천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해운대의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해운대는 여름철 수십만의 피서객이 몰려 있던 해수욕장에 갑자기 거대한 지진해일이 몰려온다는 다소 독특한 설정의 영화다.

국내에서 천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였는데, 재난영화이면서도 한국적 정서에 부합하는 재미와 감동을 준 것이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듯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더 임파서블의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더 임파서블의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완 맥그리거, 나오미 왓츠 등이 주연한 ‘더 임파서블’은 2004년의 동남아 지진해일에서 기적같이 살아남은 한 가족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세계적으로 큰 감동을 선사하면서 흥행에 성공하였다.

두 영화 모두 대재난을 실감나게 묘사하기는 했지만, 과학기술적으로 엄밀하게 묘사된 영화라기보다는 휴먼 드라마의 성격이 짙다 보니 옥에 티도 눈에 띄곤 한다.

특히 영화 해운대의 첫 부분 중, 대양에서 폭풍과 싸우던 선박을 지진해일로 인한 거대한 파도가 덮치는 장면은 과학적 측면에서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진해일의 실체가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지진해일은 단순히 해저 부근에서 지진 등이 발생하여 바닷물이 밀려오는 현상이 아니다. 쓰나미(津波; Tsunami)라고도 불리는 지진해일의 실체는 풍랑이나 너울과 마찬가지로 해파, 즉 바닷물이 일으키는 파동의 일종이다.

물론 해저지진 등이 원인이 되어 생기지만, 해저에서 지진이나 화산 폭발이 일어난다고 해서 무조건 다 큰 피해를 주는 지진해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단층 혹은 역단층과 같이 수직 방향의 변위를 동반하는 지진이 강력한 지진해일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바꾸어 말하면, 수평방향의 변위를 주로 하는 지진은 상대적으로 지진해일의 위험성이 적다고 할 수도 있다. 어쨌든 지진 발생 자체만으로 지진해일 발생 여부나 피해 정도를 정확히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지진해일을 묘사한 19세기 일본 화가의 그림 ⓒ Wikipedia

지진해일을 묘사한 19세기 일본 화가의 그림 ⓒ Wikipedia

지진해일을 일으키는 바닷물 파동의 속도는 수심의 제곱근에 비례한다. 따라서 깊은 바다의 경우 보통 초속 수백 미터 이상의 매우 빠른 속도로 육지 쪽으로 전파되게 된다.

지진해일을 전문적으로는 천해파(淺海波)라고 분류하는데, 천해파란 파장(wavelength)이 수심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긴 장파(長波)이다.

지진해일의 파장은 수 킬로미터 이상에서 수백 킬로미터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으며, 바닷물이 표면 부근에서만 움직이는 심해파(표면파)와는 달리, 깊은 바다 속에서도 물 입자가 타원운동을 하게 된다.

육지에서의 지진도 물론 큰 피해를 몰고 오는 경우가 많지만, 그 피해지역은 상대적으로 넓지 않고 국지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지진해일은 별다른 장애물이 없이 바닷물의 파동에 의하여 에너지가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훨씬 넓은 지역과 먼 곳에까지 피해를 끼칠 수 있다.

2004년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섬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이 태국과 인도, 스리랑카의 넓은 해변에 걸쳐서 큰 피해를 준 데에 그치지 않고, 인도양을 지나서 아프리카 동부해안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지진해일의 파동이 장파이므로 깊은 바다에서 전달되는 과정에서는 파고의 변화가 심하지 않다.

때문에 그 위를 지나가는 배는 지진해일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고 통과할 수 있고, 심지어 물속에서 작업하는 잠수부나 스킨스쿠버들도 별 피해를 보지 않는다.

지진해일의 파동이 해안가에 다가오면서 생기는 천수효과(Shoaling) ⓒ GNU_Free

지진해일의 파동이 해안가에 다가오면서 생기는 천수효과(Shoaling) ⓒ GNU_Free

그러나 지진해일이 수심이 얕은 해안가로 다가오면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된다.

전문용어로는 ‘천수효과(Shoaling)’라고 하는데, 파장은 짧아지고 파고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해변의 관광객이나 주민들에게는 엄청난 물벼락으로 큰 피해를 입히게 되는 것이다.

지진해일의 파장은 너무나 길어서 파동의 앞부분은 얕은 바다에 도달했어도 그 뒷부분은 깊은 바다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파장의 전달속도는 깊이의 함수이므로 앞쪽은 진행이 느려지고 뒤쪽은 빨라서 그 사이에서 에너지가 쌓이게 된다.

즉 넓은 장판이나 종이의 앞부분을 고정시키고 뒷부분을 밀면 구겨지면서 큰 주름이 생기듯이, 응축된 에너지는 높은 파도로 바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경고처럼,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도 강도 높은 지진들이 일어나곤 한다. 지진뿐 아니라 지진해일에 대한 대비 또한 철저히 하여 이로 인한 심각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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