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공연,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기술이 더해지다

[‘0’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5) 공연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곡예사가 외줄에 올라타 아찔한 공중 묘기를 보이고, 여러 명의 곡예사들은 서로의 어깨를 밟고 올라서서 건물 5층 높이는 족히 돼 보이는 인간 탑을 세운다. 마술사가 화려한 음악과 함께 등장해 모자 안에서 난데없이 비둘기를 꺼내기도 하고, 동물들은 각자의 묘기를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바로 옛날 서커스의 장면들이다.

볼거리가 그리 많지 않던 시절에 서커스는 TV 대신이었고, 영화 대신이었으며, 대중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었고, 종합예술의 대표 장르였다. 올해로 100년째를 맞는 ‘동춘서커스’가 바로 그 역할을 했던 이른바 왕년의 슈퍼스타.

최근에는 신기술들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화려한 스펙터클에 더 환호하는 세상이지만, 오로지 사람의 몸이 기술 자체였던 서커스의 가치가 주는 울림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의 공연이 탄생한 것도 먼 옛날 ‘0’의 가치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최근 신기술들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화려한 스펙터클이 있는 공연을 선호하지만, 오로지 사람의 몸이 기술 자체였던 서커스의 가치가 주는 울림도 있다. Ⓒ동춘서커스

공연의 ‘0’, 이야기와 음악, 안무가 어우러진 종합예술

공연은 무대 혹은 어떤 특정한 장소에서 관객들에게 몸짓이나 소리 혹은 기타 시각적 요소를 사용하여 이야기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술의 한 장르를 뜻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예술이 원시 제의, 주술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아르놀트 하우저(Arnold Hauser)의 주장대로 공연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 행위의 목적성은 달라졌지만, 공연의 특징 즉, 시각예술과 음악예술이 어우러져 하나의 완성된 텍스트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떠올리는 공연예술은 서구 중세 시대에 기독교 전례 의식이나 미네징거(Minnesinger) 같은 음유시인들이 이끌던 유랑극단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이들 음유시인은 정치·도덕·종교·궁정 로맨스 등을 주제로 시와 노래가 합쳐진 형태로 불렀다. 극장이 갖춰지기 전이니 주로 마을 광장, 시장, 교회 앞 등 야외 어느 곳이든 무대가 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마당극의 형태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형태의 공연은 오랜 역사를 통해 연극, 음악, 무용, 미술 등의 개별 장르를 발전시켜왔다. 이제는 이들 자체로 독립한 예술 장르가 되었고, 이들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또 다른 장르를 양산하고 있다.

현재 모습의 공연예술은 서구 중세 시대에 기독교 전례 의식이나 미네징거(Minnesinger) 유랑극단에서 찾을 수 있다. ⒸShutterstock

제한된 무대에서 시공간을 확장하는 기술

공연은 공연을 이루는 개별 장르들과 변화의 흐름을 함께 한다.

예술사에서 다소 짓궂은 실험의 시대로 여겨지는 포스트모던 시대에는 대부분의 예술이 기존 장르의 경계 허물기와 해체를 겪었다.

공연 역시 파생된 장르들이 개별 장르로서의 개성을 드러내거나, 기존의 예술들과의 과감한 융합이 시도된 때이다. 그러면서 공연계에서는 제한된 무대를 최대한 활용하고, 최고의 스펙터클을 보여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먼 옛날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공연이 공연장과 무대를 제작하는 건축기술의 미학이었다면, 21세기 4차 산업시대는 어떨까.

의심의 여지없이 최근, 공연을 제작하는 데 ICT 기술의 사용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스테이지 기술이라 불리는 하드웨어에 활용돼 극적 효과를 내는 것뿐만 아니라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유도하기도 하고, 공연에 중심 콘텐츠가 기술 자체이기도 하다.

‘오페라의 유령’의 백미로 손꼽히는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장면, ‘피터팬’에서 등장인물들이 공중을 종횡무진 누비는 장면 등은 플라잉 기술의 덕이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관객의 머리 위를 쓸고 지나가는 샹들리에에 놀란 경험이 있다면, 이 기술 하나가 얼마나 큰 몰입을 형성했는지를 기억할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의 백미로 손꼽히는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장면은 플라잉 기술로 구현됐다. ⒸWikimedia

특히 홀로그램(Hologram)은 한정된 무대의 시공간을 확장하고, 심지어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게 하는 기술로서 최근 공연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다양한 기술 방식으로 구현된 오브제는 무대미술로, 또는 공연의 주요 콘텐츠로 등장해 관객들에게 환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고 김광석, 마이클 잭슨을 구현한 콘서트는 홀로그램 공연이 하나의 장르가 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홀로그램이 단순히 눈요기 거리로 보는 버추얼 콘서트가 아닌, 관객에게 감동과 울림을 주는 공연을 만드는 데 활용됐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코로나19로 침체한 공연계의 위기를 신기술을 통해 타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아무래도 현장 공연이 어렵다 보니 VR 기술을 활용해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서비스하는 방법이 주로 진행되고 있다. VR 영상의 특성상 화면 속 시선을 자유자재로 조정해 입체감 있는 관람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공연에 스펙터클을 더하기 위한 기술 발전은 현재진행형이며, 미래지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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