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냅스, 편도체, 웜홀, 커 블랙홀, 다중우주론, 상대성이론 등 듣기만 해도 어렵고 생소한 과학 용어들이 쏟아져 나오는 연극이 과연 재미있을까?
모르는 과학 용어들에 대한 설명을 중간에 넣다 보면 내용이 딱딱해지고 이야기의 흐름이 끊긴다. 자칫 잘못하면 과학적 내용을 설명하는 강연이 되기 쉽다. 그러니 재미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 잡은 과학연극
이런 선입견과 편견을 깨고 재미와 감동까지 잡은 연극이 2019년 대한민국 과학축제 기간에 대학로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연극 ‘SNL 리와인드’가 바로 그것.
과거를 지우고 싶어 하는 여자와 과거를 바꾸고 싶어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연극은 요즘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많이 등장하는 시간 여행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이미 친숙한 느낌이었다.
연극은 대학의 한 연구실에서 시작된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던 강민찬 연구원이 담당교수의 해임으로 연구를 중단해야 할 위기에 놓이게 됐고, 시냅스(신경 세포 간 연결 지점)를 자극하여 기억을 지우는 연구를 해왔던 신은우 교수가 새롭게 부임해서 논쟁을 벌이게 된다.
“미래는 몰라도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인데, 왜 시간 낭비를 하죠?”(신은우)
“과학은 늘 새로운 것을 발견하죠. 가설을 세우고 증명하고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새로운 질문을 찾는 게 과학이죠. 지금 연구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것들은 발견되죠.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이전 것을 개선하고 보완하다 보면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는 거죠.”(강민찬)
학창시절 교통사고로 여자 친구를 잃은 강민찬은 과거로 돌아가 그 순간을 돌려놓고 싶어 했고, 신은우 교수는 악몽 같은 어린 시절 사고의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어 했다. 서로 목적은 달랐지만, 그 목적을 위해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
드디어 연구의 막바지 단계,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시작됐고 연구가 성공한 듯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발목은 잡은 건 바로 ‘타임 패러독스’. 시간 여행으로 바뀐 과거가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시간의 역설이다.
과학적 성찰은 물론 상상력까지 자극해
타임머신이라는 가설의 근거로 제기되고 있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다. 빛의 속도에 가깝게 달릴 수 있으면 시간이 점점 느리게 흐를 것이고, 어느 순간 정지할 것이다. 그렇다면 빛보다 빠르게 달린다면 과거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이론적으로는 빛보다 빠른 것이 세상에 없기 때문에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불가능하다. 또한 시공간의 개념 자체가 상대성 이론의 틀 안에 있는데, 상대성 이론에서는 결코 광속보다 빠른 물질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불가능한 또 다른 이유는 원인과 결과라는 기본적인 자연법칙 때문이다.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이 현재에 영향을 미쳐 지금과는 또 다른 새로운 현재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단일우주에서는 인과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중우주라는 새로운 가설을 바탕으로 이 역설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역시 과학적인 근거는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연극에서는 지우고 싶고, 바꾸고 싶었던 과거의 문제를 시간 여행이 아니라 시냅스에 저장된 기억을 끄집어내 해결했다. 기억 저장 시냅스에는 다양한 정보들이 저장되지만 일부는 망각되고, 또 다른 일부는 재구성되어 장기기억으로 변환되기 때문이다. 연극 ‘리와인드’는 이런 과학적 성찰까지 가능하게 했던 의미 있는 시도였다.
이번 연극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과학문화확산 사업으로 진행해 온 SNL 사이언스 나이트 라이브(SCIENCE NIGHT LIVE)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 그동안 과학에 관심이 없는 성인들의 흥미를 북돋워주기 위해 연극뿐 아니라 버스킹과 공연 등 다양한 퍼포먼스들이 시도되어 왔다.
‘SNL 리와인드’도 지난해 11월 성인 대상 연극으로 초연이 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온 가족이 즐기는 과학축제 기간에 공연되는 만큼 성인들보다 전 연령층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내용으로 무대에 올려 관람객 층을 넓혔다. 연구실을 탐방하는 과학 크리에이터부터 급식체를 쓰는 인공지능 로봇과 사투리를 한 개 밖에 말하지 못하는 로봇까지 등장해 요즘 아이들과의 눈높이도 맞췄다.
또한 단순히 과학적인 내용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나오는 음악과 영상, 그리고 배우들의 움직임을 통해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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