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겨울의 전령사 ‘마차부자리’

[이태형의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11월 넷째 주 별자리

세찬 가을비가 내린 후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된 느낌이다. 비록 날씨는 추워졌지만 밤하늘만큼은 겨울 별자리들의 등장으로 훨씬 더 멋지고 화려해졌다. 서쪽 하늘로 옮겨간 목성과 토성은 지난주에 비해 간격이 줄어들면서 더욱 다정해 보이지만 이인자로 밀린 화성은 남쪽 하늘에서 더욱 외로워 보인다.

동쪽 하늘에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한 겨울 별자리들을 보고 있으면 어느덧 한 해가 저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번 주 별자리 여행의 주인공은 겨울의 전령사로 알려진 마차부자리이다. 마차부자리는 북극성에 가장 가까운 1등성을 가진 별자리이기도 하다. 이번 주에는 마차부자리를 찾아 북동쪽 하늘로 별자리 여행을 떠나보기로 하자.

항성과 행성 구별하기

천문학에서는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star)만을 별이라고 하지만 우리말로는 밤하늘에서 빛나는 작은 점들을 모두 별이라고 부른다. 그중에는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star)도 있고, 화성이나 목성처럼 햇빛을 반사해서 빛나는 행성(planet)도 있다. 태양계에 있는 여덟 개의 행성 중 우리가 맨눈으로 확실히 볼 수 있는 행성은 모두 다섯 개다. 그중 가장 밝은 금성(-4등급)은 1등성에 비해 거의 100배나 밝기 때문에 특별히 설명을 하지 않아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행성들은 항성들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밝은 별이 많은 겨울 하늘에서는 더욱 그렇다. 요즘 저녁 하늘에는 목성과 토성, 그리고 화성까지 세 개의 행성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저녁 하늘에는 토성보다 밝은 항성이 세 개는 된다. 한밤중이 되면 화성보다 밝은 큰개자리의 시리우스도 뜬다.

항성과 행성을 구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반짝임을 비교하는 것이다. 항성은 반짝반짝 빛나지만 행성은 반짝임을 거의 느낄 수 없다. 그 이유는 우리가 볼 때 행성이 항성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진공 속을 날아온 빛은 지구 대기를 통과하면서 굴절된다. 지표면에 가까워질수록 공기의 밀도가 높아지고 바람이나 먼저 등의 영향에 의해 별빛은 더 많이 흔들리게 된다. 흐르는 물속에 손을 넣어보면 꺾여 보이고, 비 오는 날 멀리 있는 가로등 불이 가물가물 보이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별빛이 반짝이는 이유. Ⓒ 천문우주기획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은 빛의 속도로 날아가도 4.3년이나 걸리는 먼 거리에 있다. 밤하늘에 보이는 대부분의 항성들은 최소한 지구에서 수십에서 수백 광년 떨어져 있다. 따라서 항성은 아무리 큰 망원경으로 보더라도 작은 점으로 보인다. 작은 점은 조금만 흔들려도 전체가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 지구에서 볼 때 항성들에 비해 행성들은 훨씬 크다. 행성들도 대기를 통과하면서 빛이 굴절되고 흔들리지만 표면적이 항성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에 실제로는 반짝임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11월 24일 새벽 0시경 남쪽 하늘. Ⓒ스텔라리움

한 밤중에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은 남동쪽 하늘에 보이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이다. 남서쪽 하늘의 화성은 지난달에 비해 밝기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시리우스에 버금갈 정도로 밝다. 밝기로는 두 별을 구별하기 쉽지 않지만 반짝임만은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 지평선에 가까운 시리우스는 반짝임이 매우 심하지만 화성은 거의 반짝임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조용히 빛난다.

화성 근처에 천왕성이 있지만 맨눈으로 겨우 보일 정도의 밝기로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면 다른 별들과 거의 구별할 수 없다. 반짝임으로 구별할 수 있는 행성은 맨눈으로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는 다섯 행성 정도이다.

국제우주정거장

밤하늘에서 별만큼 많이 보이는 것이 바로 인공위성이다. 아직도 밤하늘에 보이는 별 중에 절반 가까이가 인공위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인공위성은 항성이나 행성과 같은 별들과 확실하게 구별이 된다. 인공위성은 지구의 중력 때문에 하늘에 가만히 고정되어 있을 수 없고 지구 둘레를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인공위성은 대부분 지상 300~1000km 사이에서 떠 있는 저궤도 위성들로 대략 1시간 30분에 한 바퀴씩 지구를 돈다. 따라서 밤하늘에서 별처럼 작은 점이 서서히 움직이면 그것은 바로 인공위성이다. 인공위성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시간은 수 분 정도이다.

인공위성 중에 가장 밝고 크게 보이는 것이 국제우주정거장이다. 지난 11월 17일 민간기업 스페이스 X가 만든 유인우주선 리질리언스(Resilience)가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하면서 새로운 민간우주수송 시대가 열렸다고 한다. 지금 국제우주정거장에는 모두 7명의 우주인들이 머물며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저녁 하늘에서 행성처럼 밝게 보이는 별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국제우주정거장이다. 12월 중순까지는 저녁 하늘에서 국제우주정거장을 볼 수 있다. 하지만 12월 중순 이후 1월 중순까지는 새벽하늘에서만 국제우주정거장을 볼 수 있다. 물론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국제우주정거장은 낮 시간을 포함하여 하루에 3~4차례 정도 우리나라 상공을 지난다.

서울 하늘을 지나는 국제우주정거장 Ⓒ권오철

12월 초순 국제우주정거장의 밝기와 위치(서울 기준). C www.heavens-above.com

겨울의 전령사 마차부자리

11월 23일 밤 9시경 서쪽 하늘. Ⓒ 스텔라리움, 천문우주기획

별이 아름다운 이유 중의 하나는 항상 그 자리에서 그 모습 그대로 빛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에게 별은 믿음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 믿음의 중앙에 매일 밤 등장하는 것이 바로 북극성이다. 겨울밤 북극성 근처에는 등대처럼 북극성을 가리키는 밝은 일등성이 하나 있다. 이 별은 마차부자리의 으뜸별인 카펠라(Capella)로 겨울철의 일등성 중에서 제일 먼저 북동쪽 하늘에 뜨기 때문에 겨울을 알리는 전령사로도 알려져 있다.

이 별 주위를 자세히 보면 이 별을 포함한 커다란 오각형이 작은 삼각형을 안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필자는 이 별자리를 하늘에 매달려 있는 새장 밖으로 새 한 마리가 날아가려는 모습으로 상상하여 ‘새장 탈출’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곤 한다. 새가 날아가려는 방향을 따라가면 서쪽 하늘로 지고 있는 백조자리가 나온다. 백조의 새끼인 미운 오리 새끼가 엄마를 찾아 새장을 탈출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도 가능하다.

신화 속에서 이 별자리는 마차를 처음 발명한 아테네의 네 번째 왕 에릭토니우스로 그려지고 있다. 에릭토니우스는 대장간의 신으로 알려진 헤파이스토스의 아들로 아테나 여신에 의해 키워졌는데 다리가 불구였다. 성인이 되어 아테네의 왕이 된 그는 다리의 불편을 덜기 위해 마차를 발명하였고 그 공로로 하늘의 별자리가 되는 영광을 얻었다고 한다.

카펠라(Capella)는 어미 염소를 뜻하는 아라비아어에서 온 이름인데 고대 아라비아의 목동들은 이 별을 어미 염소로 보고, 근처에 있는 작은 삼각형을 새끼 염소들(the Kids)로 불렀다.

카펠라는 북극성에 가장 가까운 1등성으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별들 중에서는 네 번째로 밝다. 하지만 한 여름을 제외하고는 거의 언제나 북쪽 하늘 근처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밝은 세 개의 별(큰개자리의 시리우스, 목동자리의 아르크투루스, 거문고자리의 베가)보다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별이다.

카펠라는 그 밝기와 명성만큼이나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이 별이 지도자(leader) 별로 알려졌는데, 이것은 한 해가 시작되는 춘분날에 태양 근처에서 가장 밝은 별이 카펠라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리스와 로마의 민담 속에서는 비나 폭풍과 관련된 별로도 이야기되는데, 이것은 이 별이 우기가 시작되는 봄철의 새벽 여명 속에 보였기 때문이다. 한편, 아라비아 지역에서는 ‘별의 수행자’, 또는 ‘묘성을 끌고 오는 낙타 심부름꾼’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는데, 카펠라가 뜨면 바로 뒤를 이어 묘성(昴星, 플레이아데스성단)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마차부자리. Ⓒ 이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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