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발견, 특히 우주에 대한 내용은 충격과 경악의 연속이다.
평평한 지구가 사실은 둥그런 공이었고, 알고 보니 지구가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 태양 주변을 돌고, 그 태양계는 우주 전체로 보면 한 점도 안 되는 변방이다.
이런 충격과 경악의 연속을 넘고 넘어 우주과학은 발달했으며, 이에 맞춰 인간의 이성과 상상력도 날개를 펴고 있다.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발견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가지지 않으면 우주과학에 눈을 돌릴 수 없을 것이다.
우주진화 140억년을 다룬 ‘오리진’(Origins : Fourteen billion years of Cosmic Evolution)은 놀라운 통찰력과 치우치지 않는 평형감각으로 가득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저자인 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이 왜 가장 훌륭한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 중 한 명으로 꼽히는지 알수 있다. 우주과학의 놀라운 발전을 이룩한 천문학자와 물리학자들의 다양한 업적을 아주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책의 진가는 서로 대립되는 듯한 과학적 발견과 가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마치, 우주과학에서 새로운 충격이 닥쳤을 때 갖춰야 할 대응자세를 연습시키는 듯 하다.
우주과학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몇 가지 주제에 대해서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분명하고도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는다.
‘생명체가 과연 지구상에만 있는가?’라는 주제도 그 중 하나이다. 태양계 내 몇몇 천체에서 외계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다면, 태양과 비슷한 별을 도는 수십 억 개 행성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태양계에서 오직 지구만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밝혀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다른 곳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유보될 것이다.
단순 팽창이 아니라 가속팽창이라니
1998년 초신성 관측을 통해서 우리가 가속 팽창하는 우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전 세계 우주과학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당시 과학자들은 이미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냥 팽창이 아니라 ‘가속 팽창’한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던 것이다.
이런 영향으로 우주과학자들은 어떤 놀라운 발견도 수용할 태세를 갖춘 것 같다.
그중 하나가 ‘우주가 단일 우주인지 다중우주인지’에 대한 것이다. 이를 보는 우주과학자들의 생각은 거의 공상과학수준으로 매우 이상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근거도 희박하고, 따라서 설명할 방법이나 입증할 방법도 없는 ~설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유쾌하다.
다중우주이론은 어떤 현명한 사람이 다중우주모형을 시험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찾아낼 때까지 증명되지 않을 가설이다. 그래도 디그래스 타이슨은 다중우주이론에 문을 열어놓고 있다.
때문에 이 책에서는 다중우주의 여러 이론 중 스타인하트(Paul Steinhardt 1952~)와 닐 튜록(Neil Turok 1958~)이 제기한 에크피로틱 모형(ekpyrotic model)도 소개되고 있다.
이는 ‘우주는 11차원이며 대부분 차원은 꼬여있어서 아주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중 몇 차원은 실제 크기를 가지고 있어서 중요하다’는 가설이다. 여기서는 우리가 다른 차원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로 ‘인간이 익숙한 4차원에 갇혀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에크피로틱 모형에 따르면 빅뱅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우주의 충돌로 생긴 것이다. 이 가설에서는 각각 우주가 서로 부딪히고 튕겨나가면서 은하와 별이 탄생하는 역사가 되풀이된다.
이런 모델로 따지면 우주는 수천 억 년 간격으로 같은 사건을 반복하는 주기적인 역사를 가지게 된다. 에크피로틱 모형은 결국 ‘우주가 주기적으로 되풀이 된다’는 주장을 한다는 점에서 고대 스토아 학파의 우주론과 유사한 형태를 띠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을 헷갈리게 한 우주상수는
한편 저자는 일반 독자들이 책을 읽다가 ‘막히는’ 병목지점을 찾아내서 설명하는 능력을 가졌다.
일반적으로 빛보다 빨리 움직이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빅뱅 초기 우주의 팽창속도는 매우 커서 모든 물질이 빛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급속히 멀어졌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모든 물체는 빛보다 빨리 운동할 수 없다. 그렇지만 저자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한계는 공간에서 운동하는 물체에만 적용될 뿐이지, 공간자체의 팽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빛이 통과할 때 어떤 매질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점 역시 저자의 세심한 관심을 보여준다. 일부 학자들은 우주 공간에 ‘에테르’라는 어떤 매질이 있으며, 이 에테르를 타고 빛이 지나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빛은 매질이 없어도 간다.
널리 알려진 대로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 원리를 발표하고는 한때 크게 흔들린 적이 있다. 일반 상대성원리에 의하면 우주는 팽창하거나 수축하는 변화를 겪어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내가 너무 멀리 온 것 아닌가’라는 우려에 우주가 멈춰 서 있도록 하는 ‘우주상수’ 0을 도입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팽창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후 우주가 팽창하는 증거가 발견돼 빅뱅 이론이 나왔다. 그렇다면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는 틀린 것일까?
결과적으로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라는 개념은 실존했다. 1998년 우주상수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는데 단지 0이 아니었을 뿐이다.
오리진은 과학고전의 목록에 추가될 만한 책이다. 특히 ‘과학에 대한 사람들의 4가지 태도’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내용이다. 과학저술가들이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원칙으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첫 번째, 소수의 사람들은 과학적 방법이야말로 자연을 이해하는 가장 큰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과학 이외의 방법은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실 두 번째 사람들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들은 과학을 무시할 뿐 아니라 과학에 대해 대체로 무지하다. 과학이 인간의 영혼에 반(反)한다고 본다.
세 번째, 또 다른 소수의 사람들은 과학이 자신이 오래 동안 믿어왔던 신앙에 반(反)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과학적 결과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이들은 ‘과학적 의심’을 갖는 대신, 과학이 틀렸다는 증거 외에는 받아들이지 않는 반과학적 태도를 갖는다.
네 번째 종류에도 많은 사람들이 속해 있다. 이들은 자연에 대한 과학적 접근방식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우주에 대한 완전한 이해 너머 절대자의 존재를 인정한다.
이를 철학적으로 보면 자연과 초자연 사이에 다리를 놓은 스피노자(Baruch Spinoza 1632~1677)의 생각과 유사하다. 스피노자는 우주가 자연인 동시에 신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연과 신 사이의 어떤 차이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어떤 종류에 속하는 과학자일까? 그가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모순되거나 아주 초보적인 아이디어도 폭넓게 수용하는 글을 봐서는 네 번째에 가까운 과학자로 분류할 만 하다.
그리고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독자들에게 간접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어디에 속하는 것 같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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