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잡을 수 없는 깔따구 유충, 처리 방법은?

‘수돗물 안전 어떻게 지키나’ 온라인 포럼

대한민국 생활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매일 씻고, 청소하고, 마시는 데 필요한 수돗물에 깔따구 유충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한 것. 작년 붉은 수돗물 사태에 이어 올해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서 많은 이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이에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이 긴급 포럼을 실시하며 올바른 과학기술 소통에 나섰다. 지난 7월 31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포럼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다각도로 진단하고 그 대안을 찾기 위한 자리가 됐다. 2017년 출범한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은 국민생활문제의 과학적 검증과 대국민 소통을 위해 5개 과학기술기관‧단체가 힘을 모아 만든 단체다.

깔따구는 파리목 깔따구과에 속하는 작은 곤충으로서 저수지, 강, 개울 등 거의 모든 수질의 물에서 서식할 수 있다. 사진은 깔따구 유충의 확대 이미지. Ⓒ Frank Fox/Wikimedia

“번식력 좋은 깔따구, 활성탄 공정 통해 성장”

먼저 채선하 한국수자원공사 케이워터연구원 수석연구원이 ‘수돗물 유충 발생에 따른 수돗물 안전관리’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깔따구는 파리목 깔따구과에 속하는 작은 곤충으로서 저수지, 강, 개울 등 거의 모든 수질의 물에서 서식할 수 있다.

채 선임연구원은 깔따구 유충의 주요 성장 조건으로 ‘수분, 유기물, 산소, 수온’의 네 가지를 언급하면서 “정수장 개방 부위, 배수지, 관로 파손 부위 등을 통해 유입된 깔따구 유충 등이 수돗물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깔따구의 번식력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 깔따구는 보통 한 번에 600개까지 알을 산란하는데, 그 성장도 빨라 20일 정도면 성충으로 성장이 가능하다. 최대 3000 개까지 알을 낳았다는 보고도 있다.

이에 심각성을 더해주는 것이 미량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입상활성탄 공정이다. 채 선임연구원은 “복잡한 구조를 가진 입상활성탄은 물리화학적으로 오염물질을 흡착하며 물을 깨끗하게 만들지만, 그 과정에서 미생물 등 깔따구 유충의 먹이가 될 수 있는 유기물이 생겨나기에 깔따구의 좋은 서식환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선하 한국수자원공사 케이워터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입상활성탄 흡착지가 깔따구 유충의 주요 서식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유튜브 채널 한국과총 캡처

특히 수온이 높아지는 여름철이 되면 위험성은 커진다. 수분, 유기물, 산소, 수온이라는 조건을 모두 갖춘 환경이 정수장에 마련되기 때문. 한 번 유입으로도 대량 증식할 수 있기에 이번 사태가 발생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물리적 밀폐, 모래 여과지 효과 있어”

그렇다면 어떤 방법을 통해 이를 막을 수 있을까. 채 선임연구원은 물리적 밀폐를 강조했다. 입상활성탄 흡착지 건물을 완전 밀폐형 구조로 설계해 깔따구 성충의 유입 자체를 막는 방법이다. 그는 이에 대해 “시스템 자체를 지하화하는 등 외부로부터 물질 유입을 차단하면서도 관리는 용이한 미래형 정수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활성탄 시설 하부에 모래 여과층을 설치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안으로 제시됐다. 채 선임연구원은 “모래 여과지 공정을 통해 크기가 1~2.5㎜인 유충을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라며 “이러한 점을 상수도 설계 및 관리 기준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독고석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역시 비슷한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고도정수처리 시설 내 유충 제거능 검토와 대처방안’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철저한 방충 관리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미세방충망 커버와 포충기를 도입하고 출입문을 이중으로 교체하는 등 깔따구의 유입 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염소 소독은 비효율적, 역세척 주기 조절이 중요”

한편 염소를 통해 깔따구 유충을 제거하는 방안은 그리 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깔따구의 생존력이 매우 강하기 때문. 독고 교수에 따르면 모든 수생곤충의 25%를 차지하는 깔따구는 영하 16도의 5600M 높이 히말라야 산맥, 바이칼 호수 수심 1km 영역에서도 생존 가능한 강인한 생물이다.

특히 염소에 대한 저항성이 강한 깔따구 유충은 잔류염소가 50mg/L 수준인 물에서도 48시간 이상 생존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다. 수돗물 공급과정 중 최대 잔류염소가  1mg/L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염소만으로 깔따구를 막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독고석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깔따구의 놀라운 생존력에 대해 설명하며, 염소 소독을 통한 깔따구 유충 제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 유튜브 채널 한국과총 캡처

독고 교수는 이에 더해 “유충 억제를 위해 수돗물 내 염소 주입 농도를 과도하게 증가시키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며 암을 유발하는 소독부산물(THM) 증가를 그 예로 들었다. 이어서 살충 약품을 사용해 유충을 제거하거나 산소 공급을 중단해 질식시키는 등의 방법도 언급하며 “이러한 방법들은 약간 위험할 수 있고, 국민 정서상 맞지 않기에 권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물리적 밀폐와 함께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역세척(backwashing) 주기 조절이다. 여과수와 공기를 빠른 속도로 역류시키는 작업을 통해 활성탄여과지에 흡착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독고 교수는 “정수장에 유입된 깔따구 유충은 7일에서 10일 정도가 지나면 활성탄 상층부로 침입하기 시작한다”라며 “현재 20일 이상 되는 역세척 주기를 하절기에는 7일 이내로 단축해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과수와 공기를 빠른 속도로 역류시키는 역세척 작업은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유튜브 채널 한국과총 캡처

“노후 시설 리모델링하고, 장기적 연구 실시해야”

포럼은 이번 사태를 넘어 향후 수돗물 관리의 방향성에 대해 언급하며 마무리됐다. 채 수석연구원은 “궁극적으로는 30년 이상 노후된 정수장의 시설을 리모델링해야 한다”라며 “그 과정을 통해 실시간 수질 모니터링 제어 및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디지털에 기반한 상수도의 스마트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연구개발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독고 교수는 “온난화로 인한 유충 대발생에 대비해 모래 여과 기능, 역세척 주기, 유충 제거 방안, 소독 농도 등 관련 국내 자료를 좀 더 확보해야 한다”라는 지적과 함께 “이를 위해 중장기적인 수도시설운영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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