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언어와 ‘과학문화’의 언어는 사뭇 다르다. 엄밀한 팩트를 기반으로 세상을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것이 과학의 영역이라면, 과학문화는 이러한 지식을 가공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대중에게 전달하는 영역이다.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와 이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가수의 역할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맥락과도 같다.
그 때문에 과학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선 전문적 소양을 갖춘 인력이 필수적이다. 지난 23일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제4회 과학문화 혁신포럼’은 이러한 ‘과학문화 전문인력’의 체계적 양성 및 활용 확대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과학문화 전문인력, 다양한 가치 창출”
먼저 김재혁 한국과학창의재단 선임연구원이 ‘과학문화 전문인력 발굴 및 양성’에 대해 발표했다. “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발제를 시작한 김 연구원은 이에 대해 “첨단학문의 결정체이자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기저 지식”이라 답했다. 문화에 대해서는 “대중성을 갖추고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행동양식의 과정”이라 평했다.
이렇게 다른 정체성을 가진 두 개념의 융합은 어렵지만, 그만큼 큰 가치를 지닌 일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과학문화 전문인력은 다양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과학자를 꿈꾸는 수많은 사람을 실제 과학자로 만드는 데 큰 힘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혁 한국과학창의재단 선임연구원은 ‘과학문화 전문인력 발굴 및 양성’에 대해 소개하며, “민관 협력을 통한 발굴․교육․활용의 원형 순환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유튜브 채널 사이언스프렌즈
과학문화 전문인력은 합리적 사회를 만드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과학적 사고를 하는 대중들이 많아질수록, 매 순간 상식적인 사회적 선택을 통해 합리적 사회를 만들어 간다는 주장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과학 소통을 통한 대중의 지지가 장기적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러한 과학문화는 꾸준한 소통을 필요로 한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이를 위해 글로벌 과학 커뮤니케이터 강연 ‘페임랩 코리아’, 청소년 과학 상황극 ‘톡신’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과학문화 확산을 이끌어 갈 전문인력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것 역시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페임랩 코리아, 톡신 등 다양한 경로로 과학문화에 뛰어든 인재들이 전문성을 갖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교육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민관협력을 통한 발굴․교육․활용의 원형 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라며 “공공은 사업 당위성을 제시해 장기적인 추진력을 확보하고, 민간에선 세부 교육과정을 설계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장르 이해, 기초 과학 소양 바탕으로 멘토링 진행”
이은희 과학책방 갈다 이사는 ‘과학과 문화를 융합하는 과학문화 전문인력 양성과정’ 발표를 통해 전문성 확보를 위한 세부 교육의 방향을 전했다. “단순히 문화적 표현수단으로 과학을 전달한다고 해서 과학문화가 저절로 파생되지는 않는다”라며 일침을 가한 이 이사는 “과학문화 자체의 정체성과 전문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는 과학문화 전문인력이 가져야 할 능력으로 과학적 콘텐츠에 대한 이해력, 과학적 콘텐츠를 오류 없이 가공하는 능력, 수용자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능력, 문화 콘텐츠에 대한 이해력과 감수성 등을 예로 들었다. 이어 전문성 획득을 위한 3단계 교육과정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과학문화에 대한 기본 소양 교육이다. 과학과 문화를 융합하기 위한 일종의 공통 교육이라 볼 수 있다. 이 이사는 “과학문화에 뛰어든 이들 모두가 전문가는 아니다. 전공자라 하더라도, 오래전 지식에 머물러있는 경우도 많다”라며 “과학 분야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기본 지식과 함께 현재 트렌드를 안내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각 과학문화 전문인력들은 기초 지식을 쌓는 한편,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이은희 과학책방 갈다 이사는 “단순히 문화적 표현수단으로 과학을 전달한다고 해서 과학문화가 저절로 파생되지는 않는다”라며 ‘과학문화’만의 정체성과 전문성을 확립하기 위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유튜브 채널 사이언스프렌즈
각 장르에 대한 기본 이해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소설의 경우 기본 작법을 파악하고, 유튜버의 경우 동영상 편집법을 습득해야 의미 있는 콘텐츠를 구성할 수 있다. 저작권 등 주의해야 할 사항을 파악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출판사, 웹툰 플랫폼, 공연 기획자 등 각 분야 ‘과학문화중개자’와의 미팅 및 현장 실습은 전문성과 대중성을 다지기 위한 필수 요소다. 수익 배분, 법적 절차 등 현실적인 문제를 맞닥뜨리며 전문가로서의 기초체력을 기른다. 이와 함께 진행될 ‘각 분야 전문가에게 듣는 융합 노하우’도 빼놓을 수 없다,
다음 단계인 심화교육은 크게 ‘텍스트 대 퍼포먼스’, ‘픽션 대 논픽션’, ‘과학 전문성 대 문화적 감수성’의 구도로 진행된다. 이를 바탕으로 각 장르와 역할에 따라 더 필요한 분야 위주로 깊게 파고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토리텔러의 경우, ‘콘텐츠 가공 및 확장 능력’과 ‘대중적 감수성’에 주안점을 맞춰 교육이 진행된다.
마지막 맞춤교육의 핵심은 ‘멘토링’이다. 이 이사는 “인력 양성 과정을 살펴본 결과 콘텐츠도 좋고 의지도 충만한데, 노하우가 없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전문 멘토링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과학문화 전문인력, 향후 수요 갈수록 늘어날 것”
이어진 토론에서는 과학문화 전문인력 양성 기관 및 이를 통해 활동을 하고 있는 전문인력, 그 전문인력을 활용하는 주체가 모두 모여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원이자 과학커뮤니케이터인 목정완 연구원은 융합과 협업을 강조했다. 목 연구원은 “격변의 시대에는 생존을 위한 유전적 다양성이 더욱 중요해진다. 문화 역시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융합을 통한 다양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는 특히 과학적 엄밀함에 갇혀 있는 많은 이들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목 연구원은 “다른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어떤 부분에서 팩트 전달이 더 중요하고, 어떤 부분에 문화적 감수성이 더 요구되는지’ 등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유정숙 서울시립과학관 연구관은 과학문화 전문인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일반적으로 대중이 과학관을 문화로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라고 한탄한 유 연구관은 미술관이나 역사박물관 등이 예술, 문화로서 인식되는 것과는 달리, 과학관은 문화보다는 교육의 의미가 강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유 연구관은 과학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주기 위해 “대중의 수요를 문화적으로 연결하는 전문인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는 과학문화 전문인력 양성 기관, 이를 통해 실제 활동 중인 전문인력, 그 전문인력을 활용하는 주체가 모두 모여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 유튜브 채널 사이언스프렌즈
유튜브 채널 과학쿠키를 운영하는 이효종 크리에이터는 과학문화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는 “과학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의외로 적지 않음을 실감했다”라며 얼마 전 화제가 됐던 영화 ‘인터스텔라’를 예로 들었다. 관련 평론의 전문성에 대한 독자들의 아쉬움을 보며 순수과학지식에 대한 갈망을 느꼈다는 것. 이 크리에이터는 “갈증을 느끼는 많은 이들을 보며, 과학에 대한 니즈가 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사이월드협동조합의 일원인 유주호 과학퍼포머 역시 과학문화의 확장성에 주목했다. 그는 “최근 트렌드인 트로트, 일렉트릭 댄스 등을 버무려 과학을 음악으로 풀어냈더니, 대중이 관심을 가지게 된 경험이 있다”고 밝히며 “이런 퍼포먼스 하나하나가 모두 과학문화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콘텐츠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통을 위한 현실적 노하우도 제시됐다. ‘문명과 수학’, ‘빛의 물리학’ 등 다양한 과학 다큐멘터리를 만든 EBS 김형준 PD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매체의 성격을 감안해 정확한 타겟층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알맞은 접근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소통의 핵심이라는 것. 김 PD는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을 타겟으로 제작된 수학 다큐멘터리의 경우, 처음엔 수학의 ‘수’자도 꺼내지 않으려 했다”며 “대신 이집트 시대 수학을 이야기하며, ‘세금’이라는 누구나 관심 있을 만한 주제를 통해 접근했다”고 밝혔다.
이후 참가자들은 과학 커뮤니티 활성화, 전문 플랫폼 및 아카이브 운영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며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 채널 사이언스프렌즈에서 확인할 수 있다.(관련 링크)
(1768)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채식 다이어트가 고관절 골절 위험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관절 골절은 허벅지 뼈(대퇴골)의 위쪽 끝(골두)이나 목 부분(경부)에서 발생하는 골절로 주로 노인들의 낙상이 원인으로 회복이 매우 어렵다. 영국 리즈(Leeds) 대학 식품과학·영양학 대학의 제임스 웹스터 영양역학 교수 연구팀이 35~69세 여성 2만6천318명을 대상으로 거의 20년에 걸쳐 진행된 '여성 코호트 연구'(Women's Cohort Study)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의학 뉴스 포털 메드페이지 투데이(MedPage Today)와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11일 보도했다.
쓰레기 매립지에서 음식물 쓰레기 등이 썩으면서 내뿜는 온실가스인 메탄이 지금까지 매립지 규모와 부패율 등을 토대로 추정해온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우주연구소 대기과학자 요아네스 마사커스가 이끄는 연구팀은 인도 뭄바이를 비롯한 4개 도시의 첨단위성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8∼2019년 쓰레기 매립지의 메탄 배출량이 이전 추정치의 1.4∼2.6배에 달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현재 사용되는 리튬 이온 전지의 충전 방식이 배터리의 성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에너지저장연구센터 장원영 박사와 전북분원 탄소융합소재연구센터 김승민 박사 공동연구팀이 보편적인 리튬이온전지 충전방식으로 통용된 '정전류-정전압' 방식이 충전전압 안전 상한선에서는 배터리의 성능을 저하시킨다는 점을 밝혀냈다고 11일 밝혔다.
다세포 생물 중 가장 하등동물로 분류되는 해면이 물속의 영양분을 섭취하면서 걸러낸 필요 없는 물질을 점액에 섞어 재채기로 배출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포착됐다. 이 점액 물질은 해면 주변의 다른 생물에게 먹이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의 해양생물학자 야스퍼 드 괴이즈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해면이 재채기를 통해 자신의 몸을 정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어떤 암 종양을 둘러싼 생태계를 종양 미세환경이라고 한다. 암 종양과 주변 미세환경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고, 이것은 당연히 종양의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종양 미세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 '세포외 기질'(extracellular matrix)이다. 콜라겐은 체내 단백질의 약 30%를 차지하지만, 종양 미세환경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콜라겐이 종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인체 내 콜라겐이 암의 발달과 전이에 직접 관여한다는 게 과학적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카스파아제(caspase)는 프로그램 세포사에 꼭 필요한 프로테아제(proteaseㆍ단백질 분해 효소)다. 카스파아제가 활성화하면 세포 구성 요소가 분해되면서 세포 사멸이 일어난다. 주변에 피해를 거의 주지 않는 이런 유형의 프로그램 세포사는 병원체 감염이나 스트레스로부터 유기체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카스파아제 결핍은 종양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기온이 꾸준히 상승하는 지역에 서식하는 도마뱀이 늙은 유전자를 지닌 새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 국립해양개발연구소(IFREMER) 연구팀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한 논문에서 프랑스 중부 마시프상트랄 고원지대에 사는 '태생 도마뱀'(viviparous lizard)을 10여 년간 관찰한 결과, 열에 노출된 모집단에 속한 암컷의 염색체 구성 조직인 텔로미어(Telomere)가 뭉툭해진 상태로 유전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