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과학문화사업의 발전을 위한 제언(1)

[독자 기고] 신이섭 전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위원

2020.01.12 11:35 사이언스타임즈 관리자

과학문화사업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사업의 내용과 투입되는 예산 규모 그리고 과학문화사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1990년도 초반 과학기술국민이해사업(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 으로 과학기술자와 일반 국민의 지식과 인식의 간격을 좁히자는 진일보한 목표를 걸고 사업을 진행할 때도 과학기술자들의 시선은 그리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과학기술자들의 눈에 과학기술국민이해사업의 내용과 방식이 다소 조잡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국민이해사업은 과학기술발전의 성과를 일반 국민과 공유한다는 당위성 때문에 정책담당자들의 관심과 긍정적 과학 여론을 바탕으로 꾸준한 성장을 이루었다. 다양한 사업들이 구비되고, 과학관 등 인프라도 지속적으로 확충되었다. 또한 콘텐츠도 다양하고 심도있게 개발되고 IT 기술의 발전에 맞추어 접근방식도 다양화 되었다. 이러한 기조가 과학문화사업으로 지속 확장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제는 과학문화사업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어떤 과학기술연구기관도 모두 과학문화사업이란 이름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즉, 초창기와 발전기의 과학문화사업 추진 환경과 지금의 과학문화사업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초창기 과학창의재단의 역할은 상당 부분 유일한 사업주체이고, 사업의 개발과 집행을 직접 수행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사업주체는 매우 다양화되어 있고 사업 내용도 그렇다.

이러한 환경에서 앞으로 과학문화사업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변해야 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을 위상, 콘텐츠, 대상, 방법, 체계 이 다섯 가지 관점에서 제안해 보고자 한다.

대한민국과학축제, 사이언스버스킹, 과학연극 등 과학과 대중이 소통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사진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과학콘서트 '사이언스 나이트 라이브' 행사 현장.

한국과학창의재단은 대한민국과학축제, 사이언스버스킹, 과학연극 등 과학과 대중이 소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사진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과학콘서트 ‘사이언스 나이트 라이브’ 행사 현장. ⓒ 한국과학창의재단

1. 과학문화사업의 위상

과학문화사업의 위상은 어떻게 잡는 게 좋은가? 이 질문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가지는 과학문화창달 선도기관이라는 점에서 항상 질문하고 가다듬어야 할 과제이다. 과학문화사업만큼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사례도 드물 것이다. 일견 과학문화사업을 보면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어떤 사업이건 나쁜 사업은 없으니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시각이다. 다양한 수행 주체들은 이렇게 생각해도 무방하지만 선도기관인 창의재단은 방향을 제시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1.1 과학기술정책으로서의 과학문화사업

과학문화사업은 ‘과학기술정책체계’ 내에서 위상을 잡는 것이 정답에 가깝다고 본다. 이게 아니라면 과기정책이라는 큰 틀을 벗어나게 된다. 과기정책이라는 큰 틀을 벗어나게 되면 정책이 가지는 목표지향성을 상실할 위험이 큰 것이다.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큰 목표에 부합한다 해도 연계성이 적으면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고 정부 사업으로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에 또 부딪히게 된다.

따라서 과학문화사업은 과기정책의 한 분야로써 위상을 잡고 다른 분야 과기정책들과 밀접한 연계하에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과기정책의 핵심 방향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과의 연계성과 상위 목표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과학문화사업을 전개하여야 한다.

1.2  지식 격차의 해소라는 핵심 철학은 지켜야 한다

과학문화사업의 핵심 철학은 무엇일까? 그것은 ‘과학기술전문가와 일반인의 지식 격차가 너무 커지면 이 격차가 과기발전의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역사적 교훈이다. 즉, 과학문화사업의 핵심은 과학기술인과 일반인의 지식과 인식의 격차를 줄이는 작업에 다름 아니다.

과거에는 과학기술인이나 정책입안자들이 일반 대중과의 지식의 격차를 이용하여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필연적으로 일반인들의 대규모 저항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지식의 격차가 너무 크면 갈등이 깊어지고 장기화되면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

신고리원자력 공사 재개 여부를 놓고 2015년 7월부터 진행된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은 지식과 인식의 갭을 줄이는 작업을 통하여 합의된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작업이지만 과학문화사업의 입장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된다.

과학문화사업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가치 부여가 가능하지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가치는 과학기술인과 일반인의 지식의 격차가 너무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일 것이다.

1.3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지식 격차 해소 방향으로 나아가야

과학기술지식과 인식의 격차를 줄인다는 기본 철학을 바탕으로 정책 방향을 적극적으로 따라가야 한다. 과학문화사업의 역할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한발 앞서가야 한다.

원자력이 다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긴 하지만 미래의 주제는 아니다. 이미 관련 지식과 경험들이 충분히 축적되어 있어 새로운 갈등이 나타날 가능성도 적다. 여기서 정책과 시대의 흐름을 보아야 한다.

바야흐로 과학기술정책은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이다. AI,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유전자편집, 로봇, 새로운 에너지 등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이야말로 그 특성상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그 안에 내재한 기술들이다. 이들 기술에 대한 논쟁과 갈등은 이미 시작되었다. 기술이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일반인들은 그 지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은 이미 현실화된 공포이다.

과학문화사업의 시선은 이제 이러한 갈등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러한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 과학문화사업의 본분이다.

* 본 기고는 필진 개인의 의견이며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공식 견해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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