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언어 속 ‘인종차별 요소’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 녹화내용 분석

요즘도 미국 경찰이 흑인을 무차별 폭행하거나 심지어 부당하게 사살하는 장면이 비디오 화면에 찍혀 미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같은 비극을 피하기 위해 미국 경찰은 녹화장비를 달고, 시민들과 접촉하는 장면을 촬영한다.이 녹화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 경찰은 흑인운전자에게 존중하지 않는 말을 더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이 5일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제니퍼 에버하르트(Jennifer Eberhardt) 스탠포드 대학 심리학교수는 “전체적으로 백인들을 상대할 때 보다 흑인들을 상대할 때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바디 카메라를 장착한 미국 경찰 ⓒ Pixabay

바디 카메라를 장착한 미국 경찰 ⓒ Pixabay

에버하르트 교수는 비록 미묘하지만, 이같은 인종 차별은 경찰의 신뢰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심리학+언어학+컴퓨터공학 등 융합연구    

에버하르트 교수는 심리학, 언어학, 컴퓨터과학의 학제간 연구팀을 구성해 경찰관의 말에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해서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경찰서가 한 달 동안 했던 981번의 운전자 및 보행자 적발사례에 적용했다.

경찰관들은 흑인에 비해서 백인에게 57% 더 자주 사과를 하거나 ‘감사합니다’ (thank you)같이 상대방을 매우 존중하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에 비해 흑인은 백인에 비해서 61%나 덜 존중하는 말을 들어야 했다.

“물론 욕설을 한 것은 아니지만, 아주 작은 차이에서 인종차별이 드러난다”고 스탠포드 대학 언어학교수인 댄 주라프스키(Dan Jurafsky)는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시는 2014년에 에버하르트 교수 연구팀과 계약을 맺고, 오클랜드경찰서가 연방정부의 지침을 준수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경찰이 운전자나 보행자를 검문할 때의 데이터를 연구하도록 했다.

그러나 수백시간의 촬영 화면만 가지고 정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보는 관점에 따라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면만 부각시킬 수 있었으며, 이는 경찰과 지역주민 관계에 대한 부정확한 인식만 심어줄 뿐이다.

에버하르트 교수는 “경찰은 녹화내용이 경찰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것을 염려하면서도, 자기들의 행동이 대중에게 투명하게 공개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경찰관의 개인 신상은 드러나지 않게 하면서도 투명성을 충족해야 했다. 한 두 번의 검문에서 잘 못 된 행동을 드러내는 증거로 사용하기 보다, 일반적인 패턴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했다.

에버하르트 교수와 주라프스키 교수 및 7명의 연구자들은 2014년 4월에 245명의 오클랜드경찰관들이 981번의 검문에서 촬영한 183시간의 녹화자료에서 나온 대화를 기록한 자료를 분석했다.

첫 번째 단계에서 연구팀은 대학생들에게 경찰관과 지역 주민사이에 오간 대화 기록 중 400개 발언을 읽고 분류하도록 했다.  인종이나 성별등은 공개하지 않고 다만 얼마나 상대방을 존중하는 말을 사용했는지, 얼마나 예의바르고 친절한 말을 썼는지 등급을 매겼다.

사과하는 말을 하거나, 성을 말하거나, ‘선생님’(sir) 같은 단어나 감사하는 말이나 ‘음, 어’같이 주저하는 말 등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표현으로 간주했다. ‘~할 수 있다’(able)거나 ‘~일 지 모른다’(may)같은 표현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비해 이름을 말하거나 너(dude)나 형씨(bro) 또는 ‘핸들에 손 올려’ (hands on the heel)같은 표현을 사용하면 상대방을 덜 존중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안된다’(not)거나 ‘역행하는’(against)같은 부정적인 단어 역시 마찬가지이다.

두 번째 단계로 연구자들은 이 분류를 바탕으로 자동적으로 단어와 문장과 언어패턴을 구분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경찰관의 언어를 기록한 자료의 언어패턴을 분석했다.

36,000개 발언분석  ‘언어 분별 소프트웨어’ 개발

세 번째 단계로 연구자들은 남아있는 모든 대화기록을 분석했다. 경찰관들이 발언한 36,000개의 말을 구성하는 483,966개의 단어를 뒤진 것이다.

이같이 충분한 데이터를 분석했기 때문에 연구팀은 경찰관이 인종에 대해 어떤 고려를 했는지를 통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주라프스키 교수는 “경찰과 지역주민 사이의 접촉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것을 연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수리 언어학은 많은 접촉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대화가 우리의 태도와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라프스키 교수는 덧붙였다.

흑인에 대한 미묘한 언어차별이 드러났다. ⓒ Pixabay

흑인에 대한 미묘한 언어차별이 드러났다. ⓒ Pixabay

그러나 이 같은 발견이 개개인 경찰관들의 편견이나 잘못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대화에서는 매우 다양한 요소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연령이나 기타 사항을 고려해서 친근감을 표현하는 방식일 수 도 있다.

연구팀은 이 녹화자료를 가지고 경찰관과 주민들이 주고 받는 대화에서의 음성도 분석해서 대화중에 나타나는 태도 등도 연구할 계획이다.

에버하르트 교수는 “법률을 집행하는 여러 기관에서 녹화내용을 분석하면, 상대방을 비난하는 증거로 삼기보다 서로를 잘 이해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경찰관을 비롯해서 다양한 분야 공무원들의 교육 자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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