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성층권을 누비는 HALE 무인기

[2020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 무인이동체포럼 개최… 리튬황 배터리 가능성 확인도 성과

지난 8월 전라남도 고흥에 위치한 항공센터에서는 잇단 환호성이 터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개발한 태양광 무인기가 국내 최고 고도 비행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최장 시간 비행에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8월 중순과 말에 각각 시행된 이번 시험비행은 태양광 무인기의 비행시간과 고도를 측정하기 위해 추진됐다. 8월 중순에는 무인기가 고도 12~18km를 오가며 53시간 동안 연속 비행하는 데 성공했고, 8월 말에는 기존의 리튬이온배터리가 아닌 리튬황배터리를 장착한 채 고도 22km에서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항우연이 개발한 무인기가 성층권 비행에 성공했다 ⓒ kari.re.kr

당시 태양광 무인기 EAV-3 개발을 주도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의 이융교 책임연구원은 지난 24일에 고고도 태양광 무인기의 성공 비결을 공유하기 위해 ‘2020 대한민국 과학기술 대전’의 연사로 참여했다.

성층권 비행과 리튬황 배터리 장착이 특징

과학기슬대전의 넷째 날이자 ‘거대과학의 날’ 행사인, 무인이동체 포럼에서 ‘성층권 태양광 무인기 개발’에 대해 발표한 이융교 책임은 성층권에서 장기적으로 체공할 수 있는 태양광 무인기의 사례로 미국의 헬리오스(Helios)와 유럽연합의 제퍼(Zephyr)를 꼽았다.

성층권은 온도나 기압의 변화가 거의 없고 바람과 구름도 거의 생기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런 성층권에서 장기 체공이 가능하게 하려면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전기추진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어야 한다. 주간에는 태양전지로 비행하고, 야간에는 낮에 충전해두었던 배터리로 움직이면 반영구적일 뿐만 아니라 친환경 비행이 가능해진다.

EAV-3는 항우연이 지난 2013년부터 개발해온 고고도 무인기다. 고도 12km 이상 성층권에서 비행할 수 있는 이 무인기의 동력은 태양으로부터 얻는다. 날개에 부착한 태양광 패널을 통해 낮에는 태양전지로 비행하고 밤에는 낮에 충전했던 배터리의 전력을 사용하여 비행하도록 설계되었다.

성층권 비행에 성공했다는 사실 외에 EAV-3에서 주목할 점은 리튬황배터리의 장착이다. 리튬황배터리는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성층권을 비행하는 태양광 무인기의 최신 기술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 사이언스올

양극 소재에 황탄소복합체를 사용하고, 음극 소재에 리튬메탈 같은 가벼운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무게당 에너지 밀도가 리튬이온배터리보다 1.5배 이상 높다. 이처럼 무게가 가볍고 희귀 금속을 사용하지 않는데도 가격 경쟁력까지 뛰어나 미래의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책임은 “미국의 엠프리우스(Amprius)가 제작한 고성능 리튬이온배터리는 무게당 에너지 밀도가 390Wh/kg이지만, 국내에서 개발된 리튬황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이보다 높은 410Wh/kg”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는 무인기의 비행 시간과 비행 고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에너지밀도가 최대 500Wh/kg 정도에 불과하지만, 리튬황배터리는 최대 2,000Wh/kg이기에 다른 배터리보다 효율이 높다.

이 책임은 “리튬황배터리의 효율이 지금보다 향상된다면, 앞으로 태양광 무인기의 비행 거리와 시간이 대폭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랫폼 역할을 하는 고고도 장기 체공 무인기

EAV-3처럼 고고도의 성층권을 장기간 비행하는 무인기를 통틀어 ‘HALE(High Altitude Long Endurance UAV)’이라 일컫는다. 직역하면 ‘고고도 장기 체공 무인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임은 “HALE 무인기는 일종의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정의하면서 “영상촬영과 기상측정, 그리고 통신중계 등은 물론 기존의 인공위성도 보유한 기능이지만, HALE은 이동성과 감시를 제한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위성이 보유하지 못한 장점까지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HALE의 장점으로는 위성보다 낮은 고도로 날기 때문에 정밀한 영상 획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무인기같은 경우는 고고도에서도 30cm 이하 목표물까지 식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통신지연 없는 중계가 가능하고, 필요시 지상 착륙을 통해 탑재된 장비들의 업그레이드가 수시로 가능하기에 위성처럼 엄청난 비용과 인력 투입 없이도 최신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고고도 장기 체공 무인기는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 kari.re.kr

이 뿐만이 아니다. EAV-3 같은 HALE 무인기는 한 달 이상 동안 조종자의 명령에 따라 같은 지점을 선회하면서 산불을 감시하거나 집중호우를 예측하는 등 기존 기상관측을 하거나 불법 어로를 감시하는 데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이나 중국, 그리고 일본 등이 우리나라의 영해와 영공을 침범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 같은 경우에도 HALE 무인기가 성층권에서 감시한다면 침범 사실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이 책임은 “HALE 무인기의 핵심은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여 얼마나 장시간 동안, 그리고 얼마나 높은 고도를 유지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느냐는 점”이라고 밝히며 “앞으로 항우연 연구진은 보다 향상된 HALE 무인기 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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