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FAC 동향리포트] Vol.31-2 인종차별 등 사회적 편견과 연관된 이름 새로 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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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동향]
미국곤충학회(The Entomological Society of America, ESA)가 제공하는 곤충 이름 데이터베이스는 모든 곤충 관계자들의 필수 참조자료다. 2,000개가 넘는 곤충 이름은 물론이고, 곤충분류체계까지 검색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일부 이름에 대해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집시나방’과 ‘집시개미’다. 국내에서 ‘매미나방’으로 불리는 집시나방의 애벌레는 나뭇잎을 대량으로 먹어 산림 생태계에 피해를 준다. 온몸에 털이 가득한 외양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준다.
이런 매미나방 애벌레에 ‘집시’라는 명칭이 사용된 것은, 그들에 대한 편견이 반영된 것이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매미나방 애벌레처럼, 집시 역시 사회를 파괴한다는 인식이다. 이에 미국곤충학회는 지난 7월 집시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미국곤충학회는 현재 ‘Better Common Names Project’를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 새로운 이름을 제안받고 있다.
미국조류학회(The American Ornithological Society, AOS) 또한 ‘Bird Names for Birds’ 캠페인과 함께 새로운 영어 조류 이름을 짓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스콧 꾀꼬리(Scott’s oriole)다.
스콧 꾀꼬리 명칭의 기원이 된 윈필드 스콧(Winfield Scott)은 1800년대 활동한 미국 장군이다. 그는 햄튼(Hampton) 지역 아메리카 원주민을 강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4천여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이에 미국조류학회는 ‘스콧의 이름을 새로 표현하는 것’이 누군가에겐 아픔을 상기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꾀꼬리의 이름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현황 분석]
우리나라도 용어 바로잡기 운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교과서를 통해 들어온 독일식 과학용어를 변경하는 것이다. 이는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리’, ‘옥도’다. 이와 같은 이름은 독일어 원소를 일본식 발음에 가깝게 표기한 것이다. 광복 후에는 이를 순화해 독일식 발음에 조금 더 가까운 한글 표기로 대체했다.* 현재는 이를 다시 미국식 발음으로 변경하고 있다.**
* ex) 가리→칼륨, 옥도→요오드
** ex) 나트륨→소듐, 칼륨→포타슘, 요오드→아이오딘, 아밀라아제→아밀레이스, 티타늄→타이타늄
다만 변경된 명칭이 정착되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현장은 물론 국가기술자격시험에서까지 아직 예전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좀 더 익숙한 옛 독어식 용어들을 쓰고 있다.
[시사점]
일반적인 조류 및 곤충의 영어 이름은 18~19세기 유럽의 관점에서 만들어졌다. 때문에 식민주의의 아픈 역사 또는 그와 관련된 인종차별주의가 반영된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불공정한 이름 상당수는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쓰이고 있다.
불공정한 이름이 계속 쓰이는 가장 큰 이유는, 적절한 대체어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 과학계는 시민들과 함께 집단지성을 모아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국내에도 일제강점기 일본을 통해 들어온 명칭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독립 이후 75년이 지났지만, 일상생활 곳곳에서 일제 문화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언어 표현이다. 과학용어뿐 아니라 무대포, 기라성, 관수동, 유치원 등 다양한 일상용어들도 생활 속에 뿌리박혀 있다.
사실 익숙해진 용어를 새로운 용어로 대체해 사회에 정착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유해한 용어를 제거하는 것은 단순히 ‘용어의 변경’이 아니다. 이는 존중을 뜻하며, 편견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길이다. 또 우리 사회의 의사소통 효율성을 증가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시민과 함께 새로운 명칭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이 글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발행하는 ‘동향리포트’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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