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

과학에 빠진 예술가, 과학에 감성을 담아내다

[인터뷰] 과학퍼포머 이나영, 유주호

화려한 조명과 함께 몸을 신나게 흔들고, 귀가 호강하는 달콤한 노래를 들려주고, 절절한 연기로 보는 이들의 감정을 사로잡는 등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예술이 우리들을 감싸고 있다.

그런데 이런 예술을 바탕으로 과학을 널리 알리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과학퍼포머’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오디션 및 교육을 통해 선발되는 과학퍼포머는 자신만의 예술세계로 과학을 재해석하며, 기존의 과학커뮤니케이터와는 다른 방식으로 과학대중화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이중 이나영, 유주호 과학퍼포머는 뮤지션으로서 과학 퍼포먼스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1기 과학퍼포머들이다. 2018년 여름부터 수많은 과학문화 확산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과학포털 사이언스올의 마스코트인 사이웅스와 함께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이나영(우), 유주호(좌) 과학퍼포머. 1기 과학퍼포머인 이들은 2018년 여름부터 수많은 과학문화 확산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 Sciencetimes / 김청한

이나영 과학퍼포머는 지킬앤하이드, 러브레터 등 다양한 뮤지컬에 참여한 베테랑 배우다. 모던팝스오케스트라 상임단원으로서 뮤지컬, 팝 부분 솔리스트 퍼포먼스를 하고, 다양한 음악극에 참여하는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연기력과 가창력을 두루 겸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주호 과학퍼포머는 버스킹, 공연 등 뮤지션으로서의 삶과 뮤직토크 콘서트 ‘이생망 콘서트’ 제작, 청소년 쉼터 ‘밥놀’ 심야음당(음악식당) 운영 등 활동가로서의 면모가 어우러진 청년이다. 현재 청년 음악 단체 브릿지 칼라 대표를 맡고 있다. 이렇게 과학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이들이 과학퍼포머가 된 것은 어떤 연유에서였을까.

이나영 우연히 오디션 사이트에서 모집공고를 보게 됐어요. 마침 출연하던 공연이 끝나고 다른 오디션을 준비하던 시기였기에 망설임 없이 지원했습니다.

유주호 아는 음향 감독님의 권유로 오디션에 응시하게 됐습니다. 이전부터 지역 사회의 여러 문화를 융합하는 일을 해왔기 때문에 과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호기심이 살짝 있기도 했죠. 결과적으로 제 인생의 새로운 시도가 된 것 같습니다.

신나는 클럽에서 현장 버스킹 공연까지… 종횡무진 과학퍼포머들의 활약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과학퍼포머는 사실 이미 많은 영역에서 과학문화 확산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신나는 클럽에서 성인 대상 과학 라이브쇼(사이언스 나이트 라이브)를 진행하는가 하면, 거리에서는 버스킹을 하고, 극장에서는 연극을 한다. 학교나 산간오지 등 현장으로 달려가 과학문화를 전달하는 것도 과학퍼포머의 중요한 임무다.

과학퍼포머들은 과학의 달(4월)에 진행됐던 ‘스테이지 S’ 무대에서 과학적인 소재와 사랑, 일상의 이야기를 노래로 절묘하게 엮음으로서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사진은 스테이지S 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는 과퍼트리오(이빛나, 유주호, 이나영 과학퍼포머)의 모습. ⓒ 유튜브 채널 사이언스프렌즈 캡처

유주호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 중 하나가 울릉도에서 진행한 과학버스킹 무대입니다. 아무래도 과학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에서 학생들이 보여줬던 뜨거운 반응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거창한 퍼포먼스 위주의 콘텐츠와 함께, 대중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장 밀착형 퍼포먼스까지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유주호 과학퍼포머는 “스토리라인을 다듬는 등 보다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통해 과학과 일반인들의 간격을 좁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행성 궤도와 짝사랑의 연관성? 예술로는 표현할 수 있어”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활동 영역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특히 이는 코로나로 입지가 좁아진 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했다고.

이나영 코로나로 대부분 오프라인 행사가 취소된 후에는 온라인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과학의 달(4월)에 진행했던 ‘스테이지 S’라는 온라인 무대가 기억나네요.

스테이지 S는 당시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진행했던 온라인 과학축제의 일환으로 마련된 무대다. 과학을 소재로 한 창작 음악을 선보이는 해당 콘서트에서 이들은 ‘코스모스’, ‘비문증’, ‘안녕’ 등 인상적인 곡을 선보였다. 특히 과학적인 소재와 사랑, 일상 등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엮음으로서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관련링크>

국내 최초로 시도된 과학문화 웹드라마 뉴런은 생명과학·신경세포학·물리학 등 과학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뉴미디어 채널을 운영하는 청춘 남녀들의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엮어낸 콘텐츠다. 과학과 일상, 사랑의 긴밀한 관계를 흥미롭게 표현하면서도, 섬세한 감정의 변화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과학퍼포머들의 창작곡(코스모스, 비문증, 안녕)으로 짜인 OST들은 웹드라마의 내용과 잘 어울린다는 평이다. ⓒ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중 ‘안녕’은 천체의 움직임과 짝사랑의 애틋함을 연관시킨 곡이다.

이나영 우주에 대한 영상을 보다가 불현듯 ‘태양계 행성들이 사실 태양을 짝사랑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행성들이 태양을 바라보며 주위를 돌지만, 실제 만날 수는 없는 모습을 남녀 간의 짝사랑으로 대입해 달달하지만 슬픈 노래를 만들어 봤죠.

‘비문증’ 역시 신선한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다.

유주호 비문증은 간단히 말해 눈앞에 먼지나 벌레 같은 작은 물체가 떠다니는 것처럼 느끼는 증상을 말합니다. 사실 우리 눈 속 유리체라는 부분에 혼탁이 생겨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모습으로 표현해봤어요. 결국 용기를 내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면 비문증도 사라질 거라 봐야죠.

과학문화 웹드라마 ‘뉴런’ OST…섬세한 감정으로 전달하는 과학의 떨림

놀라운 것은 작품에 대한 이들의 집중력. 유주호 과학퍼포머는 “감정을 좀 더 잘 표현하기 위해 하이라이트 부분만 1주일 넘게 작업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완성도에 대한 열정’과 ‘과학의 예술적 해석’이야말로 과학퍼포머가 지닌 소중한 가치라 하겠다.

이나영 아무래도 예술을 하다 보니 작품 자체에 대한 예술성을 좀 더 추구한다고 할까요? 예를 들어 가수의 경우, 가창력이나 퍼포먼스 같은 부분에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게 되죠. 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대중에게 이를 전달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와는 이런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참신함과 완성도, 표현력을 인정받아 ‘코스모스’, ‘비문증’, ‘안녕’ 등 3곡은 웹드라마 뉴런의 OST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최초로 시도된 과학문화 웹드라마 뉴런은 생명과학·신경세포학·물리학 등 과학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뉴미디어 채널을 운영하는 청춘 남녀들의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엮어낸 콘텐츠다.

특히 과학과 일상, 사랑의 긴밀한 관계를 흥미롭게 표현하면서도, 섬세한 감정의 변화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과학퍼포머들의 창작곡은 웹드라마의 내용과 잘 어울린다는 평. 현재 유튜브 사이언스프렌즈 채널에서 드라마 영상과 함께 이를 편집한 뮤직비디오가 올라와 있다. <관련링크>

과학퍼포머 활동을 진행하며 그 매력에 깊이 빠진 이들은 ‘사이월드협동조합’이라는 단체를 조직하며 파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과학에 감성을 가득 담을 이들의 향후 활동을 기대해 본다. ⓒ Sciencetimes / 김청한

과학퍼포머들의 모임, 사이월드협동조합이 나아갈 길

그렇다면 앞으로 이들이 걸어갈 과학문화의 길은 어떤 모습일까. 과학퍼포머 활동을 진행하며 그 매력에 깊이 빠진 이들은, 놀랍게도 삶의 궤도 자체를 바꾸는 파격적 도전에 나섰다. 약 2년여 간의 과학문화 활동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셈이다.

이나영 최근 과학퍼포머 5명과 친분 있는 작가 1명이 모여 ‘사이월드협동조합’이라는 단체를 조직했습니다. 지금껏 진행했던 과학버스킹 공연이나 연극 등 다양한 활동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좀 더 체계화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거든요. 한국과학창의재단 등 관련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꾸준히 과학예술문화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 합니다.”

유주호 장르 간 경계가 없어지고 각자 다른 전공자들이 서로 협업하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가능성을 봤어요. 그 결과물이 노래가 될 수도, 토크쇼가 될 수도, 연극이나 뮤지컬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제가 갖고 있는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이라고나 할까요. 이렇게 다양한 가능성이 생겨날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의 장, 일종의 플랫폼이나 허브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이들은 마지막으로 입을 모아 “코로나19로 많은 활동이 취소된 지금이야말로 오히려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고 체계를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예술이 주는 감동과 과학을 엮은 ‘감성과학’을 선보이겠다”고 야심 차게 선언했다. 과학버스킹, 과학연극, 온라인콘텐츠자문, 과학음악창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빛날 이들의 활동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감성 가득한 과학퍼포머들의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다.

(1058)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