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과학기술은 21세기의 연금술이다?

[‘0’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9) 문화예술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연금술’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 연금술은 구리, 납, 주석 따위와 비금속으로 금과 은을 제조하는 기술을 뜻한다.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된 연금술은 광석에서 금속을 골라내는 기술이지만, 훗날에는 불노장생의 영약을 만들어내는 신묘한 기술로 여겨졌다고 전해진다.

이런 기술을 보유한 연금술사는 세공사와는 차이가 있다. 재료 그대로의 것을 다듬는 세공사와는 달리 연금술사는 원재료에 상상하지 못한 새로움을 만들어내면서 결국 비가치를 가치로 전환한다. 때로는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들고, 때로는 세상에 없던 혁신적인 물건을 만드는 등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대상을 만들어낸다.

이런 면에서 오늘날의 과학기술, 바로 이 연금술과 닮았다. 나노 단위의 원료로 만드는 물건, 원재료에서 뽑아낸 쓸모의 창조, 심지어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상상을 재료로 새로움을 만들어내니 말이다. 그래서 폭넓은 범위의 문화예술은 ‘0’, 즉 처음 출발점에서부터 과학기술이 더해져 발전해 왔다. 속도는 제각각이었지만, 방향은 늘 같았다.

오늘날의 과학기술은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21세기의 연금술이라고 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삶의 질을 높여주는 과학기술과 문화예술

인류 역사에서 과학기술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며 방법이었다. 삶의 질이란 보편적으로 실용성, 편의성, 경제성을 담보하기 마련이기에 과학기술의 방향도 이에 맞춰 발전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삶의 질에는 분명히 인간의 미학적 욕망이 내재해 있다. 이것이 소리, 이미지, 텍스트 등 구체적인 재현의 형태로 발현되면서 문화예술이 형성되었고, 훗날 개별 매체들이 등장하면서 기술과의 융합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물론 미디어아트, 디지털 문화예술 등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20세기 중반부터 최근에 등장한 것이니 그리 긴 역사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과학을 과학으로 인지하지 못하던 과거에서부터 과학과 문화예술은 긴밀하고 밀접한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과학기술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며 방법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과학과 문화예술은 하나다?

고대 그리스어의 ‘테크네(Techne)’는 예술과 그것을 사용하는 기술을 통합한 개념이다. 정확하게 테크네는 결과물로서의 예술(작품), 이를 만들기 위한 기술, 만드는 사람 등을 통합한 메타 개념이다. 이후에 로마인들이 아트(아르스, Ars)와 기술(Technology)로 분화하여 개별 영역으로 발전하게 되었지만, 꽤 오랜 기간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은 통합 구조 안에서 하나였다.

널리 알려진 대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과학자이면서 예술가, 해부학자였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인체비례도(Vitruvian Man)는 미술, 수학, 과학, 철학이 통합되어 있다. 세상의 구조를 숫자로 본 피타고라스는 음계를 만들었고, 상대성이론을 고안한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바이올리니스트였다.

적어도 이들의 삶에서 예술적 영감과 과학의 원리는 매우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했으리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과학자면서 예술가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비례도 Ⓒcommons.wikimedia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은 상생하며 발전

최근에 소개되고 있는 문화예술 장르, 문화콘텐츠 분야들은 대부분 과학기술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리고 더 이상 과학기술은 문화예술의 도구적 관점에 매몰되지 않으며, 문화예술은 과학기술과 건강한 시너지를 발휘하는 모양새다.

역사의 사조 안에서 이 두 영역이 마치 이원 대립항으로 여겨지며, 대립각을 세웠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 문화예술과 과학기술이 서로 융합하려는, 당시에는 실험적인 작업들이 시도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E.A.T.(Experiments in Art and Technology)는 억눌려 있던 미학적 욕망과 표현의 자유를 새로운 기술과 접목하여 이른바 테크놀로지 예술을 세상에 내놓았다. 당시에는 혹평과 호평이 공존했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예술적 표현 범주의 확장과 기술 진보의 가능성’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후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의 융합 시초라 할 수 있는 키네틱아트, 비디오아트 등이 등장했고, 과감했던 시도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장르가 되었다는 것은 과학기술이 도구 및 장치적 요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창작의 패러다임 안으로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최근의 4차산업 기술은 문화예술을 융합한 결과물인 작품, 작가, 향유자를 초연결하여 결과물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기술은 발전하고 있으며, 누구나 상상력의 원천이 될 수 있으니 문화예술은 점차 창조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과 예술의 혼종으로 앞으로 우리는 더 다양하고, 더 새로운 예술적 감동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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