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 수천 미터 쓰나미 일으켜

칙술루브 충돌에서 발생해 전 지구를 휩쓴 쓰나미, 최초로 글로벌 시뮬레이션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 충돌은 수천 미터 높이의 파도를 동반한 쓰나미로 전 지구적인 영향을 미쳤다. ©GettyImagesBank

6,600만 년 전 지구를 강타한 약 10km 크기의 소행성은 공룡을 포함한 지구 동식물의 75%가량을 멸종시켰다. 미국 미시간대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의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칙술루브 충돌구를 만든 소행성 충돌은 수천 미터 크기의 파도를 동반한 전 지구적인 쓰나미를 일으켰다. 해당 연구는 미국지구물리연맹 학술지인 ‘AGU 어드밴시스(AGU Advances)’에 10월 4일자로 게재되었다.

 

6,600만 년 전 지구를 뒤흔든 쓰나미

6,600만 년 전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의 칙술루브 충돌로부터 발생한 쓰나미(이하 칙술루브 쓰나미)의 영향은 지구 반대편까지 도달해, 말 그대로 ‘전 지구적인’ 여파를 미쳤다. 연구팀에 따르면 칙술루브 쓰나미는 충돌지점인 멕시코 유카탄 반도로부터 수천 km 떨어진 해저를 휩쓸 정도의 규모였다.

해당 연구는 칙술루브 충돌이 일으킨 쓰나미에 대한 최초의 글로벌 시뮬레이션이라는 데에서 의의가 크다. 연구팀은 시뮬레이션과 연구내용에 대한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했다.(유튜브 링크 바로 가기)

또한 이는 근래 공룡 및 생물 대멸종에 대한 새로운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는 와중 더욱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기사 보러 가기 – “공룡을 멸종시킨 것은 소행성일까 화산일까?”)

6,600만 년 전 소행성 충돌로 생긴 쓰나미의 최대 파고를 나타낸 도식이다. ©Range et al. AGU Adnvances 2022

연구팀은 칙술루브 쓰나미의 초기 에너지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쓰나미였던 인도양 쓰나미보다 3만 배 더 크다고 계산했다. 2004년 12월 인도양의 지진에서 촉발된 해당 쓰나미는 당시 23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었다.

연구의 주저자이자 미시간 대의 석사과정 학생인 몰리 레인지 연구원은 “이 쓰나미는 지구 반대편 해역의 퇴적물을 뒤섞고 침식시킬 만큼 강력했다”며 퇴적물의 공백이나 다른 퇴적물의 섭입 등 지질기록의 교란 흔적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시간 대 연구팀은 전 세계 곳곳에서 165곳의 지질 기록을 분석한 결과, 전 세계의 지질기록이 공룡 멸종 당시 쓰나미의 경로 및 위력에 대한 모델 예측을 뒷받침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시뮬레이션과 일치하는 전 세계 지질기록

연구팀은 소행성 충돌 직전 및 직후에 퇴적된 해양 퇴적물을 중심으로 분석하여, 백악기의 막을 닫는 대량멸종으로부터 신생기 팔레오기로 이어지는 ‘전환기’에 초점을 두었다. 레인지 연구원은 “백악기 해양 퇴적물의 가장 위층에서 관찰되는 침식과 틈의 양상은 우리의 모델(시뮬레이션) 결과와 일치한다”며 “이러한 결과는 우리의 모델 예측에 더욱 확신을 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공룡 멸종 당시 칙술루브 쓰나미는 주로 동쪽과 북동쪽으로는 북대서양으로, 남쪽으로는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를 경계 짓는 중앙아메리카를 통해 태평양으로 퍼져 나가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시뮬레이션 결과의 전반적인 영상과 100개 이상의 지질기록이 일치하는 양상을 보인다.

칙술루브 쓰나미의 전파 속도를 나타낸 도식이다. ©Range et al. AGU Adnvances 2022

또한 수중 해류 속도가 초속 20cm를 넘을 경우 해저 퇴적물을 침식시킬 수 있는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저분지 및 인접지역에서는 칙술루브 쓰나미의 전파 속도가 해양 지질 기록에 영향을 줄 만큼 충분히 빨랐을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에 남대서양, 북태평양, 인도양, 지중해는 쓰나미의 영향이 상당히 완화되어 해류 속도 또한 초속 20cm보다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질기록을 분석한 결과, 칙술루브 쓰나미의 속도가 빨랐을 북대서양과 남태평양은 6,600만 년 전 공룡을 포함한 대멸종이 일어나던 시기(K-Pg)의 퇴적물이 가장 적게 남아있었다. 반면 당시의 해저 퇴적물이 남아있는 곳은 칙술루브 쓰나미의 속도가 비교적 느렸을 것으로 예상되는 남대서양, 북태평양, 인도양, 지중해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결과는 칙술루브 충돌 지점에서 12,000km 이상 떨어져 있는 뉴질랜드 북섬 및 남섬 동부 해안의 퇴적물과 일치한다. 심한 침식과 뒤섞임을 겪은 뉴질랜드의 해저퇴적물(olistostromal deposit)은 이제까지는 뉴질랜드 지역 자체의 지질운동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퇴적물의 연대와 연구팀에서 구현한 칙술루브 충돌이 일으킨 쓰나미의 경로 및 양상을 고려했을 때, 연구팀은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레인지 연구원은 “뉴질랜드의 퇴적물은 (칙술루브) 쓰나미의 영향을 담은 지질 기록”이라며 “(칙술루브) 쓰나미의 전 세계적인 영향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6,600만 년 전 쓰나미를 들여다보다

연구의 공저자이자 미국 퍼듀 대학의 브랜든 존슨 박사는 유체의 흐름을 시뮬레이션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하이드로코드’를 활용했다. 시뮬레이션은 직경 14km 크기와 초속 12km 속도를 지닌 소행성이 두꺼운 퇴적물을 얕은 바닷물이 덮고 있는 유카탄 반도 북동쪽 해상에 충돌, 100km 크기의 충돌구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충돌 2분 30초 후, 충돌로부터 분출된 물질이 바닷물을 바깥으로 밀어내면서 무려 4.5km 높이의 파도를 만들어내고 충돌 10분 후, 충돌 지점으로부터 220km 떨어진 지점에서 1.5km 높이의 쓰나미 파동이 바다 위로 퍼져 나가기 시작한다.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나타낸 도식으로, 차례로 충돌 후 1시간, 4시간, 24시간, 48시간 경과 후 쓰나미 확산 양상을 보여준다. ©Range et al. AGU Adnvances 2022

쓰나미는 충돌 1시간 후 멕시코만 외부와 북대서양으로, 4시간 후 중앙아메리카를 지나 태평양으로, 24시간 후 동태평양과 더불어 대서양을 통해 인도양으로, 48시간 후에는 전 세계 해안선에 도달한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의하면 멕시코만에는 100m보다 높은 파도가, 북대서양과 남미 태평양 연안에는 10m 이상의 파도가 덮쳐왔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쓰나미가 해안선에 가까워지며 수심이 얕아짐에도 불구하고 높은 파도를 동반한다는 것은, 전 세계 대부분의 해안 지역에서 초속 20cm의 속도로 해양퇴적물을 침식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해안의 구조와 파도 양상에 따라 대부분의 해안 지역은 침식을 겪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기록된 그 어떤 쓰나미도 이 정도로 세계적인 영향을 미친 (칙술루브) 쓰나미에 비하면 미미할 정도다”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두 개의 쓰나미 전파 모델(MOM6, MOST)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레인지 연구원의 지도교수이자 공동저자인 미시간 대 테드 무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서로 다른 두 개의 모델이 거의 동일한 결과를 냈다는 점과 실제 지질기록이 시뮬레이션 결과와 일치한다는 점은 연구의 의의와 신뢰성을 더욱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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