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게을러서 취직도 하지 않고 30세가 넘도록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 자녀가 있다 해도 장기적인 생물 진화에 비추어 보면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닐 수도 있다라는 연구가 나왔다.
대서양에 현존하는 이매패류(껍데기가 두 개인 조개)와 달팽이 같은 복족류 및 그 화석에 대한 새로운 대규모 데이터 연구에 따르면, 게으름(laziness)이 개체와 종, 심지어 종 공동체의 생존을 위한 유익한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캔자스대 연구팀이 주도한 이 연구 결과는 ‘왕립협회B 회보’(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최근호에 소개됐다.
연구팀은 선신세(Pliocene) 중반부터 현재까지 대략 500만년 동안의 기간에 걸쳐 299개 종의 신진대사율, 즉 유기체가 매일매일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소비하는 에너지 양을 분석했다. 그리고는 높은 대사율이 멸종 가능성에 대한 신뢰할 만한 예측인자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에너지 흡수율과 멸종 가능성
논문 제1저자로 캔자스대 생물다양성 연구소와 자연사박물관 박사후 연구원인 루크 스트로츠(Luke Strotz) 박사는 “우리는 유기체의 에너지 흡수율에 근거해 종들의 멸종 가능성을 가늠해 보기 위해 연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백만년 동안 멸종된 연체동물 종과 현재도 여전히 남아있는 종들과의 차이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스트로츠 박사에 따르면 멸종된 종들은 현재 살아있는 종들보다 신진대사율이 더 높다.
즉 낮은 에너지로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종들은 높은 대사율을 가진 유기체들보다 생존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
게으름이나 느림이 개체나 종, 종 공동체의 생존을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이번 연구의 대상이 된 연체동물의 한 종류인 이매패류 조개(Anadara aequalitas). CREDIT: Neogene Atlas of Ancient Life / University of Kansas
이 연구에는 캔자스대 생물다양성 연구소 수집 관리자인 줄리언 키미그(Julien Kimmig) 박사와 브루스 리버맨(Bruce Lieberman) 생태 및 진화생물학 교수, 에린 사우프(Erin Saupe) 옥스포드대 교수가 참여했다.
리버맨 교수는 “어쩌면 장기적으로 볼 때 게으름과 느림이 동물들에게 최선의 진화 전략으로서, 대사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그 종이 생존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생명의 역사에서 적자 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이란 말 대신 ‘가장 게으른 자가 생존한다(survival of the laziest)든가 적어도 ‘느림보가 생존한다(survival of the sluggish)’는 말이 더 나은 비유일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멸종 가능성에 대한 잠재적 예측인자”
연구팀은 엄습하는 기후변화에 직면해 가까운 기간 안에 어떤 종들이 사라질지를 예측하는데 자신들의 연구가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다.
스트로츠 박사는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멸종 가능성에 대한 잠재적 예측인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 수준에서 신진대사율은 멸종 원인의 전부가 아니고 많은 요인이 거기에 작용한다”며,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유기체의 신진대사율이 멸종의 한 구성요소라는 점을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신진대사율이 높을수록 종의 멸종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도구상자 안의 한 도구로서 멸종을 초래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종의 멸종 가능성을 규명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
연구팀은 특히 종들이 작은 서식지에 국한돼 있을 때는 높은 대사율이 멸종 가능성의 좋은 지표 역할을 하지만, 종들이 대양의 넓은 지리적 영역에 퍼져 있을 때는 예측 확률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체동물은 무척추 동물 가운데 두 번째로 큰 문(phylum)이다. 현재 약 85,000종의 연체동물이 알려져 있으며, 화석 종의 수는 60,000 ~ 100,000 종으로 추산된다. 사진은 등에 줄이 있는 딱지 조개류(Tonicella lineata). CREDIT: Wikimedia Commons
스트로츠 박사는 “우리는 폭넓게 분포된 종들은 좁은 지역에 분포된 종들처럼 멸종과 대사율 사이에서 같은 관계를 나타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분포 범위의 크기는 멸종 가능성의 중요한 구성요소로서 분포 범위가 좁은 종들은 멸종 가능성이 훨씬 커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분포 범위가 좁고 높은 신진대사율을 나타낸다면 바로 그 시점에서 멸종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종 공동체의 누적 대사율은 안정되게 유지
연구팀은 또한 여러 종 공동체의 누적 신진대사율은 개별 종들이 종 공동체 안에서 새로 나타나거나 사라지더라도 안정되게 유지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트로츠 박사는 “만약 전체 종 공동체를 구성하는 모든 공동체들과 종들을 살펴보면 커뮤니티의 평균 대사율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유지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 수준에서 공동체들에는 정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에너지 흡수의 맥락에서 새로운 종들은 다른 종이 멸종하면서 에너지를 느슨하게 흡수하는 방법을 발전시킨다”고 말했다.
종 커뮤니티 수준에서의 대사율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뀔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이는 놀라운 일이라는 것.
대신 평균 에너지 흡수량은 이들 이매패와 복족류가 수없이 멸종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백만 년 동안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서양에 현재 서식하면서 화석이 존재하는 가시 보석상자 조개(Arcinella cornuta ) CREDIT: Neogene Atlas of Ancient Life / University of Kansas
포유류 등 육상동물에도 적용될지 주목돼
스트로츠 박사는 현재 살아있는 종들과 멸종된 종들에 대한 충분한 양의 가용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연체동물을 이용해 대사 현상이 멸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그는 “연구를 위해서는 수많은 종들과 그 발생에 관한 매우 큰 데이터세트가 필요하다”며, “수많은 이매패와 복족류들은 여전히 살아있고, 따라서 우리가 이 작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많은 데이터는 살아있는 이매패와 복족류 생리로부터 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부 대서양을 연구지역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 지역의 화석과 살아있는 연체류의 분포를 기록한 훌륭한 대규모 데이터세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미국 전역에서 모은 많은 화석 재료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후속 조치로 다른 동물류의 멸종에 미치는 대사율의 영향이 어느 정도인가를 확립하기 위해 연구력을 모을 계획이다.
스트로츠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다른 그룹, 최소한 해양 영역의 동물들에게는 일반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다음 단계 작업 중 일부는 이를 다른 생물 분기군으로 확장해 그 결과가 다른 그룹들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결과는 연체동물들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며,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세트의 크기와 연구 대상으로 삼은 긴 기간 등은 일반화가 가능하며 정당성을 지닌다”고 밝혔다.
스트로츠 박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 결과가 포유동물, 또 육상동물에도 적용 가능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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