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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곰팡이가 알려준 1유전자 1효소설

[노벨상 오디세이] 노벨상 오디세이 (127)

붉은빵곰팡이는 크림전쟁 때 프랑스군의 식량에서 많이 발생했다. 8개씩의 흑색 쌀알 모양인 자낭포자를 지닌 이 곰팡이는 주로 옥수수나 빵에 생긴다. 붉은빵곰팡이는 몇 가지 영양소를 필요로 하지만, 이 곰팡이의 야생종은 그중 일부만 있어도 자랄 수 있다. 성장에 필요한 핵산과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연변이를 일으킨 붉은빵곰팡이의 일부는 특정 물질을 합성하지 못하므로 그 물질을 최소배지에 넣어주어야만 살 수 있다. 이 같은 돌연변이를 영양요구성 돌연변이라고 한다.

그런데 영양요구성 돌연변이를 일으킨 붉은빵곰팡이를 이용해 유전자가 효소나 다른 단백질의 합성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생화학적 유전학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이가 있다. 미국의 유전학자 조지 웰스 비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돌연변이를 일으킨 붉은빵곰팡이를 연구하다 1유전자 1효소설을 발견해 195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조지 비들. ⓒ Lasker Foundation(facebook)

비들은 1903년 10월 12일 미국 네브래스카 주의 와후라는 작은 마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농업에 관심이 많아 농부가 되려고 했던 그는 고등학교 때 선생님의 설득으로 네브래스카의 주도 링컨에 있는 농업대학에 진학했다.

졸업 후 코넬대학의 대학원에 입학한 그는 에머슨 교수의 옥수수 유전학 연구실에 들어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미국연구재단으로부터 개인 연구비를 받고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 있는 토머스 헌트 모건 연구소에 들어가 초파리를 이용해 유전학을 연구했다.

1937년 스탠퍼드대학의 생물학 교수로 임명되었는데, 비들은 거기서 제자이자 운명적인 연구 파트너인 에드워드 테이텀과 만나게 된다. 당시 X-선을 쪼이면 인공적으로 돌연변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비들과 테이텀은 붉은빵곰팡이에 돌연변이를 일으킨 후 그것이 생화학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유전자 역할의 일부를 최초로 밝혀내다

단포자 배양을 할 수 있는 간단한 구조의 붉은빵곰팡이는 어떤 실험 대상보다 유전학 연구를 하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곰팡이는 당이나 염 중에서 한 가지 성장인자만을 포함하는 최소배지에서도 성장이 가능할뿐더러 필요한 물질도 충분히 만들어내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둘은 완전배지에서는 자라지만 최소배지에서는 자라지 못하는 돌연변이들을 선별해가는 과정에서 아르기닌을 포함하는 최소배지에서 생존할 수 있는 영양요구성 돌연변이의 붉은빵곰팡이를 찾아냈다. 그 같은 돌연변이는 아르기닌을 생산하는 기작이 파괴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런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비들은 유전자는 특정한 하나의 효소 생성에 관여한다는 1유전자 1효소설을 주장했다. 유전자는 효소를 암호화함으로써 기능하고, 각 유전자는 각각의 서로 다른 효소들을 암호화한다는 게 이 가설의 요지다.

20세기 초 멘델의 유전법칙이 재발견되면서 유전자가 널리 알려졌지만, 유전자가 구체적으로 무슨 역할을 하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비들의 연구로 드디어 유전자 역할의 일부가 밝혀진 것이다. 또한 이 실험은 살아 있는 생명체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합성 과정을 자세히 연구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연구 파트너인 테이텀 및 세균의 형질전환에 관한 연구를 한 조슈아 레더버그와 공동으로 195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은퇴 후 옥수수 연구로 다시 돌아가

1유전자 1효소설은 후에 1유전자 1단백질설이 되었다. 유전자가 효소의 바탕이 되는 단백질 합성의 설계도임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전학 및 효소화학의 연구 방법이 발전함에 따라 오늘날에는 하나의 유전자가 특정한 하나의 폴리펩티드 사슬에 해당한다는 ‘1유전자 1폴리펩티드설’로 발전했다. 폴리펩티드는 단백질의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이 펩티드 결합을 통해 사슬 모양으로 늘어선 것을 말한다.

1946년에 생물학 교수이자 생물학과장으로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으로 다시 돌아온 비들은 1961년 시카고대학의 총장이 되었다. 만 65세가 되던 해인 1968년에 시카고대학에서 은퇴한 그는 생물학연구소 소장이 되어 자신이 맨 처음 연구했던 분야로 다시 눈을 돌렸다. 바로 에머슨 교수와 함께 했던 옥수수에 대한 연구였다.

당시 그는 옥수수의 먼 친척 종인 테오신테와 옥수수의 교잡종으로 염색체 연구를 하던 중 테오신테와 옥수수가 같은 종이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가설은 다른 연구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했고, 토머스 헌터 모건 연구실로 옮기면서 이후 30년 동안 다른 연구에 몰두했다.

은퇴 후 다시 옥수수 연구에 매달린 비들은 테오신테와 옥수수 잡종의 후속 세대 5만 개체의 형질을 분석한 결과, 30년 전에 자신이 주장했던 가설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됐다. 이후 그는 테오신테와 옥수수가 같은 종이라는 사실을 대중에게 전파하는 데 전력했으며, 이 가설은 1970년대 이후 점차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 비들의 테오신테 가설은 옥수수의 작물화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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