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공개, 어디까지 알려야 하나”

코로나19, 개인정보보호와 공익 양립 문제

“인권만 생각해서 어디 사는지도 안 알려주고 어디 불안해서 살겠습니까?”

“확진자 자녀가 초등생이라는데 어디 학교인지 먼저 말해주세요.”

지난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신규 확진자의 해당 이동경로를 게재한 송파구청 블로그에는 확진자의 거주지 및 동선 등 개인정보를 원하는 주민들의 의견이 쇄도했다.

반면 10일 서울 송파구 강남대성학원 급식실 조리보조원으로 알려진 확진자 남성의 부모 또한 확진됐다는 기사에는 “아들은 학원, 아버지는 버스 기사, 어머니는 삼성 근무… 왜 우리가 불필요한 남의 개인정보까지 다 알아야 하나, 과잉 정보 노출”이라며 불쾌감을 호소한 댓글이 가장 많은 공감을 얻었다.

코로나19 이후 공익에 따른 개인정보 공개 범위에 따른 이슈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 게티이미지

성적 취향까지 공개, 이태원 클럽에서 촉진된 개인정보 문제

코로나19 이후 개인의 인권, 개인정보(프라이버시권) 문제, 국민의 생명과 안전 등 공익의 가치가 상충되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화두로 떠올랐다.

‘신종 감염병’이라는 국가적 재난 속에서 개인의 정보는 어디까지 보호되고 어디까지 공개되어야 할까.

각 지자체에 확진자 정보 부족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시민들은 개인정보의 가치보다는 감염병이라는 공동의 재난에 대해 개인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에서는 개인의 과도한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상세한 개인정보 노출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도한 개인정보 공개로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사례는 용인66번 환자다. 5월 초 이태원 클럽에서 발생된 코로나19 집단 감염의 초발 환자로 지목된 이 환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에서도 클럽이라는 유흥업소를 출입하면서 사회적 비난이 쏟아졌다.

여기에 이 업소가 게이클럽이라고 알려지면서 해당 환자가 게이인지 아닌지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게이’라는 개인적 성적 취향으로 고정된 채 사회적 비난을 받아야 했다.

용인66번 환자의 접촉자로 알려진 안양23번 환자 또한 특정 성적 취향을 가진 이들의 모임으로 알려진 ‘블랙 수면방’에 출입했다는 것이 공개되면서 각종 언론에 자극적인 기사의 주인공으로 대두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과도한 개인정보 노출로 인한 사회적 낙인 효과가 거세지고 있다며 이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10일 온라인 포럼으로 열린 한국과총 과학포럼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개인정보보호법과 올바른 정보 활용법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 한국과총

김인순 전자신문 ICT 융합부장은 지난 10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한국과총)가 개최된 온라인 과학포럼 ‘코로나 이슈와 사이버 안전’에서 “언론은 과연 개인의 성적 취향까지 국민의 알 권리와 공익에 필요한 정보인가 자문하고 보도에 임해야 한다”며 “결국 과도한 사생활 공개로 자신의 성적 취향을 숨기고 싶어 하는 이들이 숨으며 검사에 응하지 않아 방역에 악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감염병 예방법, 개인정보 보호보다 공익을 우선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확진자 이동경로 정보공개의 조치에 대한 법적 근거는 ‘전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 예방법) 제76조의2 제 1항과 제2항, 제34조의2 제1항을 따른다.

확진자의 이동 동선 및 개인정보의 공개 범위는 제34조2 제 1항에 따른다. 1항에 의하면 감염 환자의 이동 경로, 이동 수단, 진료 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 국민들이 감염병 예방을 위해 알아야 할 정보를 정보통신망 게재 또는 보도자료 배포 등의 방법으로 신속하게 공개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특히 제76조의2 제 2항에 따르면 프라이버시 또는 사생활의 비밀이라는 기본권도 감염병 확산 방지라는 강력한 공익적 목적에 의해 법률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 이러한 감염병 예방법에 의한 개인정보 공개 및 추적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보다는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다.

김진욱 법무법인(유한) 주원 변호사가 확진자의 이동경로에 대한 정보공개의 법률적 근거를 설명하고 있다. ⓒ 한국과총

반면 개인정보보호를 우선시하는 유럽 및 미국은 긴급 상황에서도 프라이버시권 존중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화된 주변 확진자 단말기 정보를 블루투스 방식으로 수신해 확진자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기술의 개발 속도보다 감염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되면서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하는 결과를 맞이했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성공적인 방역 성적표가 개인정보의 훼손이라는 형태로 다수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노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개인정보의 무차별 공개로 인해 알리고 싶지 않은 개인의 사생활이 익명의 다수에게 노출되면서 ‘사회적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신종 감염병이라는 특수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개인정보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공익을 우선시할 수 있는 제도적 마련 및 정부의 투명한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욱 법무법인(유한) 주원 변호사는 이날 열린 포럼에서 “현재 확진자 이동경로 추적으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다수의 개인정보가 공익과 행정의 편의를 위해 희생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자체나 정부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개인정보를 파기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10일부터 유흥업소 출입 시 의무화해야 하는 QR 시스템 도입 등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개인정보 공개 및 유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국민에게 개인정보를 남용하지 않고 잘 관리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권헌영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개인의 추적 정보 및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운영하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마지막 폐기하는 것까지 투명하게 오픈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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