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이 소멸하지 않는 이유?

잔디늑대거미의 거미줄 '비밀' 밝혀내

2019.11.01 10:10 이강봉 객원기자

길이 1.25cm 정도에 불과한 ‘잔디늑대거미(lawn wolf spider, 학명 Hippasa holmerae))’가 주목을 받고 있다.

다른 거미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되는 거미줄 때문이다. 한번 줄을 쳐 놓으면 수 주일 동안 팽팽하게 그 탄력성을 유지하며 그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잔디늑대거미의 거미줄이 오랜 시간 부식되지 않는 원인이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지면서 특수 소재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Wikipedia

잔디늑대거미의 거미줄이 오랜 시간 부식되지 않는 원인이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지면서 특수 소재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Wikipedia

거미줄 분해하는 세균의 약점은 ‘질소’ 

그동안 과학자들은 이 거미줄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최근 몰랐던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사이언스 뉴스’는 대만 퉁하이(東海) 대학 연구진이 잔디늑대거미의 비밀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잔디늑대거미는 질소(N)의 접근을 차단하면서 자신의 거미줄을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질소는 거미줄을 분해하는 박테리아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영양소다.

알려진 것처럼 거미줄은 강철선보다 더 탄탄한 천연섬유다. 그러나 대다수 거미줄이 그 탄탄함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거미줄에 침투해 그 성분을 분해하는 박테리아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잔디늑대거미가 거미줄을 해치는 박테리아의 약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그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박테리아의 약점은 질소다.

박테리아 등 대다수 미생물에 있어 질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영양소다. 특히 균체 합성에 질소를 이용하는 미생물들이 있는데 이렇게 생성된 질소화합물은 식물에 흡수돼 생육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런데 잔디늑대거미가 특수한 거미줄을 뽑아내 거미줄에 침투한 박테리아가 질소와 결합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는 것. 인간이 그동안 알지 못했던 거미의 지혜를 말해주고 있다.

또한 이 거미줄의 메커니즘을 통해 특수 소재를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거미줄 특성을 활용해 새로운 물질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온 과학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 ‘실험생물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최근호에 발표됐다. 제목은 질소 부재가 박테리아의 거미줄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는 내용의 ‘Nitrogen inaccessibility protects spider silk from bacterial growth’이다.

거미의 지혜, 특수 소재 개발에 활용

그동안 과학자들은 잔디늑대거미의 거미줄 안에 미생물의 서식을 억제하는 어떤 항균특성(antibacterial properties)이 존재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었다.

항균특성이란 미생물 발육을 막는 정균작용이나 미생물을 죽이는 살균작용을 말한다.

그러나 미생물 접근을 차단하는 그 항균특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한 사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었다.

생물학자 다코타 피오르코브스키(Dakota Piorkowski) 교수가 이끄는 퉁하이대 연구진은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잔디늑대거미 외에 자이언트 무당거미(Nephila pilipes), 앤돔텐트 거미(Cyrtophora moluccensis) 등 3종의 거미를 수집했다.

그리고 이들 거미로부터 생성된 거미줄을 대장균( E. coli) 등 4가지 유형의 박테리아에 노출시키며 어떤 반응을 하고 있는지 관찰했다.

미생물 배양을 위해 사용한 서식환경은 LB 배지(Luria-Bertani broth), 인산염완충식염수(phosphate-buffered saline, PBS), 무질소 글루코스 배지(nitrogen-free glucose broth, NFG) 등을 선택했다.

실험 결과 질소가 풍부한 LB 배지 안에서는 미생물이 잘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질소 접근이 차단된 PBS, NFG 안에서는 박테리아가 자라지 못하면서 거미줄을 분해하지 못하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 이는 질소가 미생물 접근 환경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또 일상적인 상황에서 잔디늑대거미의 거미줄이 자체적인 방어기제를 통해 질소를 차단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셈이다.

퉁하이 대 다코타 피오르코브스키 교수는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거미줄 표면에 있는 부풀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합성단백질(complex protein)이 거미줄에 침투한 박테리아의 질소 접촉을 막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수는 “추가 연구를 통해 잔디늑대거미의 거미줄이 질소를 어떤 식으로 차단하고 있는지 밝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논문을 접한 미국 유타대학의 거미줄 전문 생물학자 랜디 루이스(Randy Lewis) 교수는 “거미줄 부식 연구에 있어 잔디늑대거미 외에 다른 거미들도 유사한 기능을 지니고 있다.”며, 포괄적인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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