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은 어떻게 날개를 갖게 되었나?

첨단 유전체 분석과 문헌 조사로 ‘등판 기원설’ 뒷받침

곤충은 어떻게 날개를 갖게 되었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 어린 물음처럼 들릴지 모르나, 실제로 지난 100년 동안 생물학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다.

최근 몇 년 동안에도 곤충의 날개 진화에 대한 흥미롭고 경쟁력 있는 이론이 등장했지만, 완전히 만족스러운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우즈홀의 해양생물학연구소(MBL, Marine Biological Laboratory) 연구팀이 첨단 유전체학 접근법과 오래된 과학 논문에서 단서를 얻어 이 논쟁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MBL의 헤더 브루스(Heather Bruce) 연구원과 니팸 파텔(Nipam Patel) 소장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생태학 저널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 1일 자에 발표됐다.

곤충의 날개는 다리가 몸체에 통합돼 등판 위로 올라와 날개가 됐다는 ‘등판 기원설’을 지지하는 연구가 발표됐다. 사진은 공중을 나는 잠자리. © Pixabay / Roy Buri

곤충 조상을 잘못 찾아

연구팀은 곤충 날개가 갑각류 조상(혹은 조상 갑각류)의 다리에 있는 파생물(outgrowth) 혹은 ‘엽(lobe)’에서 진화했다고 밝혔다.

조상 갑각류가 약 3억 년 전 물에서 올라와 육지동물로 전환된 뒤, 몸체 중심에 가장 가까운 다리 부분이 배아 발달 중에 체벽(body wall)에 통합됐고, 이는 아마도 육지에서 몸무게를 더 잘 지탱할 수 있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브루스 연구원은 “다리 엽은 이후 곤충의 등으로 올라갔고, 나중에 날개를 형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이런 사실을 알아내는데 왜 한 세기나 걸려야 했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유전적 유사성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곤충이 절지동물문 내의 갑각류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2010년 경까지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브루스 연구원은 “그 전에는 모든 사람이 형태에 따라 곤충을 노래기나 지네와 함께 다리가 여러 개인 다족류로 분류했었다”고 전했다.

그는 “다족류에서 곤충 날개가 어디서 파생됐는지를 아무리 살펴봐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이 때문에 곤충 날개는 이들의 조상에 상응하는 구조가 없이 곤충 자체에서 튀어나온 ‘새로운’ 구조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연구자들이 곤충의 조상을 잘못된 곳에서 찾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곤충은 두 개의 조상 갑각류 다리 부분(빨간색 7번, 분홍색 8번)을 체벽에 통합했다. 다리 세그먼트 8번 엽은 나중에 곤충의 날개를 형성하게 된 반면, 이에 상응하는 갑각류의 구조 부위는 등판(tergal plate)을 형성하고 있다. © Heather Bruce

“새로운 것은 없다”

파텔 소장은 “사람들은 곤충 날개와 같은 것이 진화의 새로운 혁신일 수 있다는 생각에 매우 흥분한다”고 말하고, “그러나 유전체 비교에서 나타나는 사실 중 하나는 새로운 것은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것은 어딘가로부터 왔고, 실제로 어딘가에서 그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루스 연구원은 해변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옆새우 모양의 작은 갑각류인 비치 호퍼(beach-hopper) 파라일리(Parhyale)의 다리 하나에서 각각의 분할된 부분과, 초파리와 딱정벌레를 비롯한 곤충들의 같은 다리 부위에 대한 유전적 지시(genetic instructions)를 비교하면서 이번 발견의 실마리를 발견했다.

크리스퍼-카스9 유전자 편집 도구를 사용해 파라일리와 곤충에서 공유된 다리 패턴 유전자 5개를 체계적으로 비활성화시킨 다음, 이 유전자들이 신체 벽에서 멀리 떨어진 여섯 개의 다리 부분과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파라일리는 체벽 옆에 추가로 일곱 번째 다리 세그먼트를 가지고 있었다. 브루스 연구원은 이 부분이 어디로 갔는지 의문을 품었다.

그래서 그는 “문헌을 조사하기 시작해 1893년에 제시된 아주 오래된 아이디어를 발견했다”며, “이 아이디어에서 곤충들은 몸체에 가장 가까운 중심부쪽 다리 부위를 몸체 벽에 통합시켰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갑각류 파라일리의 배아에 유전자 조작을 위해 크리스퍼(CRISPR) 용액을 주입하는 모습. © Heather Bruce

연구 데이터는 ‘등판 기원설’ 지지

브루스 연구원은 “그렇더라도 여전히 날개 부분이 어떻게 해서 생겼는지 모르기 때문에 문헌을 계속 조사한 결과, 곤충들은 몸체 중심에 가까운 다리 부위를 체벽에 통합시켰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다리의 작은 엽(lobe)이 등으로 올라와 날개를 형성했다는 1980년대의 이론을 발견했다”며, “놀랍게도 내가 수행한 유전체와 배아 연구 데이터가 이 오래된 이론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오래된 수수께끼를 풀게 된 것은 파텔 박사 연구실이 갑각류 중에서 유전적으로 가장 다루기 쉬운 유기체로 개발한 파라일리를 포함한 다족류의 게놈을 조사할 수 있는 도구가 준비돼 있어서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현재 학계에는 곤충의 날개가 등판에서 기원했다는 ‘등판 기원설’과 옆면에서 기원했다는 ‘측판 기원설’이 있다. 이번 연구는 등판 기원설의 손을 들어주는 연구여서 이 설이 학계의 주류로 인정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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