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과학기술로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다

[‘0’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6) 스포츠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숫자의 가치와 예민함이 적용되는 분야는 다양하다. 스포츠 역시 그 대표적인 분야.

선수들의 체력과 기량은 숫자로 정량화되고, 미세한 숫자의 편차로 인해 순위가 가름 난다. 숫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의 과정과 결과의 지표가 된다. 즉, 스포츠에서 숫자의 가치는 선수 자신의 현재이며, 자신의 한계를 넘어 달성해야 하는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스포츠는 인간이 몸의 한계를 넘어 신체의 탁월성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개인적 차원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스포츠 현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분석하고,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한 기술적인 방법 또한 요구된다.

이 두 가지 범주를 충족할 수 있는 ‘과학기술’의 등장, 그래서 스포츠와의 만남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스포츠는 숫자의 가치와 예민함이 적용되는 분야이다. ⒸGreatest Sports Moments Youtube 캡처

스포츠의 ‘0’, 신체적 능력과 전략의 경쟁

스포츠는 지루하고 피곤한 일상을 ‘떠나보내고’, 신나게 ‘논다’는 뜻의 어원, ‘disport’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고대 문명의 흔적에서 본 바, 스포츠가 단순히 육체적 유희로만 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예술 장르의 기원이 그렇듯이 스포츠도 종교적 색채가 짙은 제의 중 한 장르였으며, 축제 행사에서 겨루기 형태로 즐겼던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원전 8세기경 고대 그리스에서 열렸던 올림피아는 스포츠의 정의, 스포츠의 정신, 그리고 현재 4년마다 치르는 올림픽의 기원이 됐다. 고대 올림피아의 모습은 여러 도시 국가의 대표 선수들이 모여서 주로 육상, 격투기, 전차 경기 등을 벌인 시합·경쟁의 장이었다.

이후에 근대 올림픽이 부활하면서 종목이 늘어나고, 경기의 체계가 잡히는 등 역사적·사회적 맥락에서 다양한 의미가 더해져서, 현재 스포츠란 정해진 규칙에 따라 개인이나 단체가 속력, 지구력, 기능 따위를 겨루는 활동을 통칭한다.

최근에는 바둑, 체스, e-스포츠 등이 스포츠의 범위에 포섭되면서 신체 활동이라는 제한이 유연해졌다. 타당성 여부를 차치하고 분명한 것은 스포츠는 자신의 기량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전략을 통해 승부를 겨루는 정정당당한 경쟁이라는 것이다.

스포츠에 과학기술이 더해진 ‘스포츠과학’의 초점도 여기에 있다. Citius(더 빠르게), Altius(더 높이), Fortius(더 강하게)의 실현. 그것이 목표다.

고대 문명에 스포츠 겨루기 형태로 즐겼던 기록이 남아있다. 사진은 미론 作(BCE 450) ‘원반 던지는 사람’ Ⓒnamu.wiki

스포츠과학으로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강하게, 더 정확하게

스포츠과학은 경기력 향상에 초점을 두고 발전해왔다. 특히 국제 대회에 참가하는 전문 선수를 대상으로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역학, 생리학, 심리학적 지원이 컸다. 주로 과학적 분석을 통해 선수의 체력에 맞춘 훈련, 체격에 맞는 전술, 국제 대회에서의 심리적 동요를 줄이기 위한 전략을 제공했다. 비록 스포츠과학이 경기력 향상에 기여하는 비중이 약 10% 정도라고 해도, 신체적 탁월성을 최대로 끌어올린 세계 정상의 선수들과의 경쟁에서는 결코 적은 비중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선수를 비롯한 다양한 요인과 환경에 과학기술 융합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 기술들이 본격적으로 스포츠에 적용되면서 이른바 ‘스포츠과학 경쟁’의 시대에 돌입한 것.

특히 대용량 데이터에서 정보를 추출하고 분석하여, 전략을 세워 선수의 경기력 향상에 활용하는 빅데이터는 거의 모든 종목에서 이용하고 있다. 선수 개인의 데이터뿐만 아니라 경쟁 선수, 최상의 기량, 최적의 컨디션, 외부 환경 등이 모두 데이터로 수집돼 있어 활용 범위가 크다. 연계 기술인 AI는 바로 이러한 데이터를 기준으로 선수와 경기 상황을 분석하고, 최적의 전략을 내놓는 고급 분석 기술이다.

IoT 기술의 활용도 매우 높다. 데이터 수집을 위해 측정과 센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별 디바이스와 옷, 밴드, 시계, 운동 장비 등에 탑재된 기기를 이용해 데이터를 측정하고 수집한다.

특히 ‘0.001초의 승부’라고 불리는 동계 스포츠는 스포츠과학이 가장 빛나는 분야다. IoT가 탑재된 아이스 체임버(Ice Chamber)는 빙판 위에서 움직이는 스케이트 날, 썰매의 속도, 온도, 거리, 힘, 회전력 등을 측정하고 분석한다. 환경 데이터가 기록에 영향을 끼치는 동계 종목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VR, AR 영상 기술은 스포츠 경기를 생생하게 중계하거나, 실감형 체험 및 훈련 등에 활용되고 있다. 스포츠 현장뿐만 아니라 실내체육시설, 테마파크 형태로 플랫폼이 개발돼 일반인들에게 스포츠 체험 기회를 확대해 주고 있다는 평이다.

축구 경기에 도입된 비디오 판독 시스템 VAR(Video Assistant Referees)은 오심률을 낮추는 데 기여하는 기술이다. ⒸFIFA Youtube 캡처

선수 개인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기술 외에도 스포츠 환경 개선을 위한 과학기술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추세다.

1912년 제5회 스톡홀름 올림픽에 최초로 도입된 사진 판정기와 전자시계 수준에서 보면 놀라운 발전이라 할 수 있겠다.

대표적으로 2018년 FIFA 월드컵부터 축구 경기에 도입된 비디오 판독 시스템 VAR(Video Assistant Referees)은 오심률을 낮추는 데 기여하는 기술이다. 주심의 판정 오류, 사람의 시각으로 포착하지 못한 위반 장면 등을 경기 녹화 영상으로 확인하여 주심의 판정을 돕는다. 일부에서는 VAR 도입 이후 판정 정확도가 99.3%로 향상했다고 평가하지만, 경기 지연 및 주심의 판단 오류에 대한 불만은 여전히 과학기술이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으로 잠재해 있기도 하다.

스포츠과학은 인간 몸의 한계를 넘어 최고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최상의 스포츠 환경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그 속도와 한계는 짐작할 수 없지만, 스포츠의 ‘0’이 그러했듯이 스포츠과학 역시 사람들의 삶에 즐겁고, 건강하게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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