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 속의 증강현실(AR) 기술

[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증강현실과 공공미술

공공미술(Public Art)은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공공적 장소나 시설에 설치 · 전시되는 미술 작품을 지칭하며, 영국의 미술행정가 존 윌렛(John Willett)이 1976년 리버풀의 시각예술에 대하여 저술한 책 ‘도시 속의 미술(Art in a City)’에서 처음으로 제시되었다. 또한 전통적 공공미술이 공공의 개념을 장소성과 관련시키는 것에 반해, ‘새로운 공공미술’은 장소를 물리적 공간으로만 보지 않고 사회적 · 문화적 · 정치적 소통의 공간으로 파악한다.

Balloon Dog Ⓒ Jeff Koons

특히 ‘새로운 공공미술’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과학기술을 예술 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출신의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Jeff Koons, 1955~)가 스마트폰을 위한 사진 공유 앱 스냅챗(snapchat)과 공동으로 2017년 제작한 ‘Balloon Dog’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관련 동영상>

스마트폰으로 감상하는 AR 설치미술 작품 ‘Balloon Dog’은 공원이나 도심의 실제 공간에서 가상의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작품으로 미국, 프랑스, 영국, 호주 등 세계 9개 도시에 설치되었다. AR 작품 ‘Balloon Dog’의 원작은 제프 쿤스가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제작한 스테인리스 스틸 재료의 5가지 색상(Blue, Magenta, Yellow, Orange, Red)의 조각 작품 ‘Balloon Dog’이다.

메릴랜드 예술대학(Maryland Institute College of Art)과 시카고 미술대학(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공부한 제프 쿤스는 1980년 첫 번째 개인전을 가졌으며, ‘Statuary’ 시리즈, ‘Luxury and Degradation’ 시리즈, ‘Banality’ 시리즈, ‘Made in Heaven’ 시리즈, ‘Puppy’, ‘​Celebration’ 시리즈, ‘Split-Rocker’, ‘​Popeye and Hulk Elvis’ 시리즈, ‘Antiquity’ 시리즈 등의 설치 조각을 만들었고,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와 캐빈 터크(Gavin Turk) 등의 예술가에게 영향을 주었다.

All World Ⓒ Sebastian Errazuriz & Zander Eckblad

‘All World’는 칠레 출신으로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 세바스티안 에라수리스(Sebastian Errazuriz)와 잰더 엑블라드(Zander Eckblad)가 증강현실 기술을 사용하여 만든 플랫폼으로,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공유할 수 있으며, ‘All World Magazine’을 통해 현대예술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구할 수 있다. <관련사이트>

현대의 과학 기술과 예술의 관계성을 탐구해온 세바스티안 에라수리스는 2010년 칠레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바 있으며, 2014년 미국 카네기 미술관(Carnegie Museum of Art)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세바스티안 에라수리스는 제프 쿤스의 AR 작품 ‘Balloon Dog’가 공개되었을 때, 예술적 반달리즘(vandalism)의 차원으로 작품 위에 디지털 그래피티(Graffiti)를 덧입히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Vandalized Balloon Dog’라는 이 프로젝트는 디지털 공공장소가 사기업에 의해 무분별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현한 것이었다. 반달리즘은 의도적으로 문화예술 및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행위를 말한다.

[AR]T Ⓒ Apple

또한 애플(Apple)사는 2019년부터 [AR]T를 통해 발 빠르게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예술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AR]T는 뉴 뮤지엄과 공동 큐레이션한 증강현실 작품을 체험하는 ‘산책’ 세션, AR 체험 애플스토어 ‘연구소’ 세션, 닉 케이브(Nick Cave)의 AR 작품 ‘Amass’ 세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동영상>

[AR]T ‘산책’ 세션은 세계적인 명성의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산책하듯이 AR로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나탈리 뒤버그(Nathalie Djurberg), 한스 버그(Hans Berg), 차오 페이(Cao Fei), 존 지오르노(John Giorno), 카스텐 횔러(Carsten Holler), 피필로티 리스트(Pipilotti Rist) 등과 같은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을 공공장소에서 AR 예술로 만난다.

International Liquid Finger Prayer Ⓒ Pipilotti Rist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 공공장소에서의 AR 예술 작품이 늘어나면서 특히 예술가들의 새로운 창의성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이와 관련하여 세바스티안 에라수리스는 “예술 산업을 괴롭히는 극단적인 비효율성을 증강현실 기술이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팬데믹이 창의적인 표현 방식의 다음 물결을 이끌 것이며, 디지털 플랫폼과 증강현실 기술 또한 예술과 디자인의 세계를 붕괴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창작의 방식이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예술의 미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스마트폰 디바이스가 일상생활에서 보편적으로 자리잡은 시대적 흐름 속에서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비로소 사람들 모두가 미술을 공유하고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기업들이 디지털 공공장소를 독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이에 디지털 공공장소의 개념과 정의를 분명히 하고, 그 공간의 사용 및 관리 권한, 그리고 활용 방식에 대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여 증강현실 예술의 미래 전망을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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